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Nj 오피니언] 미중 대립의 시대, 어디로 향하는가

충돌과 휴전 사이: 단기적 긴장과 완충의 패턴

21세기 들어 국제정치의 가장 큰 축은 단연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다. 이는 단순한 무역분쟁을 넘어 정치·경제·기술·군사 전 영역을 포괄하는 체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고율 관세를 도입하며 시작된 무역전쟁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완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반도체, 인공지능, 5G 통신,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첨단 분야까지 통제 범위가 확장되면서 사실상 ‘전면적 디커플링(Decoupling)’에 가까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보면 미중은 “완전한 결별”보다는 “관리된 경쟁”을 택하고 있다. 미국은 전략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철저히 배제하려 하지만, 농산물·항공기·일부 소비재와 같은 영역에서는 부분적 예외90일 단위의 관세 휴전 같은 완충 장치를 마련해왔다. 중국 역시 보복 관세와 희토류 통제라는 카드로 대응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해 일부 협상 창구를 열어 두고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특히 2025년 들어 확인된 흐름은,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 장비·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통제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특정 기업에게는 “선별적 예외”를 허용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NVIDIA)가 중국 시장을 완전히 잃지 않도록 특정 제품(H20 등)의 제한적 수출을 허용하고, 대신 매출의 일정 비율을 미국 정부에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자국 기업의 수익성과 글로벌 지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안보 영역에서도 단기적 충돌과 긴장이 반복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과 필리핀 선박 간 충돌,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 훈련 등은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고위급 핫라인을 통해 우발적 충돌을 관리하려 하고, 미국은 일본·호주·필리핀 등 동맹과의 합동훈련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전면전으로의 비화는 억제하고 있다. 요컨대, 단기적으로 미중은 충돌과 휴전 사이에서 불안정한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술과 경제의 전선: 중기적 분화와 블록화

3~5년의 중기적 전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기술과 공급망의 분리다. 미국은 반도체 초미세공정 장비(EUV·DUV),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차세대 메모리(HBM) 등 핵심 분야에서 네덜란드·일본과 함께 통제망을 구축했다. 이러한 동맹 기반의 ‘기술 봉쇄’는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전략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빅펀드 3기’를 조성해 반도체 내재화 투자를 확대하고, “자립형 기술 생태계”를 만들려 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에서는 이미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를 확보했지만, 초미세 반도체와 최첨단 AI 칩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 장벽에 막혀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가격 경쟁력, 내수 시장의 규모, 그리고 국가 주도의 자원 동원을 통해 장기적 자립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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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도 양국의 분리는 심화된다. 미국은 자국 내 제조업 회귀(리쇼어링)와 멕시코·동남아를 통한 공급망 다변화(니어쇼어링·프렌드쇼어링)를 추진한다. 중국은 ‘이중순환 전략’을 내세워 내수 시장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한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에서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투자와 인프라 프로젝트(일대일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조 속에서도 일부 협력의 공간은 남아 있다. 기후변화 대응, 펜타닐 원료 통제, 항공편 증설, 문화·학술 교류 등은 양국이 상호 필요성을 느끼는 영역이다. 따라서 중기적으로는 ‘핵심 기술·안보 분야의 강한 분리’와 ‘보편적 글로벌 과제에서의 제한적 협력’이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 구조 변화: 심층 분기와 병행 질서

10년을 내다보면 미중 대립은 완전한 디커플링이 아니라 심층적 분기(Deep Fragmentation)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즉, 핵심 기술과 안보 영역에서는 완전히 갈라서지만, 금융·보건·기후·문화 등에서는 일정 수준의 연결을 유지하는 형태다. 이는 전면적 단절이 초래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병행 질서(parallel order)를 구축하려 한다. 이미 국제결제시스템(CIPS),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디지털 위안화 실험 등을 통해 달러 중심 금융질서의 보완체계를 만들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항공모함 전력과 우주·사이버 영역에서 미국과 대등한 능력을 확보하려 하며, 외교적으로는 브릭스(BRICS)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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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시 장기적으로 중국을 완전히 봉쇄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대신 동맹과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면서, 특정 영역에서는 협력의 틈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후위기나 전염병 같은 초국경적 문제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부분적 협력 + 구조적 대립’이라는 모순적 병존이 국제질서의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의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은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 유럽은 중국과의 무역·투자를 완전히 끊지는 않으면서도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한다. 이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완전히 치우치지 않는 “제3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 시민의 시각에서 본 미중 대립

미중 경쟁은 단지 국가 간의 패권 다툼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시민의 삶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다. 우선 소비자들은 관세와 공급망 분리로 인해 전자제품, 자동차, 의류, 식품 등 생활 필수재의 가격 변동을 체감하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 생산비용이 높아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되고, 이는 가계의 생활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둘째, 기술 경쟁은 시민들에게 양면적 의미를 가진다. 인공지능, 반도체,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은 인류의 삶을 진보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 특정 국가의 기술 접근이 제한되고 디지털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교육, 의료, 노동시장 등 일상의 영역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안보 불안은 시민들의 심리적 안정감과 직결된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은 언뜻 멀리 떨어진 지역의 분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국제 항로, 에너지 공급,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흔들 수 있다. 작은 충돌이 국제적 위기로 비화될 경우, 세계 시민 모두가 경제적·사회적 충격을 공유하게 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마지막으로, 미중 대립은 기후위기와 팬데믹 대응 같은 초국경적 과제 해결에 양날의 검이 된다. 경쟁이 심화되면 협력은 위축되지만, 동시에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제 앞에서는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각국 정부가 경쟁과 대립을 넘어 공동의 생존 문제에 협력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결국 세계 시민에게 미중 대립은 “강대국의 게임”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과 미래를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조건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선택은 소비자의 지갑, 노동자의 일자리, 학생의 교육 기회, 환자의 의료 접근성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결과를 몸소 체감하는 주체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미중 대립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수십 년간 국제질서를 규정하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관세와 기술 통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지속되며 불안정한 평형이 이어진다. 중기적으로는 공급망과 기술 체계가 블록화되면서 두 세계가 점차 분리된다. 장기적으로는 완전한 단절이 아닌, 핵심은 분리되고 주변은 연결되는 심층 분기 구조가 굳어진다.

그러나 이 거대한 패권 경쟁 속에서 세계 시민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 과정이 단순히 국가 지도자들만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미래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미중 대립의 시대는 승자 독식의 결말이 아니라, 불완전한 공존과 경쟁의 지속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며, 그 속에서 시민들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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