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머스크와 미국 정치의 재편 2부]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동맹, 개입, 그리고 결별의 정치

일론 머스크는 한때 민주당의 정책적 파트너로서 기술 기반 진보주의의 상징적 인물이었으나, 2020년대 중반 들어 그 정치적 좌표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특히 2024년 미국 대선 국면에서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와 손잡으며 미국 정치의 한복판으로 진입했고, 트럼프 재선의 주요 후원자이자 정책 파트너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동맹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5년 이후 양자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머스크는 다시금 정치적 독립을 모색하고 있다. 머스크는 왜 트럼프를 지지했으며, 이 정치적 유대는 어떻게 형성되고 또 붕괴되었을까?

트럼프와의 정치적 동맹: 전략적 계산과 이념적 접점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와 정치적 연대를 맺은 배경에는 전략적 계산이 작용했다. 민주당과의 결별 이후, 그는 점차 공화당 내 자유시장주의 및 규제 완화 세력과 정책적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주요 사업이 정부 규제와 노동조합 압력에 직면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작은 정부’와 감세 중심 기조는 머스크에게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2023년 말부터 머스크는 점진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표명하기 시작했고, 2024년 대선 국면에서는 약 2억 7천만 달러의 자금을 트럼프 재선 캠프에 기부했다. 이는 트럼프 캠프 내 최대 민간 후원자였으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설된 ‘정부 효율성 부서(DOGE)’의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DOGE는 연방정부의 비효율적 예산 집행과 행정 절차를 감시하는 기구로, 머스크는 이 부서를 통해 “정부의 스타트업화”를 주장하며 자신만의 개혁안을 추진했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유대는 정책적 협력을 넘어서 정치적 상징성이 있었다. 두 사람은 SNS를 통해 직접 여론을 형성하고,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을 공유하며 ‘기득권에 맞서는 반체제 동맹’이라는 서사를 함께 구축했다. 머스크의 트위터/X 운영 방식은 트럼프의 ‘직접 소통’ 전략과 궤를 같이 했으며, 이로 인해 공화당 내 젊은 세대와 기술 지지층에서 머스크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혁신가”로 치켜세우며 공공연히 신뢰를 보냈고, 머스크 역시 트럼프의 정책 중 다수에 지지를 표명하며 유사한 이상을 공유하는 듯 보였다.

갈등의 표면화: “아름다운 법안”과 그로 인한 균열

그러나 이 동맹은 2025년 봄, 트럼프가 집권 초반 추진한 대규모 재정법안인 ‘One Big Beautiful Bill’을 계기로 급속히 균열되었다. 이 법안은 기업 및 고소득층 대상 대규모 감세를 포함하는 동시에, 군사비와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한 지출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었다. 머스크는 이 법안을 두고 “역겨운 괴물(abomination)”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특히 연방 부채를 2조 4천억 달러 이상 증가시킬 것이라 경고했다.

이 발언은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개 비판한 첫 사례였으며, 트럼프 진영에서는 곧바로 강력한 반발이 이어졌다. 백악관은 머스크의 DOGE 직책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 플랫폼인 Truth Social을 통해 머스크를 “불충실한 파트너”라고 비난했다. 이후 머스크는 자발적으로 정부 역할에서 물러났으며, 정치적으로도 독립을 선언했다.

양자 간의 갈등은 단지 정책 차이에 그치지 않았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사법 리스크와 사익 추구를 위해 공공재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암시하며 탄핵 가능성을 거론했다. 트럼프 측은 이에 대해 머스크가 연방 정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이 충돌은 공화당 내부의 분열까지 야기하며, 트럼프 핵심 지지층과 머스크를 지지하던 젊은 보수층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정치적 독립 선언과 향후 전망

2025년 중반 이후 머스크는 더 이상 특정 정당에 속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새로운 정치 연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는 “America Party”라는 이름의 제3정당 창당을 제안하며, 기존 양당 구도에 대한 도전을 예고했다. 이 정당은 자유시장, 과학 기반 정책, 기술 주도의 행정개혁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울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정치 참여를 넘어, 미국 정치 전반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머스크는 단순한 기업가를 넘어 ‘의제 설정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했으며, 특히 기술과 정치의 교차점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변덕스러운 정치 행보와 개인적 신념에 따른 정책 대응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가 제3정당 창당에 성공하더라도 얼마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머스크와 트럼프의 동맹과 결별은, 단순한 두 인물 간의 개인적 감정 다툼이 아니라, 미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와 가치 충돌, 그리고 기술 권력의 정치 개입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다음 선거를 향한 여정에서 머스크는 과연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미국 정치는 그 선택에 어떻게 반응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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