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의 심장부, 워싱턴 스퀘어 파크를 중심으로 펼쳐진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 이하 NYU)는 전통적인 의미의 ‘캠퍼스’를 거부한다. 담장도, 문도, 경계도 없이 도시 한복판에 스며든 이 대학교는 ‘도시 전체가 배움의 공간’이라는 철학을 상징적으로 실현하는 교육기관이다. 이번 기획의 첫 편으로, 도시형 글로벌 대학 NYU의 정체성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본다.

도심 속 캠퍼스, 경계를 허문 배움
1831년 설립된 NYU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역사를 가진 사립 대학이지만, 그 형태와 문화는 매우 비전통적이다. 일반적인 미국 대학이 넓은 교정을 중심으로 건물들이 모여 있는 데 반해, NYU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와 그 주변 블록 전체가 캠퍼스 역할을 한다. 학교 건물과 레스토랑, 상점, 공연장, 주거 공간이 뒤섞인 이 풍경은 도시와 대학이 공존하고 있는 살아 있는 장면이다.

이러한 공간 구조는 학생들에게 ‘도시를 살아가는 방법’을 학습하게 한다. 통제된 대학 울타리 안에서가 아닌, 실제 사회 속에서 활동하며 배우는 경험은 특히 예술, 미디어, 정치학, 도시연구 등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된 학문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낸다. 이는 NYU가 실용주의 교육에 강점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문과 창의성의 융합지대
NYU는 학문적 깊이와 동시에 창의적 실험이 허용되는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특히 티쉬예술대학(Tisch School of the Arts), 스턴경영대학(Stern School of Business), 법학대학원(School of Law), 갤러틴개별학문대학(Gallatin School of Individualized Study)은 각각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정체성과 명성을 자랑한다.

티쉬예술대학은 영화, 연극, 사진,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커리큘럼과 인프라를 제공하며, 스파이크 리, 마틴 스콜세지, 레이디 가가 등 수많은 세계적 예술인을 배출해왔다. 스턴경영대학은 뉴욕의 경제 중심지에 위치한 입지를 활용하여 산업계와의 실시간 연계를 자랑하고, 학생들은 월스트리트와의 직접적 연계 속에서 경영 전략과 금융 실무를 배운다.

특히 갤러틴대학은 학생이 자신의 전공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전통적인 학문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지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곳의 학생들은 철학과 인공지능, 문학과 생명윤리처럼 서로 다른 학문을 융합해 자신만의 연구 세계를 개척해나간다.
다양성과 글로벌 비전의 실현
NYU는 미국 대학 중 가장 국제화된 학교 중 하나로, 2024년 기준 전체 학부생의 약 25%가 국제학생이며, 130여 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NYU는 또한 일찍이 ‘글로벌 캠퍼스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도입해 아부다비(NYU Abu Dhabi), 상하이(NYU Shanghai) 등 세계 각지에 캠퍼스를 설립하며 진정한 글로벌 교육 모델을 제시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동일한 커리큘럼을 각자의 지역에서 수학하며,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캠퍼스를 오갈 수 있게 만든다.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사고방식, 문화 간 소통 능력, 적응력은 NYU 학생들이 사회로 나아갈 때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도시의 문화와 함께 자라는 학생들
NYU 학생들은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를 교육 자료로 삼는다. 수업은 박물관, 미술관, 극장, 스타트업 오피스, 공공정책 기관 등 다양한 도시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이론과 실천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뉴욕의 다채로운 인구 구성과 문화 현장은 학생들에게 실제 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체험하게 한다.

이런 교육 방식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사회 참여와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한다. 뉴욕시 정부와의 정책 프로젝트, 로컬 NGO와의 협업, 다문화 커뮤니티 대상의 봉사 프로그램 등은 NYU 교육의 일부로 통합되어 있다. NYU의 졸업생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원 경쟁률과 입학 전략
NYU는 매년 미국 내외의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는 경쟁이 치열한 명문대학이다. 2024학년도 기준으로 약 12만 명에 달하는 지원자 중, 전체 합격률은 약 8%에 그쳤으며, 티쉬 예술대학, 스턴경영대학 등 인기 전공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한다. 입학사정은 정성적 평가를 중시하며, SAT/ACT 점수보다는 학교 내 성취도, 에세이의 진정성, 추천서, 예술 및 연구 포트폴리오, 사회적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지원자들에게 유리한 전략 중 하나는 NYU의 ‘학교별 성향’을 잘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쉬는 예술적 개성과 독창성이 중요한 반면, 스턴은 수학적 사고력과 리더십, 글로벌 시야를 강조한다. 따라서 단순히 ‘좋은 성적’이 아니라, 해당 학교가 선호하는 인재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와 지원서가 필요하다.
또한 NYU는 도시형 캠퍼스이자 실무 중심 대학이기 때문에, 학문적 호기심 외에 실제 프로젝트나 사회참여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 높은 평가를 주는 경향이 있다. 인터뷰와 에세이에서 “도시 속에서 배우는 경험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찰하고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팁이다.
혁신과 변화의 최전선에서
NYU는 캠퍼스 개발과 교육 혁신에서도 선도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최근에는 AI와 데이터 과학, 지속가능성, 공공의료 등 새로운 학문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학부와 연구소를 확장하고 있다. 또, 뉴욕시와 협력한 기술혁신 캠퍼스인 ‘NYU Tandon School of Engineering’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또한, NYU는 학문 간 경계 허물기와 학생 중심 교육을 꾸준히 추구해왔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지식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NYU의 시도는 앞으로의 대학 모델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NYU는 단순히 ‘좋은 대학’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리듬 속에서 배우고, 다양한 문화와 충돌하며, 기존의 지식을 다시 쓰는 공간이다. 뉴욕이라는 도시와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된 이 대학은, 현대 고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도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하나의 현장이다. 도시와 함께 숨 쉬는 대학, 그곳이 바로 NYU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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