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앤 오렌지의 자부심” 뉴욕 메츠, 퀸즈의 영광과 도전의 역사

뉴요커들의, 뉴요커들에 의한 도전의 상징 뉴욕 메츠

“Let’s Go Mets!” 퀸즈의 저녁 하늘을 가르는 함성은 단순한 스포츠 응원이 아니다. 그것은 뉴욕시의 다양성과 끈기, 그리고 낙천적인 희망을 상징하는 메츠 팬들의 집단적 정체성이다. 브롱스의 양키스가 황금기와 제국주의적 자부심을 상징한다면, 메츠는 실수와 반전, 그리고 끝없는 도전의 서사로 사랑받는 팀이다. 이번 기획 기사에서는 뉴욕 메츠 구단의 역사, 홈구장 시티 필드(Citi Field), 주요 스타들, 그리고 귀여운 마스코트 ‘미스터 메츠’와 ‘미세스 메츠’까지 메츠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뉴욕 메츠는 1962년, 브루클린 다저스와 뉴욕 자이언츠가 캘리포니아로 연고지를 옮긴 후, 내셔널리그를 대표할 새로운 뉴욕 팀으로 탄생했다. 당시 뉴욕은 아메리칸리그 소속 뉴욕 양키스만이 남은 상태였으며, 내셔널리그 팬들의 상실감은 상당했다. 이를 메우기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뉴욕 메트로폴리탄스(New York Metropolitans)’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팀을 승인했고, 메츠(Mets)는 그렇게 탄생했다.

팀 이름은 도시를 의미하는 ‘Metropolitan’에서 따왔으며, 팀의 공식 색상은 브루클린 다저스의 블루와 뉴욕 자이언츠의 오렌지를 조합한 것으로, 두 팀의 역사와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유니폼의 ‘NY’ 로고도 자이언츠의 구 로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창단 초기 메츠는 ‘역사상 최악의 팀’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약체였다. 1962년 창단 첫 시즌에서는 40승 120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야유와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빈틈’은 오히려 팬들에게 팀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는 매개가 되었고, 이듬해부터 서서히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9년, 메츠는 ‘미라클 메츠(Miracle Mets)’라는 이름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낸다. 당시만 해도 창단 8년 차의 신생 팀이자,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중위권에 머물던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올라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후 1986년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추가하며 메츠는 뉴욕 야구의 양대 축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 그해 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6차전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장면은 지금도 야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 중 하나로 회자된다. 빌 버크너의 실책으로 대표되는 이 장면은 ‘절망 끝의 희망’이라는 메츠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메츠의 홈구장 역시 팀의 역사를 대변한다. 1964년부터 2008년까지 메츠는 셰이 스타디움(Shea Stadium)을 홈으로 사용했다. 존 F. 케네디 공항 인근에 위치한 셰이 스타디움은 당시로서는 대규모의 수용 인원과 개방형 구조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노후화와 시대 변화에 따라 현대적 구장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2009년, 인접한 부지에 최신식 경기장인 시티 필드(Citi Field)가 개장하게 된다.

시티 필드는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메츠 팬들에게 ‘성지’로 불린다. 외관은 브루클린 다저스의 에벳츠 필드를 오마주하여 붉은 벽돌로 디자인되었으며, 내부는 파빌리온 구조로 설계되어 모든 좌석에서 시야가 확보되도록 배려되었다. 가장 유명한 시설은 외야에 위치한 ‘홈런 애플(Home Run Apple)’로, 메츠 타자가 홈런을 칠 때마다 사과 모형이 위로 솟아오르며 팬들의 환호를 자아낸다.

또한 시티 필드 내부에는 메츠 명예의 전당(Mets Hall of Fame & Museum)이 있어, 구단의 전설적인 스타들과 역사를 기념하고 있다. 메츠의 투수 레전드 톰 시버의 동상도 경기장 입구에 세워져 있어 팬들은 그를 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메츠는 항상 거물급 스타를 보유했던 팀은 아니지만, 팀의 아이덴티티에 어울리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역사를 만들어왔다. ‘프랜차이즈의 얼굴’로 불리는 톰 시버는 1967년부터 1977년까지 메츠에서 활약하며 통산 311승을 기록했고, 1992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그는 완벽한 제구력과 뛰어난 리더십으로 메츠의 1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에는 ‘닥터 K’로 불리던 드와이트 굿엔(Dwight Gooden)과 홈런 타자 대릴 스트로베리(Darryl Strawberry), ‘마스크를 쓴 리더’ 게리 카터(Gary Carter), 그리고 수비의 달인 키스 헤르난데스(Keith Hernandez)가 팀을 이끌며 두 번째 황금기를 맞이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데이빗 라이트(David Wright)가 ‘캡틴 아메리카’로 불리며 메츠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팀의 주장을 맡으며 오랜 기간 팬들과 함께 울고 웃은 대표적인 헌신형 선수로 평가된다. 그의 은퇴식은 시티 필드를 가득 메운 팬들의 기립 박수 속에 진행됐고, ‘메츠 정신’의 표본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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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피트 알론소(Pete Alonso)가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2019년 데뷔 시즌에 무려 5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MLB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고, ‘폴라 베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팀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메츠를 상징하는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스코트 ‘미스터 메츠(Mr. Met)’와 그의 반려자 ‘미세스 메츠(Mrs. Met)’다. 미스터 메츠는 1963년에 처음 등장한 인간형 마스코트로, 거대한 야구공 모양의 머리에 메츠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팬들과 소통한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의 인간형 마스코트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으며, ESPN이 선정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 마스코트’ 상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아이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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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활동이 중단되었으나 1994년 부활했으며, 이후 다양한 이벤트와 지역사회 활동에 등장하며 팀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어린이 팬들에게는 메츠보다 먼저 익숙한 존재이기도 하다. 2013년에는 미스터 메츠의 파트너로 ‘미세스 메츠(Mrs. Met)’가 공식 등장했으며, 이후 두 마스코트는 함께 경기장 이벤트, 병원 방문, 자선 행사에 참여하며 긍정적 이미지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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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 중 하나를 자랑한다. 자주 실패하고 아쉬운 순간이 반복되는 팀이지만, 팬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애정을 더 키운다. “Ya Gotta Believe!(믿어야 해!)”라는 슬로건은 1973년, 팀이 극적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을 당시 생긴 구호로, 이후 메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문장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메츠는 단순한 스포츠 구단을 넘어, 퀸즈와 뉴욕 동부 지역의 지역 정체성을 대변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퀸즈에서 메츠는 “모두를 위한 팀”이라는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으며, 스페인어, 한국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응원 포스터와 방송을 제작하며 다문화 팬층을 포용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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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메츠 선수들이 지역 병원과 보건소에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기부하고, 시티 필드 구장을 백신 접종 장소로 개방해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2025 시즌 현재, 메츠는 리빌딩과 리더십 교체기를 거쳐 다시 한 번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젊은 유망주 육성, 그리고 메츠 특유의 팬심이 어우러져, 뉴욕 야구의 또 다른 전성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언제나처럼 팬들은 다시 외친다.
“Let’s Go M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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