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향하는 20만 명의 통근자들이 이용하는 허드슨강 철도터널. 이 터널이 또다시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지원금을 끊었고, 법원 명령으로 일부 자금이 풀렸지만 2~3개월 내로 다시 공사가 멈출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15년 된 터널 위에서 버티는 20만 명
현재 뉴저지와 맨해튼을 잇는 철도터널은 1910년에 개통한 노스 리버 터널(North River Tunnels)이다. 무려 115년 된 이 터널을 매일 Amtrak과 NJ Transit 열차가 쉴 새 없이 지나다닌다. 하루 이용객만 20만 명, NJ Transit 승객만 8만 명 이상이다.
문제는 노후화만이 아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했을 때, 터널 역사상 처음으로 두 개 관 모두가 바닷물에 완전히 침수됐다. 전기 시스템, 배선, 콘크리트 벽체까지 곳곳이 손상됐다. 그 이후 미봉책 수리만 반복하며 버텨왔고,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해왔다.
게이트웨이 프로젝트: 160억 달러짜리 해법
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바로 게이트웨이 프로그램(Gateway Program)이다. 총 사업비 약 16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로, 허드슨강 아래 새 터널을 뚫고, 낡은 기존 터널을 전면 보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완공 시 기차 운행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나 뉴욕-워싱턴 간 고속철도 확장도 가능해진다.
새 터널은 2035년 개통, 기존 터널 보수는 2038년 완료가 목표다. 현재 공사는 뉴저지 토넬 애비뉴 구간 터널 굴착, 콘크리트 타설(7,300 입방야드 완료), 철도 연결 공사 등이 진행 중이며, 최신형 터널 굴착 장비도 곧 투입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작년 10월부터 연방 자금 차단
그런데 지난해 10월, 미국 교통부(DOT)가 이미 의회가 승인한 게이트웨이 프로젝트 지원금을 갑자기 무기한 동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미래의 세금 낭비(future boondoggle)”라고 부르며 반감을 표시해왔다.
자금이 끊기자 공사는 즉각 타격을 받았고, 올해 1월에는 공사가 사실상 중단 직전까지 몰렸다.
뉴욕·뉴저지 주 정부, 트럼프 행정부 제소
뉴욕주와 뉴저지주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2월 4일, 양 주 검찰총장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연방 자금을 불법으로 동결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이끈 이 소송에서 2월 6일 연방법원이 즉시 임시 금지 명령을 내리며 2억 달러 이상의 체불 자금 즉시 지급을 명령했다.
2월 18일,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1억 2,700만 달러를 추가 지급했고 공사는 재개됐다.
“펜 스테이션을 트럼프 스테이션으로”… 황당 거래 제안
이 과정에서 황당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에게 “뉴욕 펜 스테이션과 워싱턴 덜레스 공항의 이름을 트럼프로 바꿔주면 터널 자금을 풀겠다”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슈머 측은 즉각 거부했고, 백악관 대변인은 오히려 “그 제안을 먼저 꺼낸 건 슈머 측”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내가 먼저 말한 게 아니라 그쪽이 제안했다”고 주장해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결국 연방 법원이 “행정부는 터널 자금을 동결할 수 없다”고 판결하며 일단락됐다.
3월 10일: “2~3개월 내 또 중단” 경고
그러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3월 10일, 게이트웨이 사업단이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지원금을 재개하지 않으면 2~3개월 내 공사가 또다시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법원 명령으로 일시적으로 풀린 자금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속적인 연방 지원 없이는 공사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게이트웨이 사업단과 뉴욕·뉴저지 주 정부는 추가 소송과 의회 압박을 병행하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뉴저지·뉴욕 통근자에게 미치는 영향
공사가 다시 중단되거나, 최악의 경우 노후 터널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통근자들에게 돌아간다. NJ Transit과 Amtrak 열차 운행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터널 전면 폐쇄 시 대체 교통수단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한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버겐 카운티, 에식스 카운티, 허드슨 카운티 등지에서 NJ Transit을 이용해 뉴욕으로 향하는 한인 통근자 수만 명이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다.
115년 된 터널 위에 서 있는 20만 명의 하루. 이 터널의 운명은 이제 워싱턴의 정치 싸움에 달려 있다.
ⓒ 뉴욕앤뉴저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