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좋은날'은 지금…잠실 4만여 관객앞 마지막 '3단 고음'

10일 전 by 플랜X K-POP


데뷔 14주년 날에 K팝 여가수 주경기장 첫 공연…열기구·드론쇼 볼거리도 풍성 "'팔레트'·'좋은날' 오늘 졸업…아쉽고 두렵지만 새로운 공연 위해 결정" 청력 기능 난조 고백…"1년 전부터 컨트롤 잘 안 되는 상황"





"저 오늘 데뷔 14주년 기념일입니다. 이렇게 완벽한 날에 콘서트를 하면서 데뷔 기념일까지 챙길 수 있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18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는 우주처럼 커다란 검은 전광판이 세워졌다. 그리고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을 맞은 아이유가 그 앞에 홀로 섰다. 꽉 찬 객석에서는 응원봉 물결이 '반짝반짝' 태양 같은 금빛으로 넘실댔다.

이날 데뷔 14주년을 맞은 아이유가 '꿈의 무대'로 불리는 잠실 주경기장에서 연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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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여성 아티스트 처음으로 잠실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아이유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유는 아파트 몇 개 층 높이는 족히 돼 보이는 거대한 전광판을 가르며 공중에서 등장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슈가가 프로듀싱한 '에잇'을 시작으로 '셀레브리티', '내 손을 잡아' 등 히트곡을 쏟아냈다.

흰 드레스는 청아한 목소리와 잘 어울렸고, 밴드 라이브에 맞춰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똑 부러진 고음으로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아이유는 이날로부터 꼭 14년 전인 2008년 9월 18일 국내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대중을 만났다.

이후 '좋은날'·'너랑 나' 등의 메가 히트곡으로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오르더니 '팔레트'·'셀레브리티' 등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가장 성공한 20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등극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배우로도 활동해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다.

아이유는 "오늘 더워서 여러분이 고생할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도 "노을 질 때 석양을 보고 '에잇'을 부르고 싶었다. 예전부터 기획해 놓은 것인데, 오늘 계획했던 만큼 하늘이 예뻤다"고 운을 뗐다.

노래 도중 인이어가 나오지 않는 해프닝이 빚어지자 "용기 있게 인이어 없이 노래도 해 봤다. 주경기장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라며 "그래도 '관객이 함성을 크게 지르는 게 맞구나' 하고 느끼는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어쿠스틱한 멜로디가 따뜻한 히트곡 '너의 의미'가 흘러나오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아이유가 "이제 여러분 차례 하나, 둘, 셋, 넷"하자 4만3천여 명의 관객들은 떼창으로 노래를 이어받았다.

내친김에 다음 곡인 '금요일에 만나요'에서도 객석을 향해 마이크를 내밀자 팬들은 "우 이번 주 금요일,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라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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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여성 아티스트 처음으로 잠실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아이유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5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잠실 주경기장은 압도적인 규모 때문에 시대를 대표하는 '특급' 아티스트에게만 허락된 장소다. H.O.T., 방탄소년단, 이문세 등 지금껏 이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가수들의 면면을 보면, 20대 여성 솔로 가수가 이틀간 총 8만5천여석을 매진시킨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우리 나이로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그는 빛났던 20대를 상징하는 히트곡 '팔레트'에게 이날 작별을 고했다.

아이유는 "제가 25살 때 이 노래를 작사·작곡하고 정말 소중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불렀는데, 이제 30대가 됐다"며 "이 노래는 이제 25살 지은이(본명)에게 남겨주도록 하겠다. 굳이 이 곡을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정식 세트리스트에서 보기 어려운 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을 부를 때는 커다란 열기구를 타고서 주경기장 장내를 한 바퀴 돌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무한함의 끝과 끝 또 위아래로 비행을 떠날 거야' 하는 노래 가사처럼 하늘에서 열창하는 아이유는 마치 나는 양탄자에서 노래하던 '알라딘' 속 재스민 공주 같았다.

그는 "2층, 3층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려 잠실에 '달'을 띄워봤다"며 "런 스루(Run Through·예행연습) 때에는 너무 무서워서 하지 말까 생각도 했는데 역시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보름달처럼 활짝 웃었다.

아이유는 전 국민을 팬으로 만든 '좋은날'에서는 녹슬지 않은 여전한 '3단 고음'을 뽐냈다. 그의 목에 핏대가 올라가고 고음이 장내를 휘젓는 순간 '팡팡팡'하고 폭죽이 터져 나오면서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그를 스타덤에 올려놨던 이 노래 역시 이날 공연을 마지막으로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는 "제 가장 큰 히트곡이기도 하고 나의 출세곡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추억이 많은 곡"이라면서도 "앞으로는 정식 세트리스트에서는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이 노래를 불렀던 많은 무대가 생각난다"고 되돌아봤다.

'시간의 바깥'을 부를 때는 드론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잠실벌을 화려하게 수놓기도 했다.

아이유는 이들 노래 말고도 '라일락', '겨울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등 약 20곡에 걸쳐 보컬리스트, 싱어송라이터, '대세 댄스 가수' 등을 오가며 공연명 '골든 아워'에 걸맞은 기량을 발산했다.

아이유는 앙코르 무대에서 그간 청력 컨디션 난조를 겪어온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심각한 것은 아닌데 귀를 제가 잘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1년 전부터 있었다"며 "목 상태는 잘 따라줬는데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조금 안 좋아져서 어젯밤과 오늘 리허설을 하면서 지옥처럼 하루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오늘 공연은 정말 여러분이 다 하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팬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공연장 주변은 30도를 웃도는 늦더위에도 팬들로 일찍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팬들은 2019년 이래 3년 만에 열린 대면 공연을 맞아 아이유를 상징하는 보라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더위도 잊은 채 포토존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공연장을 찾은 대학생 최윤희(22)씨는 "아이유는 직접 작사하는 가사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며 "두 번째 콘서트 관람인데 공식 팬클럽에 가입해 있던 덕분에 뒷줄 자리라도 예매할 수 있었다"며 즐거워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올라와 아침 9시 30분부터 현장을 지켰다는 직장인 팬 서동민(28)씨는 "아이유는 팬에게 '역조공'(가수가 팬에게 선물을 주는 것)을 펼치고, 그걸 받은 팬들은 다시 아이유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등 선한 영향력의 원동력이 된다"며 "나는 불면증이 있었는데 아이유의 '밤편지'를 듣고 잠을 청할 수 있게 됐다. 장르를 넘나드는 노래를 들려줘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해 준 점도 좋다"고 말했다.

"'좋은날'은 저 18살 때 불렀던 곡인데, 제가 이제 30살이 됐잖아요. 가사는 '나는야 오빠가 좋은걸'인데 이제 오빠가 많이 없어 보여요. 하하. 저도 '좋은날'을 빼기엔 아쉽고 두렵지만 새로운 세트리스트로 새로운 공연을 하려고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어요. 여러분,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바로 지금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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