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o the B-way] 〈SMASH〉

[In to the B-way] 〈SMASH〉 – 무대위의별이되기위한이면의고군분투, 그빛과그림자

NBC의 인기 드라마였던 Smash가 브로드웨이 무대로 다시 태어났다. 2024년 봄 프리뷰 공연을 거쳐 2025년 본공연으로 전환된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무대의 화려함과 그 뒤편의 치열한 경쟁, 예술적 갈등, 그리고 자아에 대한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메타뮤지컬이다.

뮤지컬 〈SMASH〉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Bombshell—마릴린 먼로의 생애를 다룬 극중극—의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창작자들과 배우들의 욕망, 갈등,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드라마의 팬이라면 익숙할 캐릭터와 넘버들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며, 브로드웨이판 All About Eve 혹은 A Chorus Line을 연상케 하는 서사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배우들의 명연기, 세 명의 마릴린이 그려내는 입체적 서사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캐스팅이다.
캐롤라인 보우먼(Caroline Bowman), 크리스티나 시에라(Crysta Marie), 마야 보이드(Maya Boyd) 등 세 명의 배우가 각각 마릴린의 페르소나를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하며, 각각의 서사와 정서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보우먼은 ‘카렌 카트라이트’ 역을 통해 “깨끗한 욕망”을, 시에라는 ‘아이비 린’으로서 “경력과 불안”의 복합성을, 보이드는 “새로운 세대의 마릴린”으로서의 자각을 상징한다. 각자의 넘버는 고유한 정체성과 감정을 부여받았으며, 이들의 하모니가 만들어내는 무대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선 인간 심리의 레이어를 형성한다.

특히 캐롤라인 보우먼이 부르는 〈Let Me Be Your Star〉는 이 작품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상징하는 넘버로, 도입부와 피날레를 감싸며 주제적 긴장을 고조시킨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음악과 안무 – TV에서 무대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다

뮤지컬 〈SMASH〉의 또 하나의 미덕은 원작 드라마에서 선보였던 수많은 인기 넘버들을 재해석하고 무대용으로 재정비했다는 점이다.

음악감독이자 작곡가인 **마크 셰이먼(Marc Shaiman)**과 **스콧 위트만(Scott Wittman)**은 ‘Broadway, Here I Come’, ‘History is Made at Night’, ‘Cut, Print…Moving On’ 등의 곡에 새로운 편곡과 안무를 덧입혀 극적 리듬과 몰입도를 높였다.

안무는 과거 할리우드 뮤지컬의 황금기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군무부터, 마릴린의 내면을 상징하는 절제된 솔로 무브먼트까지 다층적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Dig Deep〉와 〈The National Pastime〉에서는 코러스와 무대 전환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무대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드라마의 긴장감, 그러나 구조적 결함도

그러나 작품은 찬사를 받기에 앞서 서사 구조의 약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 명의 마릴린을 등장시킨 것은 주제적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롭지만, 이들이 모두 중심서사에서 독립적 서사로 완전히 자리 잡지는 못한다. 오히려 초반부의 에너지가 후반부로 갈수록 흩어지며, 관객이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 하는지 혼란을 초래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또한 일부 넘버가 줄거리의 흐름을 분절시키며, 이야기의 감정적 아크를 방해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TV 에서 클라이맥스로 활용되었던 ‘Hang the Moon’과 같은 강력한 발라드가 빠진 점은, 드라마의 팬들에게는 뼈아픈 실망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극 중 인물들의 심리 변화 역시 충분한 구축 없이 장면 전환으로 대체되면서, 감정선이 단절되는 느낌을 준다. 특히 카렌과 아이비의 갈등이나, 아이비와 그녀의 어머니 수잔의 서사는 감정적으로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징적으로만 제시되어 다소 평면적이다.

무대 기술과 시각적 몰입 – 브로드웨이답게

무대 기술과 조명, 무대 장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답게 수준급이다. 스테이지 전환이 자연스럽고, 조명은 캐릭터의 내면과 극의 분위기를 세밀하게 조율한다. 무대 뒤편에 설치된 LED 월과 물리적 세트의 결합은 무대 뒤의 무대라는 메타적 공간을 실제적으로 구현하며, 관객은 ‘쇼를 만드는 쇼’라는 이중의 공간에서 몰입하게 된다.

극 중 마릴린의 오디션 장면에서 무대 전환이 몇 초 만에 화려한 공연 장면으로 바뀌는 연출은 관객에게 시각적 전율을 안기며, 브로드웨이의 기술적 진보를 체감하게 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총평 – 반짝이는 별빛 속 불완전한 궤도

〈SMASH〉는 분명 브로드웨이에서 보기 드문 ‘메타뮤지컬’로서 야심찬 기획이며, 배우들의 퍼포먼스, 음악, 무대 연출 등 여러 면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브로드웨이라는 공간이 지닌 욕망, 경쟁, 희망, 좌절을 모두 담아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뮤지컬 제작기’ 이상의 서사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다듬어야 할 서사적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프리뷰 기간 중 받은 피드백을 반영해 인물 관계와 감정선이 보완된다면, 〈SMASH〉는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을 잠재력을 갖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무대 위에서 스타가 되어가고 있는, 그리고 스타가 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헌사이다.

[공연 정보]

  • 극장: 임페리얼 극장 (Imperial Theatre, 249 W 45th St)
  • 공연 시간: 약 2시간 30분 (인터미션 포함)
  • 관람 연령: 10세 이상 권장
  • 티켓 예매: smashbroadway.com

ⓒ 뉴욕앤뉴저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revious Story

내란 특검 조은석·김건희 특검 민중기·채상병 특검 이명현

Next Story

BTS, 데뷔일에 다시 꿈꾼 ‘봄날’…”보여드릴 게 정말 많다”

Latest from Culture

한글날 특집 | 미국에서 높아지는 한국어의 위상

한글날, 문자 이상의 의미 매년 10월 9일은 대한민국의 국경일이자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념하며, 한글의 창제 정신과 그 우수성을 되새기는 날이다. 그러나 한글날의 의미는 이제 단지 문자 체계의 발명을…
Go to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