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강을 마주한 뉴저지 북부의 잉글우드 클리프스(Englewood Cliffs)는 과거엔 고요한 주거지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미래 기술과 환경 디자인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LG전자의 북미 신사옥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신사옥은 단순한 기업 본부를 넘어, 지역사회와 공존하며 친환경적 미래를 구현하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자연을 존중한 설계, 지역 경관을 지키다

LG 신사옥 부지가 위치한 잉글우드 클리프스는 미국 동부 해안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자연적인 지형으로 꼽히는 파리지스 절벽(Palisades Cliffs)에 인접해 있다. 이 절벽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보호 경관 중 하나로, 자연환경과 역사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장소다. 이러한 이유로, 건물 개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은 유례없이 뜨거웠다.
원래 계획된 건물의 높이는 약 143피트였으나, 지역 주민들과 환경보호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절벽 너머로 보이는 맨해튼의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LG는 건축 설계를 대폭 수정해 최종적으로는 69피트 이하, 총 352,000제곱피트 규모의 수평형 캠퍼스로 완성했다. 이는 파리지스 절벽의 수목선(tree line)을 넘지 않도록 배치된 것으로, 수직이 아닌 수평 확장을 택함으로써 지역 경관을 존중하는 결단이었다.

이러한 절충은 단순한 기업의 양보를 넘어, 지역사회와 기업 간의 협치를 이끌어낸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환경 단체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정치권, 비영리 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협의와 조율을 거쳐 이루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뉴욕시와 허드슨강을 마주한 이 경관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지역 협의 체계의 성숙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LEED Platinum 등급, 뉴저지 최고 수준의 친환경 본사
LG 신사옥의 가장 큰 자랑 중 하나는 미국 친환경건축인증제도(LEED)에서 최고 등급인 Platinum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다. LEED 인증은 설계, 시공, 운영, 유지관리 등 전 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국제적인 기준으로, Platinum 등급은 가장 까다로운 환경 요건을 만족해야 받을 수 있다. 뉴저지 내에서도 극소수 건물만이 이 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LG가 단순한 ‘사무공간’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기업 철학에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본사 옥상에는 총 60,000제곱피트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전력의 약 30%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며, 나머지 전력도 친환경 전력 공급원으로부터 충당한다. 빗물 재활용 시스템, 고효율 단열재와 창호, 자동화 조명 및 냉난방 제어 시스템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설계는 에너지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조경 또한 눈에 띄는 성과다. 건물 주변에는 1,500그루 이상의 토착 수종이 심어졌고, 6개의 습지 복원, 자연 탐방로 조성, 지역 동식물 서식지 복원 등 생태계를 고려한 설계가 적용되었다. LG는 이를 통해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 순환 구조를 지원하고자 했다. 이는 단순한 ‘녹지 공간’의 의미를 넘어, 지속가능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이 신사옥은 고성능 건물 외피 시스템을 적용해 실내 쾌적도를 높였으며, 실내 공기 질 향상을 위한 스마트 공조 시스템, 업무 환경의 유연성을 고려한 모듈형 공간 구성 등, 직원들의 삶의 질과 업무 효율성까지 고려한 설계를 도입했다.
혁신 기술의 허브, 지역 경제와 교육에 기여
LG 신사옥은 단지 ‘본사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2024년 5월 개관한 Business Innovation Center(BIC)는 최신 상업용 기술을 체험하고 시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약 3,600제곱피트 규모의 첨단 전시공간이다. 이곳에는 디지털 사이니지, EV 충전 솔루션, 의료용 디스플레이, 클린 에너지 설비 등 LG가 보유한 첨단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다. BIC는 기업 고객뿐 아니라 지방 정부, 비영리단체, 교육기관, 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된 공간으로 운영된다.

BIC는 단순한 쇼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공간은 고객사와 파트너는 물론, 지역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위한 기술 견학, STEM 교육 프로그램, 커뮤니티 세미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LG는 북부 뉴저지 일대의 공립학교와 협력해 연례 ‘스마트 기술의 날’을 개최하고 있으며, 기술과 창의력을 결합한 진로 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유가치창출(CSV)’의 실제 사례로도 해석된다.
본사 건립은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건설 기간 중 약 2,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본사에는 현재 1,000명 이상의 상시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잉글우드 클리프스 시는 본사의 완공 이후 연간 약 2,600만 달러의 직접적·간접적 경제 효과를 보고 있으며, 이는 지역 세수 확충과 사회 인프라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 내 중소 상공업체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실질적인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 LG는 지역 사회봉사 프로그램도 적극 운영 중이다. 사내 직원들이 참여하는 자원봉사단은 정기적으로 지역 공립학교, 복지시설, 도서관 등에 기술 장비를 기부하거나 청소 활동, 교육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지역주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공존,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그 존재 이유도 확장되어야 한다. LG전자의 잉글우드 클리프스 신사옥은 이 철학을 설계에서부터 구현하고 있다. 건물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기술은 지역사회와 공유된다. 에너지는 자급자족의 순환 구조를 갖추었고, 사업은 이윤 중심을 넘어서 지역과의 동반 성장을 지향한다. LG는 이를 위해 환경적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사회적 지속가능성까지 포괄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복잡한 도시화 속에서, 잉글우드 클리프스의 LG 사옥은 드문 예외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거대한 기업이 어떻게 지역의 자연·문화·사회와 섬세하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이 건물은 단지 건축의 완성작이 아니라, 기업과 지역사회 간 신뢰의 건축물이기도 하다.
앞으로 LG는 이 공간을 거점으로 북미 시장 내 지속가능성 중심 경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는 탄소중립 전환 로드맵, 지속가능 공급망 구축, 지역사회와 연계한 혁신 기술 개발 등이 포함된다. 기술과 환경, 그리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미래의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잉글우드 클리프스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는 단지 LG만의 성과가 아니라, 글로벌 비즈니스가 지역사회와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치 이상의 책임과 철학이 필요하다. LG의 신사옥은 그 철학을 실현한 건축물이며, 그 공간 속에서 기업과 지역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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