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1년 시작된 ‘미국 내셔널 챔피언십’
US 오픈 테니스는 1881년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에서 열린 ‘미국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출발했다. 당시에는 남자 단식과 복식만 치러졌으나, 1887년 여자 단식, 1889년 여자 복식, 1892년 혼합 복식이 도입되며 점차 종목이 확대됐다. 1968년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장벽을 허물고 모든 선수가 참가할 수 있는 ‘오픈(Open)’ 체제로 전환, 현대적 의미의 US 오픈이 탄생했다. 같은 해 아서 애쉬(Arthur Ashe)가 첫 남자 단식 우승자가 되었고, 이 상징적 장면은 이후 테니스 역사와 인권 운동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았다.

1978년 대회는 뉴욕 퀸스의 플러싱 메도우 파크로 무대를 옮겼다. 현재 ‘USTA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로 불리는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테니스 경기장 단지를 갖추고 있으며, 아서 애쉬 스타디움은 테니스 팬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성지로 자리 잡았다. 코트 역시 잔디에서 클레이, 그리고 하드코트로 바뀌며 현대 테니스의 흐름에 맞게 발전을 거듭했다.
기술 혁신과 대회의 진화
US 오픈은 전통 위에 안주하지 않았다. 2006년, 그랜드 슬램 대회 중 최초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 ‘호크아이(Hawk-Eye)’를 도입하며 테니스 경기의 판정 공정성을 한 단계 높였다. 2021년부터는 ‘호크아이 라이브(Hawk-Eye Live)’ 시스템으로 완전 자동화된 전자 심판 시대를 열었고, 이는 선수와 팬 모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경기 환경을 제공했다. 2020년에는 하드코트 표면을 ‘Laykold’로 교체해 경기력과 안전성을 동시에 강화했다.

또한 상금 규모 역시 급격히 성장해왔다. 2025년 대회의 총상금은 9천만 달러로, 그랜드 슬램 역사상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이는 테니스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중심 무대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2025년, 팬 경험 중심의 개편
최근 US 오픈은 팬 중심의 경험을 강화하는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부터 혼합 복식 경기는 본 대회가 아닌 ‘팬 위크(Fan Week)’에서 펼쳐진다. 대회는 단 이틀 동안 치러지며, 16개 팀이 짧은 포맷으로 맞붙는다. 세트는 4게임제로 운영되고, 타이브레이크와 10점 매치 타이브레이크를 도입해 긴장감 있는 경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승팀에는 10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편 개막일은 일요일로 앞당겨져 총 15일간의 일정으로 운영된다. 이는 6개의 세션을 추가하며 약 7만 명 이상의 추가 관중을 유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아서 애쉬 스타디움은 개폐식 지붕 설치 이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첨단 스포츠 시설로 변모하고 있다.

US 오픈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이 대회는 미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성장해온 문화적 상징성을 품고 있다. 아서 애쉬의 우승은 흑인 선수의 사회적 지위와 평등을 상징했으며, 알테아 깁슨(Althea Gibson)의 출전과 우승은 흑인 여성 선수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이처럼 US 오픈은 인종과 성별의 장벽을 허문 무대였다.
또한 US 오픈은 뉴욕이라는 도시와 결합해 세계적인 문화 축제의 장이 되었다. 경기 외에도 음악 공연, 패밀리 이벤트, 미디어 행사 등이 열리며 스포츠와 대중문화가 교차하는 현장이 된다. 첨단 기술, 대규모 상업성, 글로벌 팬 참여가 어우러져 US 오픈은 오늘날 가장 ‘뉴욕적인’ 스포츠 행사로 평가받는다.
결국 US 오픈은 14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시대정신을 담아온 무대다. 스포츠의 공정성과 기술 혁신, 팬 경험의 확대, 그리고 사회적 포용의 상징성을 통해 US 오픈은 단순한 테니스 대회를 넘어, 문화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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