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NJ 투어] 미국 와인의 뿌리를 찾아서: 브라더후드 와이너리(Brotherhood Winery)

1839년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에서의 하루

뉴욕 허드슨 밸리(Hudson Valley) 지역은 미국 동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풍성한 문화 유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맨해튼에서 차로 단 1시간 반 정도의 거리로, 도심의 소음을 벗어나 여유로운 일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힐링 공간이다. 허드슨 강을 따라 펼쳐지는 이 지역에는 미술관, 역사 유적지, 농장과 마켓, 그리고 수많은 와이너리가 존재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바로 1839년 설립되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알려진 브라더후드 와이너리(Brotherhood Winery)다.

미국 와인 산업의 태동지

1839년부터 이어진 역사적 와이너리의 발자취

브라더후드 와이너리의 역사는 단순한 와인 생산 그 이상이다. 이곳은 미국 와인 산업의 시작점이자, 시대의 굴곡을 함께해 온 역사적 장소이다. 1839년 프랑스계 이민자였던 장 바비스트(Johann Jacques)가 이 지역에 첫 포도밭을 조성하고, 프랑스식 와인 양조법을 적용해 와인을 만든 것이 시초였다.

당시에는 아직 와인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던 미국에서, 브라더후드 와이너리는 그야말로 개척자의 정신을 상징하는 장소였다. 남북전쟁, 대공황, 심지어 금주법(Prohibition)의 어두운 시기에도 이 와이너리는 문을 닫지 않았다. 금주법 시대에는 ‘성찬용 와인(Sacramental Wine)’을 제조하면서 합법적으로 운영을 지속했고, 이는 오늘날에도 성지 순례하듯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현재 와이너리 지하에는 19세기 석조 구조로 만들어진 와인 셀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당시의 양조 시설과 와인 저장 방식, 그리고 와인 병의 수작업 라벨링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브라더후드는 단순히 ‘오래된’ 와이너리가 아니라, 미국 와인 산업의 산 증인이자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감성과 현대적 경험의 조화

와인 투어와 시음, 그 이상의 여운

브라더후드 와이너리를 방문하면 단순한 와인 테이스팅을 넘어서, 다층적인 감각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곳의 투어는 약 45분에서 1시간 정도 진행되며, 가이드의 상세한 설명을 따라 와이너리의 역사, 와인 제조과정, 저장기법, 그리고 현재 운영 시스템까지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하 와인 셀러다. 두꺼운 석조 벽과 아치형 천장이 인상적인 이 공간은 180여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 수백 개의 오크 배럴이 정렬되어 있는 모습은 장관이며,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도 포도 향이 은은히 풍겨나온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투어를 마친 후 이어지는 테이스팅 시간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테이스팅 라인업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 Carlo’s Red: 진한 체리와 라즈베리 향이 어우러지며, 목 넘김이 부드럽고 누구나 즐기기 좋은 미디엄 바디 레드 와인.
  • Dry Riesling: 청사과와 레몬의 산미가 조화로운 화이트 와인. 식전주나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 May Wine: 독특하게도 목초 허브인 Sweet Woodruff가 첨가된 화이트 와인으로, 상쾌한 향이 인상적이다.
  • Spiced Holiday Wine: 겨울 한정으로 제공되는 따뜻한 와인. 시나몬, 정향, 오렌지 껍질 향이 난로 앞의 오후를 연상케 한다.

브라더후드는 소위 ‘인스타그램용 와이너리’가 아니다. 인위적인 연출 대신, 와인 그 자체와 공간이 주는 정직한 매력을 통해 방문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결혼식, 이벤트, 그리고 예술 공간으로서의 브라더후드

전통 속에서 피어난 다목적 문화 공간

오늘날 브라더후드 와이너리는 단순한 양조장이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고딕풍 건축 양식의 와이너리 홀은 웨딩 및 각종 행사의 장소로 각광받는다. 돌로 쌓은 두꺼운 벽과 높은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마치 중세 유럽의 대성당을 연상시킨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실제로 브라더후드는 연간 수십 건의 웨딩, 기업 행사, 아트 마켓, 라이브 공연 등을 유치하고 있으며, 인근 지역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허드슨 밸리의 단풍과 함께 하는 Harvest Festival이 열리며, 수제 맥주, 로컬 푸드, 예술작품, 라이브 음악 등이 어우러져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즐길 수 있는 체험 부스와 퍼레이드가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다.

와이너리 주변 관광: 허드슨 밸리를 입체적으로 즐기다

예술, 자연, 역사, 그리고 미식이 만나는 곳

브라더후드 와이너리가 위치한 Washingtonville 마을은 작지만 매력적인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이 일대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관광지를 연계해 여행 일정을 짤 수 있다:

  • Storm King Art Center: 대형 야외 조각 공원이자 예술 애호가들의 성지. 자연 속에서 현대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Dia:Beacon: 미니멀리즘, 개념 미술 등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설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Hudson River Cruise: 뉴버그(Newburgh)나 킹스턴(Kingston)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면, 허드슨 강의 풍경을 유유히 즐길 수 있다.
  • 베어마운틴 주립공원(Bear Mountain State Park): 등산, 자전거, 동물원, 호수 피크닉 등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
  • 로컬 팜마켓과 수제 치즈 매장: 허드슨 밸리는 수제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와인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브리, 고다, 블루 치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와이너리 방문을 중심으로 하루나 이틀 일정을 구성하면, 문화와 자연, 미식이 어우러진 풍성한 여행이 가능하다.

방문 정보 및 실용 팁

브라더후드를 100% 즐기기 위한 가이드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 운영 시간:
    월~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
    (겨울철에는 기상 상황에 따라 조기 마감 가능)
  • 위치 및 교통:
    주소: 100 Brotherhood Plaza Dr, Washingtonville, NY 10992
    뉴욕시 기준 차량 이동 시 약 90분 소요. Metro-North를 이용할 경우 Beacon역 하차 후 차량 이동 필요.
  • 입장료 및 예약:
    투어 + 테이스팅 패키지 기준 약 $15~$25 수준.
    온라인 예약 가능하며, 주말/휴일은 사전 예약 권장.
  • 주차 및 시설:
    무료 주차 가능. 기프트숍, 야외 테라스, 화장실 및 피크닉 공간 완비.
  • 기프트숍 추천 품목:
    • 와인 3병 구매 시 전용 박스 패키지 제공
    • 로컬 허니와 잼
    • 브라더후드 로고가 박힌 와인잔과 액세서리
    • 계절 한정 스파이스드 와인 믹스

유서 깊은 와인과의 교감, 그리고 한 잔의 여유

브라더후드 와이너리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 와인 문화의 근원을 마주하고, 시간을 음미하며, 자신만의 감각으로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겉치레나 장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깊이와 정직함에서 온다.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성지이자,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평온한 피난처이며, 역사와 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허드슨 밸리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그리고 단 하루라도 그 지역의 본질에 가까이 가보고 싶다면, 브라더후드 와이너리는 그 선택에 후회 없는 답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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