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간] 허드슨 강을 품은 작은 생활도시, 포트리의 오늘

뉴저지 버겐카운티 동쪽 끝에 자리한 포트리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사이에 두고 맨해튼을 바로 마주하는 도시다. 지도를 펼쳐 보면 뉴욕의 거대한 도시권에 꼭 닿아 있으면서도, 한 걸음만 뗀 듯 교외의 조용함과 주거의 안정성을 그대로 품고 있다. 허드슨 강을 끼고 펼쳐지는 언덕 위 주택가와 고층 콘도, 오래된 상권이 조화롭게 얽혀 있는 이 도시는 한눈에 보기엔 소박하지만, 그 속에는 매우 다양한 층위의 삶이 공존하고 있다. 포트리는 ‘뉴욕 옆의 교외 도시’라는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다문화성과 실용성이 동시에 살아 있는 생활 도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포트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지리적 위치가 만들어낸 도시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맨해튼과의 거리는 자동차로 단 몇 분에 불과하고, 대중교통으로도 금세 뉴욕 중심부로 이어진다. 이런 접근성 덕분에 포트리는 오래전부터 뉴욕 직장인들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거주지였고, ‘뉴욕의 도시성’과 ‘교외의 주거 안정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지역으로 기능해 왔다. 실제로 포트리의 하루는 뉴욕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아침에는 트랜짓 버스와 자가용으로 뉴욕으로 향하는 통근자들이 움직이고, 저녁이면 다시 조용한 주택가가 제자리를 찾는다. 이러한 생활 리듬 속에서 포트리는 도시와 교외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독특한 일상의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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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트리의 매력을 단순히 교통으로만 정의할 수는 없다. 이 도시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다문화 생활권이며, 지역 전체가 다양한 언어·음식·문화가 뒤섞여 움직이는 생활 무대에 가깝다. 뉴욕과 가까운 지리적 요건은 이민자 정착지로서 포트리를 특별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아시아계·유럽계·남미계 등 여러 문화권의 주민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다양성은 도시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도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 블록 내에 가정식 다이너, 한식당, 이탈리아 음식점, 일본 음식점, 라틴 식료품점이 순서 없이 이어지고, 서로 다른 문화권의 생활 습관과 취향이 거리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간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특히 포트리에서 한국계 커뮤니티의 존재감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공식 인구 통계는 한국인을 독립 집단으로 분류해 발표하지 않아 정확한 비율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도시의 상권과 생활 기반만 보아도 상당한 규모의 한국계 거주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한식당, 베이커리, 한국 식료품점, 의료·법률·교육 서비스 등 한인 커뮤니티 중심 업종이 고르게 분포해 있고, 이는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오랜 기간 지속된 정착 패턴의 결과다. 최근에는 1세대뿐 아니라 2세대·3세대, 뉴욕에서 일하는 젊은 직장인, 새롭게 유입되는 아시아계 가족과 다문화 가정의 비중이 더욱 늘며 도시 구성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즉, 포트리는 ‘한국인이 많은 도시’라기보다 ‘한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아시아계·이민자 집단이 함께 만드는 다문화 도시’에 가깝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교육은 포트리를 선택하는 많은 가족에게 중요한 기준이다. 포트리 학군은 뉴저지 교외 지역 전반의 특징을 고르게 가진 안정된 공교육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위한 영어 학습 지원이나 학습 보조 프로그램도 잘 마련되어 있다. 학군 전체가 특출하게 뛰어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뉴욕 접근성·다문화 환경·생활 안정성을 고려하면 교육 환경은 충분히 실용적이고 균형 잡혀 있다고 평가된다. 인근 지역에는 사립학교, 특성화 학교, 대안 교육기관 등 선택지도 있어, 교육에 민감한 가정이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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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안전 역시 포트리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포트리는 뉴욕과 인접한 도시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안정된 치안 환경을 유지해 왔다는 평가가 많다. 상업 지역에서는 차량 절도나 소규모 사건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대도시 근교에서 흔히 나타나는 범위 내에 있고, 주거 지역은 비교적 조용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권의 주민이 함께 오랜 기간 지역을 유지해 온 덕분에 커뮤니티 기반의 생활 안전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있으며, 밤에도 무리 없이 걷고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주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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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리의 일상을 진짜로 이해하려면, 이 도시가 가진 ‘작지만 국제적인 감각’을 직접 체험해야 한다. 길을 따라 늘어선 서로 다른 문화권의 상점들, 강변으로 이어지는 산책길, 오래된 주택과 현대식 콘도가 어우러진 풍경, 그리고 저녁마다 조용히 도시에 내려앉는 리듬은, 포트리가 단순한 교외 주거지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문화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뉴욕의 도시성에 익숙한 사람도, 교외의 안정감을 원하는 사람도, 다양한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도 모두 이곳에서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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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리는 뉴욕에 인접한 도시라는 사실을 넘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온 도시다. 다양한 이민자의 삶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다층적인 결, 실용적이면서도 안정된 주거 환경, 뉴욕과의 연결을 기반으로 한 생활의 확장성, 그리고 교육과 치안이라는 기본 요소의 균형은 포트리를 특별한 도시로 만든다. 허드슨 강을 내려다보는 이 작은 도시 안에는 여러 문화의 흔적이 교차하고, 새로운 주민과 오랜 거주자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포트리는 그 자체로 작은 세계이며, 뉴욕과 교외의 경계에서 오늘도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살아 움직이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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