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의 뉴욕” – 커피의 도시에서 피어나는 차(Tea)의 반란, Tea Around NYC

Tea Around NYC – 티하우스 4곳 집중 탐방

“뉴욕에서 차(Tea)를 마신다고요?”
한때는 낯설게 들렸을 이 말이, 이제는 브루클린부터 소호, 플러싱까지 뉴욕 전역에서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스타벅스와 블루보틀이 지배하던 커피 위주의 카페 문화 속에서, 찻잎의 고요한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Tea Around NYC’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티하우스를 직접 방문하고, 차를 통해 뉴욕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읽어내고자 기획된 취재 시리즈다. 본지는 이번 기사를 통해 뉴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찻잔의 세계’를 밀도 있게 들여다봤다.

차 문화의 르네상스, 뉴욕에서 다시 피어나다

전통적으로 커피가 지배적인 미국의 카페 문화 속에서도, 차는 그만의 정체성과 팬층을 점점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건강, 명상, 미식 문화와 맞물리며 티하우스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공간은 단순한 음료 판매를 넘어 ‘차 명상’, ‘티 테이스팅 클래스’, ‘차 테라피’ 등 웰빙 문화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뉴욕처럼 이민자와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는 도시에서는 홍차, 녹차, 허브티, 말차, 밀크티까지 전 세계 차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1. Tea & Sympathy (Greenwich Village)

“런던의 오후가 뉴욕으로 이사 왔다”

영국 출신 오너가 직접 운영하는 이곳은 1990년대부터 뉴욕의 티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아온 터줏대감이다. 레이스 테이블보, 영국 국기 머그잔, 빅벤 사진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으며, 차와 함께 제공되는 전통 영국식 브런치와 디저트는 꾸준한 인기 메뉴다.

[출처: Tea & Sympathy 홈페이지]
  • 대표 메뉴: Afternoon Tea Set, English Breakfast
  • 특이사항: 모든 직원이 실제 영국식 억양으로 주문을 받아주는 ‘몰입형’ 서비스 제공

2. Cha-An Teahouse (East Village)

“말차를 마시는 것은 하나의 철학”

Cha-An은 뉴욕의 바쁜 일상에 ‘정적(靜)’이라는 단어를 다시 불러온 티하우스다. 다다미를 연상시키는 목재 인테리어와 종이등 조명이 어우러지며, 여기에 고요한 배경음악이 더해져 완전히 다른 감각의 공간을 창조한다.

[출처: Cha-An 홈페이지]

말차 외에도 유자홍차, 보이차, 동양식 디저트 플레이트가 높은 완성도로 제공된다. 예약 없이 가면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3. Harney & Sons Fine Teas (SoHo)

“차는 취향을 담은 컬렉션”

티의 전문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경험하고 싶다면 Harney & Sons는 빠질 수 없다.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인 소호 매장은 마치 차의 도서관처럼 정갈하게 정렬된 수백 개의 티통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출처: Harney 홈페이지]

방문자들은 블렌딩 철학, 찻잎 품질, 향 차이까지 직접 체험하며 ‘차의 세계’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다.

  • 대표 블렌드: Paris, Victorian London Fog, Dragon Pearl Jasmine
  • 체험 포인트: 주말 시음 테이블 운영 및 계절별 한정판 블렌딩 공개
4. Prince Tea House (East Village & Flushing 외)

“디저트와 티의 인스타그래머블한 결합”

젊은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린스 티하우스는 홍콩식 밀크티, 라벤더 얼그레이, 로즈 히비스커스 등 향기로운 블렌딩과 정성껏 플레이팅된 디저트로 유명하다.
특히 케이크, 타르트, 마카롱, 팬케이크 등 모든 디저트는 주문 후 개별 세팅되며, 여성 고객 비중이 매우 높다.

[출처: Prince Tea House 홈페이지 화면 캡쳐]
  • 대표 메뉴: 라벤더 얼그레이 밀크티, 자스민 푸딩, 유자 치즈케이크
  • 특징: 브런치보다는 야간 디저트 카페로 인기 높음

차가 열어주는 도시의 또 다른 리듬

뉴욕에서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한 음료 소비를 넘어 **‘나를 잠시 멈추게 하는 행위’**로 작용한다.
커피가 에너지와 속도를 상징한다면, 차는 여유와 사색, 그리고 연결을 의미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차들이 같은 도시 안에서 조우하는 광경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본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찻잔 속에 담긴 건 단순한 액체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이고, 위로이며,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온기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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