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실시된 뉴저지 주지사 예비선거에서 민주당의 미키 셔릴(Mikie Sherrill)과 공화당의 잭 치아타렐리(Jack Ciattarelli)가 각각 당의 공식 후보로 확정됐다. 두 후보는 오는 11월 본선에서 뉴저지 제57대 주지사직을 놓고 맞붙게 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접전이 예상된다.
이번 예비선거는 총 8,800만 달러 이상의 선거 자금이 투입되며, 뉴저지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 경선으로 기록됐다. 일부 분석 기관에서는 후보자 캠페인, 정치 활동 위원회(Super PAC), 관련 이해관계자 후원 등을 모두 포함하면 1억 2,250만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는 추산도 내놓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미키 셔릴은 해군 조종사 출신으로, 연방 검찰에서 근무한 후 현재는 뉴저지 제11선거구를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이번 캠페인에서 재생 에너지 확대, 공교육 강화, 여성의 낙태권 보장, 중산층 세금 완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특히 북부 뉴저지의 교외 유권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셔릴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뉴저지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포용과 공정,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화당의 잭 치아타렐리는 2021년 주지사 본선에서 필 머피 현직 주지사에게 근소한 표 차이로 패한 바 있는 정치인이다. 이번 경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식 지지를 받으며, 보수 진영의 결집을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선거 직전 Truth Social을 통해 “잭은 진정한 공화당 지도자이며 뉴저지를 되찾을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치아타렐리의 ‘공화당 단일후보’ 지위를 확고히 했다.
치아타렐리는 공공안전 강화, 주택세 인하, 학부모의 교육 권리 확대, 트랜스젠더 학생 관련 교육 정책 재검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그는 “머피 행정부 8년은 규제 과잉과 재정 낭비의 연속이었다”며, 셔릴과 민주당이 다시 집권할 경우 “뉴저지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예비선거는 중간선거가 아닌 해의 경선임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관심과 자금이 집중되었다. 공식적인 투표율 수치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우편투표와 조기투표를 포함한 잠정 자료에 따르면 약 31% 안팎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20년간 치러진 뉴저지 예비선거 중 가장 높은 수준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본선이 단순한 주지사 선거를 넘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셔릴은 중도 및 교외 유권자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치아타렐리는 트럼프 지지 기반의 결집으로 보수층을 효과적으로 규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이념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재임 중인 민주당 소속 필 머피 주지사는 뉴저지 헌법상 3선이 불가능해 이번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다. 이로써 두 후보 모두 ‘비현직’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으며, 주지사직을 놓고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셔릴과 치아타렐리 모두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확고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선거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뉴저지는 최근 몇 년간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평가되었으나, 2021년 선거에서 치아타렐리가 예상보다 근소한 차로 패한 전례가 있어 공화당의 반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다가오는 11월 본선은 단순히 주정부의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것을 넘어, 트럼프 이후 미국 정치의 진로를 둘러싼 상징적 승부처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는 이 치열한 맞대결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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