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리에서 만나는 경계의 미학

Moru 레스토랑 리뷰

포트리 한식의 다음 장(章), ‘컨템포러리’라는 단어 너머

뉴저지 포트리는 오랫동안 한인 외식 문화의 중심지였다. 불판 위에서 연기가 오르고, 푸짐한 반찬이 테이블을 채우는 풍경은 이 지역 한식당의 전형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포트리의 외식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를 겪고 있다. 전통의 재현보다 해석을, 양의 풍요보다 경험의 밀도를 중시하는 레스토랑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Moru는 바로 그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는 공간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Moru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곳이 스스로를 과도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컨템포러리 한식’이라는 표현은 출발점일 뿐, 메뉴와 공간은 그 단어 하나로는 포착되지 않는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한식의 뿌리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본 요리에서 발전해 온 섬세한 조리 테크닉, 그리고 서구 다이닝의 형식을 자연스럽게 끌어안는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는 나열되거나 과시되지 않는다. Moru의 음식은 국적을 섞는 데 관심이 있기보다는, 어떤 관점으로 요리를 바라보는가에 더 집중한다.

이곳에서 한식은 ‘메뉴 이름’이나 ‘형식’이 아니라, 요리를 바라보는 기준점에 가깝다. 파스타가 등장하고, 일본 요리를 연상시키는 식감이 느껴지지만, 맛의 방향은 끝내 한국적 감각으로 귀결된다. 장과 발효, 그리고 감칠맛을 중심으로 한 미각의 구조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Moru는 퓨전 레스토랑이라는 말로 쉽게 규정되기를 거부한다. 이곳은 여러 요리를 섞는 공간이 아니라, 한식이라는 시선으로 세계의 조리 언어를 번역하는 레스토랑에 가깝다.

접시 위의 언어들: 일식의 테크닉, 양식의 형식, 그리고 한식의 중심

Moru의 메뉴를 따라가다 보면, 이 레스토랑이 왜 단순한 ‘컨템포러리 한식’이라는 분류로는 설명되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일부 요리에서는 일본 요리에서 익숙한 절제와 정교함이 느껴진다. 식재료의 식감을 살리는 방식, 날것과 익힌 것의 대비,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구성은 가이세키나 사시미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는 일본 요리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 테크닉은 한식의 맛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기능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예를 들어, 재료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조리 방식은 한식의 장맛과 결합되며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깊이를 형성하는 배경으로 작동한다. 이 미묘한 균형 덕분에 음식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여운을 남긴다. 짠맛이나 단맛에 의존하지 않는 대신, 입 안에 오래 머무는 감칠맛이 중심을 잡는다.

한편 파스타와 같은 양식 다이닝의 형식을 취한 메뉴들은 Moru의 정체성을 가장 흥미롭게 드러내는 지점이다. 이곳의 파스타는 이탈리아 요리의 정통성을 재현하기보다는, 서구 다이닝의 구조를 빌린 한식적 해석에 가깝다. 면과 소스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맛의 중심에는 여전히 한국적인 요소들이 배치된다. 발효의 깊이, 장에서 오는 복합적인 풍미, 그리고 재료 간의 대비는 전형적인 파스타의 문법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이처럼 Moru의 요리는 국적을 넘나들지만,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 일식의 테크닉은 질감을 세련되게 만들고, 양식의 형식은 접근성을 높이지만, 최종적으로 접시를 완성하는 것은 한식의 미각이다. 이는 요리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주장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Moru의 음식은 설명을 듣기 전보다, 먹고 난 뒤에 더 또렷해진다.

포트리라는 장소성, 그리고 Moru가 남기는 인상

Moru를 이야기할 때 포트리라는 지역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이 레스토랑이 만약 맨해튼 한복판에 있었다면, ‘트렌디한 컨템포러리 다이닝’ 중 하나로 소비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트리라는 맥락 속에서 Moru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인 한식당이 밀집한 지역 한가운데서, Moru는 한식이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향을 조용히 제시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공간 역시 그 태도를 반영한다. 인테리어는 과하지 않고, 지나치게 캐주얼하지도 않다. 데이트, 가족 모임, 소규모 비즈니스 식사까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분위기를 유지한다. 서비스 또한 비슷한 결을 따른다. 지나친 설명이나 형식적 친절 대신,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톤으로 전달한다. 이는 음식이 중심이 되는 경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가격대는 포트리의 평균적인 한식당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맨해튼의 파인 다이닝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이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지금의 한식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안이기 때문이다. 양보다는 완성도, 익숙함보다는 해석을 선택한 Moru의 태도는, 이 지역 한식의 미래를 미리 엿보는 경험처럼 다가온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Moru는 화려하게 자신을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접시 위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본 요리의 절제, 서구 다이닝의 형식, 그리고 한식의 중심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지만, 어느 하나도 과도하게 앞서지 않는다. 그 균형감각이야말로 이 레스토랑의 가장 큰 미덕이다.

마무리

Moru는 여러 나라의 요리를 섞는 레스토랑이 아니다. 이곳은 한식이라는 관점으로 세계의 조리 언어를 해석하는 공간이다. 포트리라는 익숙한 한식의 도시에서, Moru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묻는다. “한식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꽤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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