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의 관문인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Newark Liberty International Airport)이 심각한 관제 장비 오류 사태에 직면했다. 지난 수개월간 통신, 레이더, 데이터 처리 장비에 걸쳐 300건 이상의 시스템 장애가 반복되며, 항공편 지연과 조종사-관제사 간 통신 단절, 오탐지 등의 문제가 일상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연방 항공청(FAA)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닌 “국가적 항공안전 위협”으로 규정하고, 긴급 대응에 착수했다.
문제의 핵심은 뉴어크 공항 관제 업무의 물리적 이전에 있다. 팬데믹 이후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뉴어크 공항의 항공 관제 시스템이 필라델피아 관제센터로 통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데이터 링크, 음성 통신, 트래픽 관리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이전되지 못했고, 네트워크 지연(latency)과 통신 장애가 잦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필라델피아 본관제소에 근무 중인 한 항공관제사는 “매일이 ‘plug-and-pray(꽂고 기도하는)’ 상황”이라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탑승객 수백 명의 안전이 즉각 위협받는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4월, 한 유나이티드 항공 소속 여객기가 착륙 도중 관제와의 교신이 수 분간 끊기면서 긴급 복귀를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5월에는 반대로 레이더 오작동으로 인해 두 항공기의 경로가 중첩되어 충돌 위험을 피한 일이 알려졌다. 항공사 측은 이를 “가까스로 방지된 참사”로 표현했으며, 관제사 노조와 항공 조종사 연합(ALPA)도 “뉴어크 공항은 기술적으로 낙후된 위기 공항”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연방항공청은 이 같은 비상 사태에 대해 지난 6월 16일 성명을 통해 대규모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첫째, 1억 2,5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네트워크 장비와 광섬유 케이블을 교체하고, 데이터 백업 시스템을 이중화하는 작업이 즉시 시작된다. 둘째, 단기적으로는 조정된 항공편 배치를 통해 뉴어크 공항의 트래픽을 일정 수준으로 낮춰 통신 부하를 완화하고, 셋째로는 신규 관제사 22명을 채용해 관제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한 설비 보완으로는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 “뉴어크 공항은 1970년대 구축된 시스템 기반 위에, 2000년대식의 항공량을 처리하려는 구조적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며, “관제 탑부터 소프트웨어 설계까지 전면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태는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뉴욕 메트로 지역 전체의 항공 신뢰도와 연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JFK, 라과디아, 뉴어크는 모두 동부 해안 항공망의 중추이기 때문에, 이 중 하나라도 정상 운영이 어려울 경우 전체 항공편 스케줄에 연쇄 충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뉴어크 공항 출도착편을 줄이고, 일부 항로를 JFK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임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 사무실은 현재 FAA와의 협의를 통해 긴급 복구 작업에 대한 주정부 차원의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공항의 현대화 필요성을 거론하며, “승객의 안전과 연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순 보수가 아닌 지속 가능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뉴어크 공항은 매년 4천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미국 내 상위권 국제공항이며, 뉴욕시 및 북동부 경제권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다. 그만큼 이번 사태는 단순한 운영상의 일탈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에 대한 신뢰 자체를 시험하는 중요한 기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어크 하늘길의 안전과 효율을 회복하기 위한 FAA의 조치가 향후 얼마나 실효성을 보일지, 국내외 항공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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