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0일, 뉴저지 주의 정치 지형을 뒤흔든 경선 결과가 나왔다. 5명의 강력한 경쟁자를 제치고 미 연방 하원의원 미키 셰릴(Mikie Sherrill) 의원이 뉴저지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공식 지명된 것이다. 그녀는 이번 경선에서 34%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30% 초반에서 고르게 분포된 나머지 후보들과의 박빙 승부를 제압했다. 미키 셰릴은 해군 장교 출신, 연방 검사 출신, 4선 연방 하원의원이라는 독특한 경력을 지닌 인물로, 민주당 내에서 ‘강한 중도파 여성 후보’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녀의 정치적 부상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이 아닌, 뉴저지 정치의 세대 교체와 여성 정치 리더십 부상을 상징한다. 본 기사는 미키 셰릴 후보의 삶, 정치철학, 주요 공약, 그리고 2025년 주지사 선거가 갖는 함의를 중심으로 그녀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자 한다.
해군에서 검사, 그리고 정치인으로
미키 셰릴은 1972년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나 뉴저지에서 성장했다. 1994년 미 해군사관학교(USNA)를 졸업한 뒤, 해군 헬리콥터 조종사로 복무하며 중위(Lieutenant Commander) 계급까지 올랐다. 복무 기간 동안 유럽과 중동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으며, 군 복무 후에는 조지타운 로스쿨에 진학해 법학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2003년부터 뉴저지 연방검찰청 소속 검사로 활동하면서 마약 조직, 공직 비리, 경제 범죄 등 다양한 사건을 담당했다. 법 집행자로서의 경험은 그녀에게 강한 공공 안전 의식과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을 심어주었고, 이는 후일 정치인으로서의 정책 노선에도 크게 반영된다.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였다. 그녀는 “공공의 봉사란 단지 명예가 아니라 책임”이라고 말하며, 변화하는 미국 사회 속에서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하원 입성, 그리고 네 번의 승리
2018년, 셰릴은 공화당이 오랜 기간 장악해온 뉴저지 11지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현직인 로드니 프레일링하이젠(Rodney Frelinghuysen)의 불출마로 열린 선거였지만, 공화당의 기반이 강한 지역이었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참신한 이미지와 군 출신이라는 배경, 그리고 검찰 경력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고, 민주당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큰 차이로 당선됐다.

그 후 2020년, 2022년, 2024년 선거에서도 모두 승리하며 4선 의원이 된 셰릴은 군사, 교육, 인프라, 여성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그녀는 교육 정책에 강한 관심을 보이며, 공립학교 예산 확대, 교사 처우 개선, STEM 교육 활성화를 위한 예산 확보에 힘썼다. 또한 여성 군인 및 재향군인 권리 강화를 위한 연방 입법 활동도 활발히 전개했다.
2025년 민주당 경선의 승자
2025년 민주당 주지사 후보 경선은 그야말로 ‘빅매치’였다. 경쟁자로는 고트하이머 하원의원, 스티븐 풀롭 저지시티 시장, 라스 바라카 뉴어크 시장, 뉴저지 교원노조 지지 후보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각자는 지역 조직과 기반이 탄탄한 인물들이었기에 셰릴의 승리는 그 자체로 주목받았다.

경선 과정에서 셰릴은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즉, 치솟는 생활비, 약값, 주택 비용, 보육 비용 등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녀는 연설과 광고를 통해 반복적으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뉴저지의 가정은 지금도 살기 벅차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한편, 그녀는 공화당 후보인 잭 치아타렐리를 향해 강경한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으며 보수 강경 노선을 택하자, 셰릴은 “치아타렐리는 트럼프의 대변자에 불과하다”며 “뉴저지의 미래는 과거의 복사판이 되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셰릴의 정책 비전
미키 셰릴의 정책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경제 안정성, 교육 개선, 공공 보건, 그리고 기후 및 인프라.

- 경제 안정성과 생활비 절감: 중산층 세금 감면, 공공 주택 투자 확대, 재산세 개편 등으로 뉴저지의 비싼 삶의 비용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약값 협상권 확대와 보험 구조 개편을 통한 의료비 절감도 포함된다.
- 교육 혁신: 셰릴은 공립 교육의 질적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교사 급여 인상, STEM 및 컴퓨터 과학 교육 강화, 기술학교 및 커뮤니티 칼리지 투자 확대 등이 핵심 공약이다.
- 공공 보건과 안전: 정신건강 서비스 확대, 지역 병원 지원 강화, 총기 규제 강화 및 경찰 개혁을 병행하는 복합적 안전 정책을 제시했다.
- 기후 대응과 인프라: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 기후 친화적 교통망 확대, 뉴욕-뉴저지 간 통근자 전철망 개선 등 실질적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성 주지사’라는 상징성
미키 셰릴이 만약 2025년 11월 본선에서 승리한다면, 뉴저지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주지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첫 번째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재임한 크리스틴 휘트먼(Christine Todd Whitman)이었다. 때문에 “첫 여성 주지사”라는 표현은 부정확하지만, 20여 년 만에 등장한 여성 후보이자, 민주당 소속으로는 최초의 여성 주지사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

또한 그녀는 군인 출신, 검사 출신, 하원의원 출신이라는 복합적 정체성을 가진 유일한 여성 후보이기도 하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리더십과 실행력을 상징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 속 셰릴의 위상
이번 뉴저지 주지사 선거는 지역 선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이 선거는,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시험대로 해석되기도 한다. 치아타렐리가 트럼프의 강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셰릴은 민주당 진영의 ‘정책적 대안’을 넘어 ‘정치적 균형자’로서의 역할이 부여된다.

여론조사에서는 셰릴이 초반에는 소폭 열세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1~2% 격차 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층의 흐름과 청년·여성 유권자의 참여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마무리: 뉴저지, 그녀의 리더십을 시험하다
미키 셰릴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한결같이 ‘봉사’를 중심에 두고 행동해왔다. 군에서, 법조계에서, 의회에서 그녀는 주어진 책무에 충실했다. 이제 그녀는 뉴저지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행정가로서의 역할에 도전하고 있다.

그녀의 비전은 이상적인 좌우 구도가 아니라, 실용주의적 해결 중심의 정책이며, 그녀의 리더십은 단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경험’과 ‘헌신’에 기반하고 있다.
뉴저지는 지금, 그런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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