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Sanctuary City’의 역사와 현재

…연방정부와의 충돌로 비화

‘Sanctuary City(이민자 보호 도시)’라는 개념은 단순한 행정 정책을 넘어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 권리와 연방 권력 간의 충돌을 상징하는 정치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특히 뉴욕시는 이 개념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로 평가되며, 수십 년에 걸쳐 이민자 보호 정책을 제도화하고 확대해왔다. 2025년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한 연방 행정부가 뉴욕시를 상대로 ‘헌법 위반’이라는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개념은 다시금 격렬한 논쟁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 용어의 기원은 1980년대 미국 남서부로 도피한 중미 이민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교회 기반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등지의 내전을 피해 온 이민자들이 연방 이민당국에 의해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미국 내 일부 교회들은 이들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른바 ‘성역(Sanctuary)’ 운동을 전개했다. 이 운동은 곧 지방정부 차원으로 확산되었고, 일부 도시는 지역 경찰이 이민자의 신분 정보를 연방 당국에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행정 명령과 조례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Sanctuary City’라는 개념이 제도적 형태로 구체화되었다.

뉴욕시는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이민자 밀집 도시로, 일찍이 이 개념을 공식화한 지역 중 하나다. 1989년 에드 코치(Ed Koch) 당시 뉴욕시장은 행정명령을 통해 시정부 기관들이 불법체류 이민자의 신분을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보고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후 줄리아니, 블룸버그, 드 블라지오 시장 등도 이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왔다. 특히 2014년에는 뉴욕시의회가 범죄경력이 없는 이민자에 대해서는 연방 구금 요청(detainer)을 이행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조례를 통과시켜, 시 차원의 이민자 보호 정책을 법적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조치는 시민사회와 인권단체들로부터 지역사회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뉴욕 경찰(NYPD)은 이민자들이 범죄 피해자 또는 목격자로서 수사에 협조할 수 있도록 신분 관련 두려움을 줄이는 것이 지역 치안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왔다. 이처럼 뉴욕시는 ‘이민자 접근 가능 도시’로서 공공 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하지만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 sanctuary 정책에 대한 연방정부의 반발은 다시금 본격화되었다. 7월 24일, 미국 법무부는 뉴욕시와 에릭 애덤스 시장, 뉴욕시 경찰국장, 시의회 의장을 상대로 연방법 위반 혐의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뉴욕시가 연방 이민법의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헌법의 우월조항(Supremacy Clause)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단지 정책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 맨해튼에서 근무 중이던 세관국경보호국(CBP) 소속 요원이 총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고, 용의자 중 한 명이 과거 ICE의 구금 요청에도 불구하고 뉴욕시의 정책에 따라 석방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이를 ‘뉴욕시 정책으로 인한 공공안전 위협’으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뉴욕시와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뉴욕이민자연맹(NYIC)은 성명을 통해 “이 소송은 지역 자치권에 대한 연방의 과도한 개입이며, 실질적 피해 사례를 확대 해석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에릭 애덤스 시장은 sanctuary 정책의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폭력 범죄 전력자에 대한 처리는 보다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일부 제도 개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시의회는 현행 조례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단지 뉴욕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도 유사한 sanctuary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은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판결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의 연방 정책 불이행 가능 범위, 즉 자치권과 우월조항 간의 경계를 명확히 가르는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결국 sanctuary city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불법체류자 보호’라는 차원을 넘어서, 지역정부의 자율성, 공공안전, 시민의 권리, 그리고 연방주의의 원칙이라는 다층적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뉴욕시는 다시 한 번 미국 내 이민자 권리 보장의 상징적 공간이자,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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