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내시경 한 번 받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해요. 한국 가면 하루에 다 끝나거든요.”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에 사는 박모(58) 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귀국길에 건강검진을 챙겼다. 위내시경·대장내시경·복부 초음파·혈액검사·심전도까지, 한국의 종합검진센터에서 오전 반나절 만에 모두 마쳤다. 비용은 한화 약 100만 원, 달러로 750달러 안팎. “미국에서 같은 검사를 받았다면 보험 있어도 수천 달러는 나왔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뉴욕·뉴저지 한인 사회에서 귀국할 때 건강검진을 함께 챙기는 풍토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노스탤지어 여행을 넘어, ‘의료 목적’이 귀국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 미국 의료 시스템의 벽, 한국이 대안이 되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지만, 접근성과 비용 면에서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보험이 있어도 기다림은 피할 수 없다. 전문의 예약은 수개월이 기본이고, 내시경 같은 정기 검사는 보험사마다 적용 조건이 달라 본인 부담이 수백에서 수천 달러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보험이 없는 자영업자 한인들에게 미국에서의 종합검진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반면 한국은 다르다. 서울 주요 대학병원이나 전문 검진센터에서는 당일 예약도 가능한 경우가 많고, 오전에 검진을 시작하면 오후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위·대장 내시경, 복부 초음파, 흉부 X선, 혈액·소변 검사, 심전도, 안과·치과 기본 검진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가 100만~150만 원(약 750~1,100달러) 선이면 가능하다. 여기에 MRI나 CT, 유방촬영술 등을 추가해도 미국의 절반 이하 비용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 수는 사상 처음으로 117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건강검진 목적으로 방문한 미국인은 1만 1,780명으로, 성형외과 목적(1만 1,250명)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한인을 포함한 미주 교포들의 검진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 “하루에 다 끝난다”…한국 검진의 경쟁력
한국 종합검진의 가장 큰 강점은 ‘효율성’이다. 미국에서라면 내과, 소화기과, 안과, 치과를 각각 예약해야 할 검사들이 한 건물 안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기본 종합검진(50~80만 원대)에는 신체 계측 및 혈압, 혈액검사(혈당·콜레스테롤·간 기능·신장 기능 등 30여 항목), 소변검사, 흉부 X선, 심전도, 복부 초음파, 위내시경이 포함된다. 여기에 프리미엄 패키지(100~150만 원대)를 선택하면 대장내시경, 갑상선 초음파, 유방 초음파·촬영, 골밀도, 뇌·심장 MRI(선택) 등이 추가된다.
수면내시경(진정 내시경)은 한국에서는 일반화된 지 오래지만, 미국에서는 마취과 전문의 동반 여부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진다. 뉴욕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을 경우 보험 없이 2,000~4,000달러가 드는 반면, 한국에서는 수면내시경 포함 20~30만 원(약 150~220달러) 수준이다.
포트리에 거주하는 최모(45) 씨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결과지가 영문으로도 나오고, 의사 선생님이 영어로 설명해줘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며 “이제는 매년 귀국할 때마다 검진을 예약하고 간다”고 말했다.
■ 교포에게 유리한 조건들…알아두면 돈 버는 정보
한국에 주민등록이 살아 있거나,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할 계획이 있는 재외국민은 국민건강보험에 임의 가입해 저렴하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단기 방문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비급여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대형 검진센터는 외국인·교포를 위한 영어 안내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KMI 한국의학연구소, 서울아산병원 헬스스크리닝센터, 강남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등은 해외 교포 전용 패키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의사에게 받은 이전 검사 결과를 가져가면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상담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미국 보험(일부 PPO 플랜)의 경우 한국에서 받은 검진 비용을 일부 환급해 주는 경우도 있으니, 출발 전에 본인 보험사에 해외 의료비 환급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 치과·안과도 함께…’메디컬 트립’으로 진화
최근에는 건강검진에 그치지 않고, 치과 치료와 안과 라식·라섹 시술, 피부과 시술 등을 함께 해결하는 ‘메디컬 트립’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뉴저지에서 임플란트 한 개를 하려면 3,000~5,000달러가 기본이지만, 한국에서는 100~150만 원(700~1,100달러)이면 가능하다. 라식 수술도 미국에서는 눈 하나당 1,500~2,000달러인 반면, 한국에서는 양안 합쳐 200만 원 내외다.
엔젤라이드에 사는 김모(38) 씨는 이번 여름 귀국길에 건강검진과 임플란트 두 개, 그리고 라식 수술까지 해결했다. “비행기 표 포함해도 미국에서 치료받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고, 부모님도 뵙고 오니 일석삼조”라며 웃었다.
■ 이것만은 알고 가자…주의사항
다만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검진 결과 추가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미국에서 후속 치료를 이어받을 주치의와 미리 상의해두는 것이 좋다. 한국 검진 결과지는 대부분 한국어로 작성되므로, 영문 번역본을 요청해두면 미국 귀국 후 활용하기 편하다. 귀국 일정이 빠듯할 경우, 검진 후 이상 소견이 발견됐을 때 후속 검사나 상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건강검진 예약은 각 병원 홈페이지나 교포 대상 의료관광 서비스 업체를 통해 한국 출발 전 미리 잡아두는 것을 권장한다.
뉴욕·뉴저지의 바쁜 일상 속에서 미루고 미루던 건강검진, 올해 귀국길에는 꼭 챙겨보자. 건강은 가장 현명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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