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뉴저지의 수돗물 안정성, ‘샴페인 워터’에서 PFAS까지

서로 다른 물길, 뉴욕과 뉴저지의 공급 구조

미국 동부 대도시권인 뉴욕과 뉴저지는 인구 2천만 명 이상이 밀집해 살아가는 초대형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의 일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는 수돗물이다. 뉴욕과 뉴저지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수돗물 공급 체계와 품질은 크게 다르다.

뉴욕시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비여과(unfiltered)’ 시스템을 운영한다. 주된 수원은 Catskill, Delaware 수원지이며, 일부는 Croton에서 공급된다. 이 물은 엄격한 보호구역에서 채취되며, 여과 과정 없이 바로 공급이 가능할 만큼 청정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뉴욕시는 이를 도시의 자랑으로 여겨 왔고, “뉴욕의 피자는 수돗물 덕분에 맛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수돗물은 도시 정체성의 일부다. 실제로 뉴욕시는 물의 부드러움(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낮음)을 강조하며, 베이글과 피자가 맛있는 이유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반면, 뉴저지는 지역마다 다양한 공급 체계를 가지고 있다. 강과 호수, 지하수 등 각기 다른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다 쓰며, 정수장과 여과 시설의 성능에 따라 수질이 크게 달라진다. 주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여과와 소독 과정을 거치며, 따라서 수돗물의 맛과 질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뉴욕과 뉴저지의 수돗물은 같은 대도시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대규모 보호 수원지 기반의 비여과 시스템(뉴욕)’과 ‘분산형 여과 시스템(뉴저지)’이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공급 구조의 차이가 안정성 면에서 항상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 고유의 문제를 안고 있다.

드러나는 문제들 ― ‘샴페인 워터’의 그늘과 ‘영원한 화학물질’

뉴욕시는 전통적으로 “샴페인처럼 상쾌하다”는 찬사를 받아왔다. 실제로 수원지 보호 덕분에 대장균이나 중금속 같은 고전적 위험 요소는 잘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Croton 수원지의 염도 상승으로 맛의 변화가 보고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물이 짭짤하다”는 불만을 제기했고, 뉴욕시 당국은 수원지 수리와 운영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소독 부산물(DBPs)이다. 뉴욕시는 염소로 소독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삼할로메탄(THMs)과 같은 부산물이 생성된다. 법적 기준(80ppb) 이내에 머물고 있지만, 환경단체 EWG가 제시하는 권고 기준(0.15ppb)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장기 노출 시 방광암,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뉴저지의 경우 문제는 훨씬 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PFAS(소위 ‘영원한 화학물질’) 오염이 심각하다. 2018년 주 정부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PFAS 규제 기준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의 수도 시스템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치가 확인된다. PFAS는 산업 활동과 소방 거품 등에서 비롯되어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될 경우 갑상선 질환, 면역 체계 교란, 일부 암과 관련 있다는 연구가 있다.

또한 납 배관 문제도 크다. 뉴어크시는 2016년 이후 납 오염으로 큰 사회적 논란을 겪었고, 현재 1만 8천여 개의 납관을 교체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뉴저지 전역에서는 2029년까지 모든 납관을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수십만 가구가 여전히 납 노출 위험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뉴욕은 전통적으로 깨끗한 수돗물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소독 부산물과 염도 상승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뉴저지는 PFAS와 납관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안과 신뢰의 균열

수돗물 문제는 단순히 과학적 수치나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주민들이 매일 마시는 물에서 신뢰를 느끼는가, 불안을 느끼는가가 핵심이다.

