균형과 실용의 외교 – 이재명 정부의 국제전략은 무엇을 바꾸는가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국제 환경은 냉혹하다. 미중 전략 경쟁의 고착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 불안정,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지속 등은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구조적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한미일 안보 공조 노선 이후, 이재명 정부는 ‘균형’, ‘실용’, ‘국익 우선’의 원칙을 내세우며 외교 기조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전략은 강대국 중심 질서에 맹목적으로 종속되기보다는, 국익에 기반한 다자외교를 복원하고 동북아 안보 지형 내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미국과는 전략 동맹을 유지하되, 기술 협력과 경제안보 동맹을 보다 정밀하게 조정하고, 대중 관계에서는 갈등 완화와 실용적 경제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관계 역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 시기 강제징용 해법 등에서 논란이 되었던 ‘굴종외교’라는 비판을 넘어서, 이재명 정부는 ‘역사 인식’과 ‘경제 협력’을 분리해 접근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 문제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기술·문화·기후 분야의 공동 이익은 확대하는 현실주의적 협력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북 억지력은 유지하되, 조건 없는 대화 제안과 인도적 교류 확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 재개를 천명했다. 과거 보수 정부의 압박 일변도와는 다른 접근으로, 긴장 관리와 장기적 관여 전략의 병행이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재명 정부가 ‘경제 안보 외교’를 국정 아젠다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전략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 있어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한국형 IRA 대응, CPTPP·RCEP 등 다자무역 협정 참여 확대도 검토 대상이다. 이는 전통적인 안보 동맹에서 경제 주권 동맹으로 외교 축을 넓히려는 시도다.

다자외교 복원도 중요한 과제다. 이재명 정부는 유엔, G20, 아세안+3, 파리기후협정 등 다양한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입지를 재확인하고, 중견국 외교의 재건을 통해 ‘브릿지 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외교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국내 정치적 안정, 국회와의 일관된 협조, 그리고 외교관료 조직의 리더십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 외교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며, 국민적 합의와 신뢰 위에 구축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한국이 외부 환경에 끌려가는 나라가 아닌,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질서 형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시험받고 있다. 실용과 균형의 외교가 전환기의 한국에 어떤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지, 그 첫 외교 연설과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다자정상 외교의 행보가 그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치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의 과제를 중심으로 ‘시민의 시대’를 여는 정치 리더십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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