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양이 머무는 곳, 뉴욕의 낮과 밤을 잇다– La Pecora Bianca

브라이언트파크의 이탈리안 감성

미드타운 한복판, 햇살과 칵테일이 어우러지는 식탁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맨해튼의 중심, 브라이언트파크 서쪽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유난히 밝고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는 공간이 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화이트 톤의 타일 벽, 목재 가구, 그리고 가득한 웃음소리 — 이곳이 바로 La Pecora Bianca(라 페코라 비앙카)다. 이탈리아어로 ‘하얀 양’을 뜻하는 이름처럼, 도시의 거친 회색 속에서 따뜻한 농가의 숨결을 품고 있는 곳이다.

이 레스토랑은 뉴욕 전역에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특히 브라이언트파크점(20 W 40th St) 은 도시 한복판의 리듬과 감성을 모두 담고 있다. 아침엔 출근길 커피와 브리오슈로 시작해, 점심엔 신선한 파스타와 샐러드, 저녁엔 와인과 칵테일로 마무리되는 ‘올데이 다이닝’의 대표 주자다.

높은 천장과 대형 창문 덕분에 자연광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낮의 분위기는 전원적인 따뜻함을 전한다. 반면, 밤이 되면 조명이 한층 낮아지고 재즈가 흐르며, 바 구역에서는 뉴욕의 저녁이 가진 여유와 세련미가 동시에 피어난다. 그래서 이곳은 점심 회식 자리로도, 저녁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매일 만들어지는 파스타, 뉴욕에서 만나는 ‘현대적 이탈리아’

La Pecora Bianca의 철학은 명확하다. “파스타는 매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곳의 모든 파스타는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숙성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조리된다.
덕분에 면이 가진 밀도의 차이가 분명하다. 기계적이지 않고, 입안에서 살짝 거칠게 살아 있는 식감이 전형적인 이탈리아 가정식의 질감을 연상시킨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단연 리가토니 보드카(Rigatoni Vodka) 다.
진한 토마토 크림에 약간의 매운맛이 가미된 이 파스타는 부드럽지만 단조롭지 않다.
보드카의 향이 크림의 느끼함을 정리해주고, 위에 뿌려진 파르미지아노 치즈가 깊은 풍미를 완성한다.
한 입 먹는 순간 “이곳의 주방은 진짜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외에도 카치오 에 페페(Bucatini Cacio e Pepe) 는 심플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를 자랑한다.
페코리노 치즈와 후추만으로 만든 클래식 소스에 부카티니 면이 완벽히 감겨 있다.
그 간결함이야말로 진짜 실력이다.

스타터로는 휘핑 리코타(Whipped Ricotta) 가 가장 사랑받는다.
로즈마리 꿀이 살짝 뿌려진 바삭한 사워도우 위에 부드럽게 올라간 리코타 치즈는 달콤함과 짭조름함이 공존한다.
이 메뉴 하나만으로도 브런치의 기분이 완성된다는 평이 많다.

모든 재료는 뉴욕 인근 Hudson Valley 등지에서 공급받은 제철 농산물로, 이탈리안 전통에 ‘로컬 식재료’ 감각을 더했다.
즉, 라 페코라 비앙카는 “뉴욕에서 재해석된 이탈리아”의 표본이다.

도심 속 휴식, 브라이언트파크가 만든 미학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 레스토랑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음식 때문만은 아니다.
브라이언트파크라는 공간이 주는 여유와 그 주변의 도시적 풍경이 어우러져, 방문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
뉴욕 공공도서관 바로 뒤편이라는 위치 덕분에, 점심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찾아오고, 저녁이면 공연 관람객과 여행객이 한데 섞인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공원의 나무와 인파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을엔 단풍이, 겨울엔 스케이트장이, 여름엔 음악과 영화가 함께한다.
그 풍경이 식사의 배경이 되면서, 음식은 단순한 미각을 넘어 ‘시간의 풍경’ 으로 변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특히 브라이언트파크점은 ‘열린 레스토랑’이라는 컨셉을 충실히 따른다.
넓은 오픈 키친과 바 좌석은 손님이 주방의 리듬을 느끼게 해주고, 직원들은 늘 여유 있는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소음이 다소 있는 대신, 그 소리 속엔 활기가 있다.
뉴욕 특유의 ‘도시적 소란’이 오히려 이 공간의 일부로 녹아 있다.

가격, 서비스, 그리고 도시의 맛에 대하여

라 페코라 비앙카의 메뉴 가격은 맨해튼 미드타운 기준에서 중간 이상 수준이다.
파스타 한 접시는 약 25~30달러, 스타터는 12~20달러 선, 칵테일은 평균 18달러 정도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신선한 재료와 넉넉한 분위기, 그리고 브라이언트파크라는 입지를 고려하면, 가격은 합리적이라 할 만하다.

리뷰를 보면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일관되게 높다.
서빙 직원들은 메뉴 설명을 자세히 해주며, 와인 페어링에 대한 추천도 적극적이다.
다만 피크 타임에는 테이블 간격이 다소 좁고, 소음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조용한 식사를 원한다면 주중 오후 2시~5시 사이가 가장 좋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곳의 매력은 ‘특별한 날의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일상 속의 작은 휴식” 이라는 점이다.
거창한 미슐랭급 연출보다, 늘 곁에 있는 이탈리안 감성이 좋다.
그래서인지 뉴요커들 사이에서는 “브라이언트파크의 거실”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뉴욕의 식탁이 말하는 것

La Pecora Bianca는 뉴욕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유럽의 전통을 이어받았지만, 로컬 재료와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음식,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의 리듬 속에서도 느긋함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
이 모든 것이 뉴욕의 다층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곳의 하얀 벽과 황금빛 조명, 잔잔히 흐르는 음악은 도시의 긴장 속에서 작은 평화를 제공한다.
식사를 마치고 공원으로 나와 커피를 한 잔 마시면, 마치 로마의 골목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만큼 이 공간은 뉴욕이라는 대도시 속에서 ‘숨 쉴 틈을 제공하는 미식적 피난처’ 다.

La Pecora Bianca는 말없이 이렇게 증명한다.
좋은 레스토랑이란 단지 음식을 잘 만드는 곳이 아니라,
그 도시의 시간과 정서를 가장 잘 요리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La Pecora Bianca – Bryant Park
20 W 40th St, New York, NY 1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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