뉴욕에서는 여전히 다수의 주민들이 수돗물을 바로 마신다. 도시 당국은 매년 수질 보고서를 배포하고, 무료 납 검사 키트를 제공한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물이 짭짤하다”거나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경험적 불신을 표현한다. 특히 맨해튼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노후 배관으로 인해 탁수가 나오는 사례가 종종 보도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뉴저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지역마다 수돗물 품질이 달라 불신이 더 크다. 일부 카운티 주민들은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생수를 구입해 마시는 경우가 많고, 정수기를 가정 필수품으로 여긴다. 특히 PFAS 오염이 전국 뉴스로 보도된 이후에는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불안이 급격히 높아졌다. 납 오염 사건이 불거진 뉴어크에서는, 주민들이 “정부가 수년간 문제를 숨겼다”는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이런 불신은 단순한 심리적 불안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생수 구입 비용, 가정용 정수기 설치·유지 비용, 건강 이상에 대한 우려는 모두 생활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수돗물에 대한 신뢰는 곧 공동체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뉴욕과 뉴저지의 수돗물 안정성은 환경 이슈이자 사회적 이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대응과 앞으로의 과제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가정 단위로 할 수 있는 대응은 무엇일까?

첫째, 정기적 수질 검사가 필요하다. 뉴욕시 주민은 311을 통해 무료 납 검사 키트를 받을 수 있으며, 뉴저지 주민은 지역 보건국과 수도국을 통해 수질 보고서를 확인하거나 사설 검사 기관을 활용할 수 있다. 가정 내 배관 문제로 발생하는 오염은 공공 수질 검사에서 잡히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점검이 중요하다.

둘째, 정수기 사용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활성탄 필터는 소독 부산물과 일부 PFAS, 미세 불순물을 줄여준다.
  • 역삼투압(RO) 시스템은 납과 헥사발런트 크롬 같은 중금속 제거에 효과적이다.
  • 다만, 필터 교체 주기를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셋째, 생활 습관의 작은 변화도 도움이 된다. 아침 첫 물은 일정 시간 흘려보낸 후 사용하거나, 오래 사용하지 않은 배관의 물은 바로 마시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수돗물의 맛과 냄새에 변화를 느낀다면 즉시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하지만 이런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공공 인프라의 개선이 핵심이다. 뉴욕은 Croton 수원지의 염도 관리, 소독 부산물 저감 대책을 강화해야 하며, 뉴저지는 납관 교체와 PFAS 제거 설비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연방 차원에서도 EPA가 납 서비스 라인 철거, PFAS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지만, 실제 실행과 재원 마련은 각 주와 지방정부의 몫이다.

장기적으로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단순히 ‘기준치 충족’이 아니라, 주민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과학적 안전성과 사회적 신뢰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뉴욕과 뉴저지가 직면한 도전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이다.

맺음말

뉴욕과 뉴저지는 서로 다른 시스템 속에서 각자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뉴욕은 전통적으로 깨끗하고 부드러운 물로 유명하지만, 소독 부산물과 염도 상승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안고 있다. 뉴저지는 PFAS와 납 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와 싸우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수질을 넘어 주민 신뢰 위기의 문제다.

결국 물은 생존의 기반이자 사회적 신뢰의 상징이다. 각 가정이 정수기를 설치하고 생수를 사 마시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투명한 정보 공개, 과감한 인프라 투자, 그리고 주민 참여형 관리 체계에서 나온다.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공연처럼 뉴욕과 뉴저지의 수돗물도 ‘보이지 않는 무대 뒤 노력’이 있어야만 안전과 신뢰를 지속할 수 있다.

뉴욕앤뉴저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revious Story

[달러 패권의 역사 ②] 위기와 백스톱에서 오늘까지

Next Story

李대통령 “구금사태 재발 않길…관세협상 ‘상업적 합리성’ 보장”

Latest from Featured

한식과 퓨전의 새로운 공간: 마당(Madang) 레스토랑 리뷰

뉴저지 포트리(Fort Lee) 지역은 오랜 기간 동안 한인 사회의 거점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한인 마트, 학원, 교회, 그리고 다양한 한식당들이 밀집해 있는 이 지역은 한국 교민들에게는 생활 기반이자 정체성을 이어가는 공간이며, 동시에…

포트리의 숨은 보석, 상하이식 중식당 Soup Dumpling Plus

뉴저지 포트리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주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식당이 있다. Soup Dumpling Plus. 번화한 대로변에 있지만 화려한 간판도 없고,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인테리어가 돋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면 상황은…
Go to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