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기획- 정치 ②] 생활비 압박의 시대, 셰릴이 약속한 변화는 무엇인가…정책의 현실성과 향후 4년의 과제

미키 셰릴(Mikie Sherrill)이 뉴저지 제58대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곧바로 그녀가 제시해 온 공약이 실제로 어떻게 실현될지로 옮겨갔다. 2025년 선거에서 셰릴이 승리한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요소는 그녀가 내세운 “생활비 완화와 실용적 정부 운영”이라는 기조였다. 하지만 선거에서 제시된 약속들이 주정부의 재정·행정 구조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는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과제다.

셰릴의 정책 구상은 특정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뉴저지 현실에서 도출된 문제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산세 부담, 교통 혼잡, 교육 격차, 노후 인프라, 기후 리스크,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등은 뉴저지에서 어느 하나도 단순히 지나칠 수 없는 현안이다. 그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방향만을 내세우지 않았다. 전통적 민주당식 복지 확대와 동시에, 효율성·안정성 같은 실용적 정부 운영 기조를 결합했다. 이를 셰릴 정치의 핵심 특징인 ‘중도 실용주의’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의 공약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분야는 단연 주거·재산세 부담 완화였다. 뉴저지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재산세가 가장 높은 주 중 하나로 기록돼 왔다. 이 문제는 중산층과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성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셰릴은 재산세 체계를 단숨에 바꾸겠다는 비현실적 접근 대신, 지방정부의 세 부담 구조를 조정하고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 중장기적으로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지방정부가 재산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도록 주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효율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되었다.

[출처: 미키 셰릴 선거 홈페이지]

그러나 이 분야에서의 정책 실현 가능성은 단순하지 않다. 재산세는 지방정부 재정의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재산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대체 재원을 마련하거나 공공서비스 지출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는 행정·정치적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셰릴의 접근이 주목받는 이유는 실현 가능한 범위 안에서 단계적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가능한 것부터 조정한다’는 실용적 접근은 뉴저지 유권자들에게 설득력을 갖는다.

교통 인프라 분야 또한 셰릴 공약의 중심 축에 있다. 뉴저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핵심 교통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혼잡과 노후 인프라 문제가 심각했다. 셰릴은 교통 문제를 단순 불편이 아니라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며, 혼잡 구간 우선 정비, NJ Transit 서비스 개선, 철도망 현대화, 전기차 인프라 확충 등을 종합적 패키지로 제시했다. 그녀의 군 경력은 교통·운송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주었고, 이는 선거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예산이 핵심이다. 도로·교량·철도 인프라 개선은 대규모 예산을 요구하고, 연방정부의 지원과 지방정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만 최근 뉴저지 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당 우위를 공고히 한 만큼, 셰릴이 추진할 교통 개혁은 과거보다 빠르게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출처: 미키 셰릴 선거 홈페이지]

교육 분야는 셰릴 공약 중 가장 강한 공감을 얻은 부분이다. 셰릴은 연방하원 시절부터 교육 투자 확대와 교사 처우 개선, 공립학교의 재정 안정성 확보에 힘써 왔으며,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도 이를 핵심 의제로 삼았다. 뉴저지는 교육 수준이 높은 주로 평가되지만, 지역 간 편차가 크고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팬데믹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 셰릴은 STEM 중심 교육 강화, 특수교육 지원 확대, 학교 정신건강 프로그램 강화를 추진하며 “뉴저지의 미래 경쟁력은 교육의 질에 달려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교육 분야는 주정부 예산의 핵심 영역이며,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이 가장 크게 지지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별 이해관계가 다르고 지방정부의 교육 예산 운영 방식이 다양해 정책 통합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안전 정책은 셰릴의 정치적 성향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영역이다. 민주당 정치인이면서 군과 법조 경력을 갖고 있는 그녀는 치안 문제와 경찰 정책에서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총기 폭력 예방 프로그램, 청소년 범죄 예방, 정신건강 대응 강화 등 지역 기반 예방 중심 정책을 강조하는 동시에, 경찰의 장비 현대화와 인력 충원을 지지하는 실용적 입장을 취한다. 이는 셰릴이 ‘정치적 균형’을 만드는 데 강점을 가진 이유이며, 실제로 선거에서 교외 지역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일부 흡수한 배경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기후·환경 정책도 셰릴 공약의 중요한 축이다. 뉴저지는 해안선이 길어 홍수·폭풍 피해가 빈번하며, 기후 리스크가 경제와 도시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셰릴은 연방하원에서 지속적으로 친환경 정책과 인프라 회복력 강화에 관여해 왔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해안 커뮤니티 회복력 강화,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 친환경 사업 유치를 약속했다. 기후 대응 정책은 장기적 산업구조 재편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셰릴 행정부의 전략적 중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 미키 셰릴 선거 홈페이지]

정리하면, 셰릴의 정책들은 모두 뉴저지 유권자들이 가장 절실하게 체감하는 분야—주거, 교통, 교육, 안전, 기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시에 그녀의 접근 방식은 급진적 변화보다는 단계적·실용적 조정을 통해 체감 가능한 개선을 이루겠다는 점에서 정치적 실현 가능성이 높다.

남은 과제는 결국 재정이다. 복지와 공공서비스 확대, 인프라 개선은 모두 예산을 필요로 한다. 셰릴이 향후 4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예산 효율화와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할지, 그리고 지방정부와의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낼지가 정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뉴저지는 지금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셰릴의 공약은 분명 대담한 약속이지만, 동시에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현실적 접근을 담고 있다. 그녀가 약속한 변화들이 실제로 뉴저지 주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그리고 뉴저지가 동북부 지역 전체의 정책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앞으로의 4년이 이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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