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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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내 월세를 정한다고요?”

저지시티, 알고리즘 기반 임대료 인상 금지…전국으로 확산되는 ‘렌트 기술 규제’ 바람

최근 뉴저지 저지시티(Jersey City) 시의회가 알고리즘 기반 임대료 책정 소프트웨어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주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저지시티에서 랜트를 알아보던 한 시민은 임대료가 15개월 사이에 4,500달러에서 6,000달러로 급등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관리사무소에 문의했을 때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소프트웨어가 그렇게 정했습니다.” 이 사례는 단순한 개별 피해가 아니라, AI 기반 가격 책정 알고리즘이 공공의 주거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회적 우려의 축소판이다.

[출처: solenfeyissa]

대표적인 임대료 책정 프로그램 ‘RealPage YieldStar’는 같은 지역 내 임대료, 공실률, 경쟁 건물의 가격 변동 등 수백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매일 자동으로 최적의 월세를 산정한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듯하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반 동기화, 정보 비대칭, 집단적 담합 효과라는 세 가지 구조에 주목한다. 경쟁 아파트의 정보를 바탕으로 서로 임대료를 따라 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임차인은 알고리즘의 산출 근거를 알 수 없으며, 권고 가격을 다수의 임대업체가 따를 경우 사실상 담합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임대업체는 세입자 1인당 평균 월 99달러를 더 부담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지시티는 알고리즘 기반 임대료 책정 도구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지난달 시의회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실시간 임대가 산정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제한하고, 비공개 데이터를 통한 가격 인상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조치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미니애폴리스, 샌디에이고 등에서도 시행 중이며, 콜로라도, 덴버 등은 주 차원의 입법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한편 미국 연방 법무부는 RealPage와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형 임대업체들을 대상으로 셔먼법(Sherman Antitrust Act)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은 임대업자들이 RealPage를 통해 민감 데이터를 공유하고, 알고리즘이 임대료를 인상하도록 권장하며, 이를 다수 기업이 따름으로써 사실상 담합을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하원에서는 지방정부의 AI 관련 규제를 10년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제지시티 같은 도시 조례는 무력화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AI 임대료 책정의 윤리성과 공정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동화가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정한 가격 경쟁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시민은 Reddit 등에서 “AI라는 말은 실제로 단순한 수학적 알고리즘일 뿐”이라며 “이제 수학도 금지하자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AI 기반 임대료 책정은 한편으로는 데이터 효율성과 운영의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주거 안정성이라는 공공재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제지시티의 사례는 기술 발전 속에서 지역 사회가 어떻게 주도권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기술의 편리함과 공공의 이익, 그 균형점은 지금도 논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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