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0일 오후, 뉴욕 맨해튼 로어(Manhattan Lower East Side) 일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제추방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며, 뉴욕 경찰(NYPD)은 시위 참가자 최소 80명을 현장에서 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시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공공연히 언급한 ‘이민자 전원 추방’ 발언과, 공화당 경선 후보들이 강조한 이민 단속 강화 기조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확산되며 촉발됐다. 특히 지난주 플로리다에서 진행된 ICE의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 작전 이후, 뉴욕시를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자발적인 반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맨해튼 시위는 당초 로어이스트사이드 지역 내 ‘톰킨스 스퀘어 파크(Tompkins Square Park)’에서 평화적인 행진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No human is illegal”, “Abolish ICE”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으며, 몇몇 시위대는 ICE 관할 사무소 앞 도로를 점거하며 좌시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위가 밤 8시를 넘어서면서 일부 참가자들이 도로 중앙으로 진입하고, 경찰의 해산 요구에 불응하자 NYPD가 진압 부대를 동원해 강제 해산에 나섰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방패를 든 경찰관들이 시위대와 대치하는 장면과, 수갑을 찬 채 연행되는 다수의 참가자들이 포착됐다. 경찰은 “공공질서 및 교통 혼잡 방지”를 이유로 체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NYPD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시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공공 안전과 법질서 역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이번 체포는 “불법 점거 및 해산 명령 불응 행위에 국한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민단체와 인권변호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뉴욕시민자유연맹(NYCLU)은 “비폭력 시위에 대한 과잉 대응”이라며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체포된 시위자 중에는 고등학생, 이민 가정의 시민권자, 공공기관 직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브루클린 거주자 사라 안드레(Sarah Andre, 29)는 “나는 라티노 이웃들과 연대하기 위해 나왔다”며 “ICE는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으며,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바이든 캠프 측은 “이민자 커뮤니티에 대한 무차별적인 단속은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발언은 “위협적이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번 맨해튼 시위를 기점으로 뉴욕시 전역에서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연쇄 시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관련 단체들은 6월 15일 브롱크스와 퀸즈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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