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상징인 지하철과 버스를 운영하는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이 결국 다시 한번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MTA 이사회는 23일 열린 정례 회의에서 2026년 1월부터 지하철과 버스의 기본요금을 현재의 2.90달러에서 3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포함한 재정 계획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롱아일랜드레일로드(LIRR)와 메트로-노스 요금 역시 최대 4.5%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이번 인상안은 팬데믹 이후 더디게 회복되는 승객 수와 급증하는 운영 비용 사이에서 심화되는 MTA의 구조적인 재정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MTA의 재정난, 결국 시민 부담으로
이번 요금 인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MTA가 공개한 최신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 이용객 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재택근무와 유연 근무 제도의 확산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어주던 매일 출퇴근 승객이 크게 줄어든 것이 결정타가 되었다.
수입은 줄어든 반면, 지출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인건비, 에너지 비용, 시스템 유지 보수 등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여기에 더해, 2022년에만 약 6억 9천만 달러의 손실을 안긴 무임승차(fare evasion) 문제 역시 재정난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MTA 관계자는 “2027년부터 다시 수억 달러 규모의 재정 적자가 예상된다”며,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점진적인 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회복 더딘 수입과 늘어나는 지출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담이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는 모양새다.
‘요금 인상’ 너머의 과제, 신뢰 회복이 관건

‘3달러 시대’를 앞둔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MTA는 OMNY 사용자가 일주일에 12번 요금을 내면 그 이후는 무료로 탑승하는 ‘7일 요금 상한제(fare capping)’를 영구 도입하는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근본적인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퀸즈에서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한 시민은 “요금을 올리기 전에 잦은 지연 운행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라이더스 얼라이언스(Riders Alliance)’ 역시 성명을 통해 “MTA는 저소득층 통근객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손쉬운 방법 대신, 운영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정부 지원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관건은 시민들이 인상된 요금을 납득할 만큼 MTA가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만성적인 지연 문제 해결, 시스템 현대화, 안전 확보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여 서비스 개선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번 요금 인상은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몇 달간 열릴 공청회를 거쳐 올가을 최종 결정될 이번 인상안은 MTA와 뉴욕 시민 사이의 신뢰를 시험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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