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속의 작은 서울, 펠리세이즈 파크

미국 동부 최대 한인 커뮤니티의 현재와 미래

조용한 주택가와 상업지역이 공존하는 뉴저지 북부의 한 소도시. 한글 간판이 즐비한 메인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한국 어느 도시의 중심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바로 버겐카운티(Bergen County)에 위치한 펠리세이즈 파크(Palisades Park, 이하 팰팍)다.

한인들에게 ‘팰팍’이라는 애칭으로 더 익숙한 이 작은 타운은, 2020년 기준 약 2만 명의 주민 중 절반 이상이 한인계 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면적 3.3㎢ 남짓의 작은 지역이지만, 뉴저지 전체를 넘어 미국 동부 한인 커뮤니티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민의 관문에서 한인의 도시로

펠리세이즈 파크는 본래 19세기 중반 철도 확장과 함께 개발된 노동자 중심의 소도시였다. 뉴욕 맨해튼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덕분에 이민자들이 정착하기에 용이한 지역으로 꼽혔으며, 이탈리아계, 아일랜드계, 아르메니아계 등이 20세기 중반까지 주요 거주민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한국계 이민자들의 유입이 가속화되며 상황은 급변했다. 퀸즈, 플러싱 등에서 사업 경험을 쌓은 1세대 이민자들이 뉴저지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비교적 저렴한 주거비와 뉴욕과의 근접성이 결합되면서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이후에는 상업지역 중심으로 한인 식당, 마트, 학원, 병원 등이 밀집되며 ‘코리안 타운’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와 함께 타운 행정에도 한인 출신 공무원, 시의원, 교육위원 등이 대거 진출하며,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하게 되었다.

한인 경제 생태계가 만든 독자적 구조

펠리세이즈 파크의 메인 스트리트라 할 수 있는 브로드 애비뉴(Broad Ave)를 걷다 보면, 한글 간판이 가득하다. 한국식 카페, 제과점, 고깃집, 순댓국집, 한의원, 학원, K-뷰티숍까지—사실상 한국의 중소도시 상권과 유사한 풍경이 펼쳐진다.

한인 주도의 상업 생태계는 지역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소상공인부터 프랜차이즈까지 다양한 업종이 운영되고 있으며, 인근 포트리(Fort Lee), 클로스터(Closter), 릿지필드(Ridgefield) 등 다른 타운에서도 많은 고객이 유입된다. 일부 비한인 주민들도 “한식이 땡기면 팔팍에 간다”는 말을 할 정도로 상권의 정체성이 확고하다.

또한 최근에는 차세대 한인 청년 사업가들의 유입이 활발해지며, 브런치 카페, 크리에이티브 디저트 숍, 와인 바 등 트렌디한 업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팔팍이 단지 전통적 이민자의 공간을 넘어, 문화적으로도 활력을 되찾는 도시로 재도약 중임을 보여준다.

교육과 치안, 주거 환경은?

팔팍은 규모가 작은 타운이지만, 공립학교 시스템이 탄탄한 편이다. Palisades Park Jr./Sr. High School은 학군 내 학생 수가 적어 교사 대 학생 비율이 양호하며, ESL(영어 보조 프로그램)과 AP 과정을 동시에 운영한다. 한인 가정에서는 인근의 명문 학군(테너플라이, 클로스터 등)과 비교하며 이사를 고려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 몇 년간은 팔팍 자체 학군에 정착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치안 측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도시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인 사회의 특성상 지역 내 범죄 신고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경미한 사건도 잘 관리되는 편이다. 하지만 주차 공간 부족, 교통 정체, 오래된 상업용 건물 관리 문제 등 소도시 특유의 도시 인프라 한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주거는 다세대주택(multi-family)과 콘도미니엄, 단독주택이 혼재해 있으며, 부동산 가격은 뉴저지 내 타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024년 기준, 단독주택 중위 매매가는 약 80만~95만 달러 수준이며, 렌트 시장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팔팍의 현재와 미래: 한인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시기

한인 커뮤니티가 이룩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팔팍은 현재 몇 가지 고민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세대교체의 문제다. 1세대 이민자들이 은퇴하며 일부 상가는 공실로 남고, 젊은 층은 뉴욕이나 인근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경향도 있다. 이에 따라 팔팍 상권은 ‘고령화’와 ‘세대 단절’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둘째는 다인종 사회로의 전환이다. 최근 팔팍에는 히스패닉, 중국계, 동남아계 주민들도 유입되고 있으며, 정치적 균형도 재편되고 있다. 이는 한인 사회 내부에 다문화적 소통 능력과 타민족 연대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임을 의미한다.

셋째는 도시 관리와 리디자인의 필요성이다. 고밀도의 상업 공간과 교통 혼잡, 제한적인 녹지 공간은 앞으로의 도시 지속가능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최근 시정부는 ‘팔팍 리바이탈라이제이션 플랜’을 통해 공공 주차장 확보, 메인 스트리트 리노베이션, 보행자 안전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한국 이민자 사회, 그 이상을 향한 도전

펠리세이즈 파크는 분명 미국 속의 ‘작은 서울’이다. 이민의 역사와 자영업 중심의 성장 모델, 그리고 교육과 문화, 정치까지—한인 사회가 하나의 타운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동시에, 이 도시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정체성은 유지하되, 다양성과 미래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 팔팍의 다음 10년은, 단지 한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이민사회의 다음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기초 정보]

  • 정식 명칭: Borough of Palisades Park
  • 소속 카운티: Bergen County, NJ
  • 인구: 약 20,600명 (2020년 기준)
  • 한인 비율: 약 52% 이상 추정
  • 대표 거리: Broad Ave, Central Blvd
  • 인근 도시: Fort Lee, Leonia, Ridgefield, Cliffside Park
  • 주요 학교: Lindbergh Elementary, Palisades Park Jr./Sr. High School
  • 웹사이트: https://www.palisadesparknj.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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