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인류 미래, 스스로의 공격성과 바이러스에 달렸다"

15일 전 by 플랜X 매거진



고양이 3부작 완결 '행성' 국내서 출간…

"인간 취약성" 관통 "세계 지도자들, 푸틴 설득해야"…

"프랑스 출간 신작에 이순신 등장"


 


프랑스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1)는 "우리 인류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위협은 크게 두 가지"라며 "바이러스와 인류 스스로를 향한 공격성"을 꼽았다.

최근 '고양이' 시리즈를 완결하는 신작 '행성'(전 2권)을 국내에 출간한 그는 14일 연합뉴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역설했다.

'행성'은 2018년 국내 출간된 '고양이'와 지난해 '문명'에 이은 소설로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 모험을 완결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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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제공]> 


베르베르는 '고양이' 3부작을 통해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지능을 가진 유일한 존재가 아니며, 인류가 사라진 뒤에 고양이가 살아남아 문명을 세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불멸의 존재라고 믿는 인간이란 종의 취약성에 대한 인식"이 연작을 관통한다고 짚었다.


이런 메시지를 더욱 뚜렷하게 전달하듯 '행성'은 전작들보다 디스토피아 색채가 강하다. 인간은 고양이보다, 고양이는 쥐보다 강한 생명체란 인간세계 피라미드를 전복시킨 기존 얼개에 쥐 군단은 더욱 막강해졌다.

전쟁과 감염병으로 인구가 8분의 1로 줄고 황폐해진 세계, 시스템이 마비된 도시는 쓰레기와 쥐들로 뒤덮였다.

바스테트는 쥐를 피해 뉴욕으로 오지만, 이곳 역시 쥐가 점령해 약 4만 명의 인간은 200여 개의 고층빌딩에 숨어 산다. 베르베르에게 "초고층 도시 뉴욕은 쥐들에 쫓겨 공중에 고립된 인류가 줄을 타고 빌딩 사이를 이동하는 아이디어를 구현해줄 도시"였다.

베르베르는 "'고양이' 연작에서 인류 멸망을 초래하는 것은 페스트와 내전인데, 오늘날 벌써 그런 재난이 펼쳐지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들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영토 정복이 러시아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며 "프랑스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 누구도 아직 설득에 성공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행성'에선 인간 서사가 좀 더 비중 있게 다뤄졌다. 102개 인간 집단 대표자들은 프리덤 타워에 모여 총회를 열고 쥐를 없애기 위해 핵무기까지 거론하며 격한 갈등을 표출한다. 마치 미국 사회 축소판처럼 이곳에도 이민자 문제, 인종차별, 성평등 문제 등 갈등과 반목이 존재한다.

베르베르는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인류에게 공동의 불행이 찾아오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인류는 공동의 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출현으로 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계적 차원의 연대를 보여줬다"며 "인간이란 존재는 역경이 닥치면 단결하고 행복한 상태에선 분열하는 본성을 지녔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소설 속 인류 총회 의장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내세운 점도 눈길을 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엔 당선에 실패했는데, 여기선 꿈을 이뤘네'란 표현도 등장한다.

베르베르는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꿈꾸던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빼앗긴 뒤에 모두 승리를 점친 대선에서 또다시 도널드 트럼프에게 졌으니 가슴에 앙금이 남지 않았겠나"라며 "제가 일종의 복수의 기회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연작엔 마침표를 찍었지만, 앞으로도 인류의 진화에 대해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이 주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그는 "미래 세대가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인류의 미래가 야만의 시대가 되지 않으려면 우린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인류의 한 구성원이란 한계가 있지만 최대한 거리를 두고 이 문제를 고민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 향한 호기심과 상상이 구현된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 유별나게 사랑받는다. 세계적으로 2천300만 부 이상 팔린 그의 작품 중 절반 이상인 1천250만 부가 한국에서 읽혔다. 그는 "한국인들은 시선이 늘 미래로 향해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독자"라고 치켜세웠다.


한국 독자에게 선보일 차기작도 이미 예정돼 있다. 프랑스에서 지난해 출간한 '꿀벌의 예언'(가제)과 4월 낸 '개미의 회고록'(가제)이다. '꿀벌의 예언'은 그의 소설 '기억'의 주인공인 르네 톨레다노가 다시 등장하는 소설이다. 그는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게 된 톨레다노가 퇴행 최면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로, 주인공들의 모험담과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지는 일종의 기사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개미의 회고록'은 자서전 성격의 책으로 지난 세월 그에게 일어난 많은 일들과 그의 소설에 영감을 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오는 10월 체스 천재인 두 여성이 지정학적 패권을 두고 대결을 펼치는 신작 '퀸의 대각선'(가제)을 펴낸다. 그는 이 작품에 "명장 이순신이 등장한다"고 귀띔하며 당시 조선은 이웃 나라들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도) 한국은 강한 국력을 지닌 하나의 한국을 바라지 않는 강대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이러한 지정학적 문제들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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