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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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연휴 사흘간 최대 규모 여행 주간 시작

공항 및 대부분의 교통편 정체 시작 ... 정체 다음주 초까지 이어질 듯

노동절(Labor Day) 연휴가 시작되면서 미국 전역의 하늘길과 도로가 기록적인 혼잡에 돌입했다. 교통안전청(TSA)은 이번 주말 약 1,740만 명의 승객이 항공편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한 수치이자 미국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규모다. 팬데믹 이전 기록을 넘어선 이번 수치는 여행 산업이 완전히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교통 인프라의 한계를 드러내는 지표가 되고 있다.

뉴욕과 뉴저지의 주요 관문 공항은 이미 목요일 오후부터 긴 줄로 가득 찼다.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의 3터미널에서는 새벽 6시부터 보안 검색대 앞에 수백 미터 줄이 늘어섰고, 라과디아 공항 국내선 터미널은 출국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JFK 공항에서도 대서양을 건너는 유럽행 항공편과 아시아 노선이 만석 행렬을 이어갔으며, 일부 승객은 체크인과 보안 검색에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 해외로 떠나는 대학생, 출장길의 직장인 모두가 같은 답답함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승객 앤드루 밀러(42)는 비행 출발 세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음에도 “겨우 탑승 게이트에 맞춰 들어왔다”며 “이번 노동절 연휴는 정말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줄에 선 사만다 리(29)는 “플로리다행 비행기가 두 시간 지연됐다. 아이가 지쳐 대기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공항 관계자들은 최대한 신속하게 줄을 소화하려 했지만, 몰려드는 인파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TSA는 이번 연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인력을 배치했다. 일부 공항에서는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되는 간소화 검색을 도입하고, 자동 검색 장비를 추가로 가동했다. 데이비드 페코스케 TSA 청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노동절은 미국 항공 여행이 완전히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준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긴 대기 줄과 지연이었다. 보안 검색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에도, 수요 폭발이 워낙 커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항공편뿐만 아니라 도로와 철도 역시 극심한 정체에 시달렸다. AAA는 동부 해안 고속도로, 특히 뉴저지 턴파이크와 조지워싱턴 브리지, 린컨 터널이 가장 혼잡한 구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금요일 오후 5시 이후 주요 진입로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긴 소요 시간을 기록했다. 출퇴근 차량과 연휴 여행객이 뒤섞이며 대형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맨해튼으로 출근해야 했던 직장인들은 결국 차량 대신 NJ트랜짓과 PATH 열차를 택했다. NJ트랜짓은 일부 노선에 임시 열차를 증편했고, MTA 역시 롱아일랜드 철도와 메트로노스 열차 운행을 늘렸다. 그러나 몰려드는 수요를 완전히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휴 시작 전날 뉴어크 공항에서는 관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수십 편의 항공편이 지연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이후 상황은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기상 악화와 인력 부족으로 일부 노선은 여전히 늦게 출발했다. 항공사들은 불가피한 지연이라고 설명했지만 승객들의 불만은 커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줄만 두 시간’, ‘공항 생존 꿀팁’이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되며, 기다림을 견디는 다양한 경험담이 공유됐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번 노동절 연휴의 혼잡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항공과 교통 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항공 산업은 이제 완전한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 국내선 수요뿐 아니라 국제선 수요도 급격히 늘어 유럽과 아시아행 항공편은 연휴 시작 전 이미 매진됐다. 하지만 회복의 기쁨 뒤에는 인프라 포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공항 시설은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항공사들은 여전히 조종사와 승무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곧 지연과 결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항 인프라 확충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뉴어크 공항은 제1터미널 신축과 현대화를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JFK와 라과디아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수요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뉴욕대 교통연구소 마크 피셔 교수는 “여행 수요가 회복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인프라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을 보여준다”며 “향후 10년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승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 가족은 “기다림이 힘들어도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지만, 출장길의 직장인들은 “회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 하루 일찍 출발해야 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렇듯 노동절 연휴는 여행객들에게 여름의 마지막을 즐기는 시간이자, 동시에 지연과 체증을 견뎌야 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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