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위에 세운 도시 – Hudson Yards

철도 위에 세운 도시 - 허드슨 야드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허드슨 야드 3부작 기획 ①)

이 기사는 허드슨 야드를 관광지나 부동산 개발 사례가 아닌, ‘도시가 스스로를 확장하는 방식’에 대한 실험으로 다룬다. 허드슨 야드는 땅을 재개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땅이 없던 곳에 도시를 얹은 사건이었다.

맨해튼의 끝, 개발되지 않은 마지막 공간

오늘날의 Hudson Yards가 있기 전, 이곳은 오랫동안 뉴욕 지도에서 의미 없는 회색 지대로 남아 있었다. 맨해튼 서쪽 30번가에서 34번가 사이, 10애비뉴와 12애비뉴에 걸친 광대한 부지는 뉴욕 시민의 일상과 거의 접점이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곳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기차가 잠드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부터 이 지역은 뉴욕 철도 산업의 핵심 인프라였다. 허드슨강을 따라 뻗은 철도 차량기지는 펜실베이니아역으로 진입하기 전 열차들이 대기하고 정비받는 장소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며 철도 물동량은 감소했고, 맨해튼 서쪽 끝에 남겨진 이 광대한 공간은 점점 도시의 ‘사각지대’가 되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문제는 너무 크고, 너무 복잡했다는 점이다. 이 부지는 뉴욕시가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철도는 여전히 운행 중이었고, 차량기지는 기능을 멈출 수 없었다. 동시에 이곳은 맨해튼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초대형 연속 부지였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더 이상 ‘안으로’ 성장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이 철도 위의 공간은 유일한 가능성이자 가장 까다로운 과제로 남아 있었다.

땅이 아닌 ‘공중’을 개발한다는 발상

허드슨 야드 개발의 출발점은 하나의 급진적인 질문이었다.
“철도를 없앨 수 없다면, 그 위에 도시를 얹을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이미 뉴욕에는 철도 위에 건물을 올린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허드슨 야드는 차원이 달랐다. 개별 건물이 아니라, 도시 하나를 통째로 올리는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은 ‘플랫폼(deck)’이다. 거대한 철제 구조물을 철도 위에 설치하고, 그 위를 하나의 인공 지면처럼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플랫폼 위에 도로, 공원, 빌딩, 배관, 전력망까지 모두 새로 설계해야 했다. 말 그대로 도시를 공중에 새로 짓는 작업이었다.

[출처: Sandy Ching]

이 발상은 기술적 도전이자 정치적 모험이었다. 비용은 천문학적이었고, 실패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뉴욕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맨해튼의 확장은 더 이상 수평적으로 불가능했고, 고밀도 도시의 성장은 새로운 방식이 필요했다. 허드슨 야드는 그 해답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뉴욕시는 단순한 행정 주체가 아니라, 도시 실험의 공동 기획자가 된다. 용도 지역 변경(zoning), 인프라 투자, 그리고 지하철 7번 라인의 서쪽 연장은 모두 허드슨 야드를 전제로 설계된 결정이었다. 지하철 노선 하나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도시’를 향해 먼저 연장된 셈이다. 이는 뉴욕 도시계획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확장되는 뉴욕’이라는 도시 전략

허드슨 야드는 단지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개발이 아니었다. 이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스스로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20세기 뉴욕의 성장은 주로 재개발을 통해 이루어졌다.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거나, 산업 지역을 주거·상업 지구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허드슨 야드는 다르다. 이곳은 ‘재생’이 아니라 **‘신설’**에 가깝다. 기존의 도시 조직과 느슨하게 연결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완결된 하나의 시스템을 갖춘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허드슨 야드를 기존 맨해튼과 미묘하게 분리된 공간으로 만든다. 거리의 결, 건물의 높이, 보행 동선, 상업 시설의 구성까지 모두 기존 뉴욕과 다른 문법을 따른다. 이는 의도된 결과였다. 허드슨 야드는 과거의 뉴욕을 연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의 뉴욕을 시험하는 실험실이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 관점에서 보면, 허드슨 야드는 ‘확장 도시(expansion city)’의 전형이다. 기존 도심의 혼잡과 노후를 해소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중심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런던의 캐나리 워프, 파리의 라데팡스와 비교되지만, 허드슨 야드는 그보다 더 과감하다. 철도 위라는 물리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탄생의 순간에 이미 던져진 질문들

허드슨 야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질문을 안고 있었다.
이 도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뉴욕다운 도시란 무엇인가?
도시는 얼마나 인위적으로 설계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아직 본격적인 논쟁으로 발전하기 전이었지만, 이미 구조 안에 내재되어 있었다. 철도 위에 세워진 도시, 민간 자본이 주도한 초대형 프로젝트, 그리고 기존 커뮤니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발한 공간. 허드슨 야드는 태생적으로 ‘비어 있는 도시’였다.

그러나 바로 그 비어 있음이 허드슨 야드를 가능하게 했다. 과거의 이해관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고, 그만큼 급진적인 실험이 가능했다. 동시에 그 비어 있음은 훗날 가장 큰 비판의 근거가 된다. 공동체가 없는 도시, 기억이 없는 장소, 자본의 논리로만 설계된 공간이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논쟁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허드슨 야드는 이제 막 첫 장을 열었을 뿐이다. 이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작동할지, 그리고 뉴욕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이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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