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 중 하나이자, 미국 정치와 여론의 중추를 뒤흔드는 존재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단순히 어느 진영에 속한다고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한 궤적을 지닌다. 특히 그는 한때 민주당의 정책 기조에 깊이 공감하며 지지를 표명했지만, 최근 수년 간 민주당과의 거리를 벌이며 새로운 정치적 정체성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머스크가 민주당과 정치적 연대를 맺게 된 이유와 그 배경을 중심으로, 그가 어떻게 “기술 낙관주의자에서 정치적 경계인”으로 변화했는지를 조명한다.

기술과 진보의 교차점에서: 머스크의 초기 정치 지향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청소년기에는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민자 출신의 그는 미국의 자유주의 문화와 기술 중심 사회에 깊이 매료되었고, 이를 자신의 철학으로 내면화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지만 이틀 만에 자퇴하고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며 실리콘밸리 정신을 몸소 실현해나갔다.
그의 사업가적 신념은 곧 정치적 입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사회적으로는 진보적이며,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인” 인물로 자신을 설명했으며, 이는 곧 민주당의 중도 진보적 노선과 상당한 공통점을 지닌 것이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민주당은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대규모 예산 지원 정책을 펼쳤고, 이는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 솔라시티, 스페이스X 등 신기술 기반 기업들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머스크는 이 시기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며 정책적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단순히 사업적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 투자라는 이상적 가치에 기반해 민주당과의 연대를 지속했다. 또한 그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대, 공공교통 혁신 등 진보적 정책에 지지를 보내며, 기술을 통한 사회 개혁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진보 노선과 손을 맞잡았다.
다양성, 이민, 윤리적 책임: 민주당과의 철학적 공감
머스크의 민주당 지지는 단지 에너지 정책이나 기술 혁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이민자 출신이라는 개인적 배경 속에서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는 민주당이 강조하는 다문화주의와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머스크는 이슬람권 국가 입국 금지 정책에 반대하며 대통령 경제자문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미국은 이민자에 의해 세워진 국가이며, 그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정의 영역에서도 머스크는 민주당과 유사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불러올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형사 사법 제도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 성소수자 권리 옹호 등에 목소리를 냈다. 이는 기존 민주당의 진보적 가치들과 긴밀하게 연결된 주제들이었다.
특히 그는 과학과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을 강조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엔 봉쇄 조치에 비판적이었지만, 동시에 백신 접종의 과학적 효용에 대해서는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정파적 입장보다는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태도는 진영 논리를 넘어서 민주당의 실용적 진보주의와 접점을 이루는 측면이 있었다.
균열의 시작: 민주당과의 철학적 거리감
그러나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며 머스크의 민주당 지지는 점차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비판한 부분은 바로 점점 강화되는 규제 환경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정책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의 마찰은 그의 정치적 거리감의 상징적 사례다. 코로나19 기간 중 테슬라 공장의 운영 재개를 둘러싸고 지방정부와 충돌한 머스크는, 결국 회사를 텍사스로 이전하며 민주당이 다수인 주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머스크는 노동조합 문제에서도 민주당과 갈등을 빚었다. 그는 테슬라 공장에서의 노조 결성 시도를 반대하며, 유연성과 창의성 중심의 기업 문화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노동자의 집단적 권리와 충돌하는 대목이었다.

가장 극적인 전환점은 그가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현 X)를 인수한 이후 찾아왔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콘텐츠 규제를 최소화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로 인해 민주당 측에서는 극우 성향의 허위정보가 플랫폼에서 방치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정치적 공정성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진보 진영의 위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머스크가 민주당 내에서 더 이상 자신의 철학과 미래를 실현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기술 낙관주의자로서 민주당과 손잡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민주당이 자신의 핵심 가치인 창의성과 시장 중심의 유연성, 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이 진보의 이름으로 점차 통제와 규제의 정당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머스크는 정치적 경계인으로서 새로운 노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어떻게 트럼프 지지자로 전환하게 되었는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유대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최근 들어 왜 결별 수순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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