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뉴욕은 특별한 향기로 가득하다. 메이플과 시나몬 냄새가 거리를 감싸고, 거리 곳곳의 창문에는 칠면조와 단풍잎 장식이 걸린다. 그리고 목요일 아침, 허드슨강 너머로 햇살이 번질 때, 사람들은 모두 같은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바로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다. 2025년, 이 특별한 날은 11월 27일 목요일에 열린다. 도시의 심장부 맨해튼에서는 이미 수주 전부터 준비가 시작된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한 자리 확보, 가족 모임을 위한 디너 예약, 그리고 도시를 채우는 고요한 설렘. 뉴욕의 추수감사절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도시가 잠시 멈춰 ‘감사’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행사는 단연 메이시스(Macy’s)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다. 1924년부터 이어져 온 이 퍼레이드는 매년 약 300만 명이 거리로 몰려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다. 2025년에도 오전 8시 30분, 센트럴파크 서쪽 77번가에서 시작해 콜럼버스 서클을 거쳐 6번가를 따라 헤럴드 스퀘어까지 이어진다. 공중을 떠다니는 거대한 풍선 캐릭터와 브로드웨이 팀의 퍼포먼스, 그리고 마칭밴드가 함께 어우러지며 도시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좋은 자리를 확보하려면 이른 새벽, 적어도 오전 6시 이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라면 콜럼버스 서클 주변의 호텔이나 카페를 미리 예약해 두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또 다른 즐거움은 전날 밤의 풍선 팽창 행사다. 퍼레이드 전날 오후, 어퍼웨스트 지역의 79번가와 콜럼버스 애비뉴 일대에서는 다음 날 하늘을 떠다닐 거대한 캐릭터 풍선들이 하나씩 공기를 채워 넣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질 무렵, 아이들과 함께 산책 삼아 들르기에 좋다. 인파는 많지만 축제의 분위기는 따뜻하다. 뉴욕의 거대한 풍선들이 밤하늘 아래 천천히 형태를 갖춰가는 장면은, 어쩌면 퍼레이드 그 자체보다 더 시적인 순간일지도 모른다.

추수감사절 아침, 퍼레이드를 보면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브런치 뷰잉 이벤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콜럼버스 서클 인근의 Gabriel’s Restaurant에서는 퍼레이드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창가석과 함께 브런치 코스를 제공하는 특별 행사를 연다. 또 Gotham Hall이나 Del Frisco’s에서는 뷰잉 파티와 음악 공연을 결합한 고급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열리는 이 이벤트들은 단순한 식사 자리를 넘어, 도시의 가장 활기찬 아침을 ‘경험’하는 특별한 방법이다. 예약은 이미 시작되었으므로, 관심이 있다면 지금 바로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도 도시의 추수감사절은 계속된다. 일부 레스토랑과 호텔에서는 전통적인 Thanksgiving Feast를 준비한다. 힐튼 미드타운의 Herb N’ Kitchen에서는 오후 12시부터 저녁까지 칠면조 요리, 크랜베리 소스, 펌킨 파이 등 전통 메뉴를 코스로 제공한다. 브라이언트파크 인근 호텔 레스토랑들도 가족 단위 손님을 위한 세트 메뉴를 운영하며, 예약 손님에게는 퍼레이드 이후 바로 식사할 수 있는 시간대가 인기다.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 대부분은 이날 정해진 메뉴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원하는 분위기와 예산에 맞춰 최소 2~3주 전에는 예약을 완료하는 것이 안전하다.

조리보다 여유를 택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방법도 있다. Cozymeal이나 Hudson Table 같은 요리 클래스에서는 추수감사절 전 주에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홀리데이 쿠킹 클래스’를 연다. 직접 칠면조를 굽고, 펌킨 파이를 만들며, 함께 요리의 즐거움을 나누는 경험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반대로 요리에 시간을 쓰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Whole Foods나 Dean & DeLuca, Eataly NYC Downtown 등에서는 미리 조리된 ‘Pre-Cooked Thanksgiving Dinner’를 주문할 수 있다. 따뜻하게 데우기만 하면 완성되는 완벽한 식탁이 집으로 배달된다.
도시의 풍경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하이 라인(High Line) 산책도 추천할 만하다. 늦가을의 허드슨 강변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으며, 멀리서 퍼레이드의 잔향이 들려온다. 오후에는 브라이언트파크의 겨울 마켓을 방문하거나, 록펠러 센터 스케이트장을 미리 둘러보는 것도 좋다. 추수감사절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이기도 하다. 바로 다음 주 수요일, 록펠러센터의 대형 트리가 점등되면 도시 전체가 연말의 빛으로 물든다.

추수감사절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마지막 팁은 ‘속도’보다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인파와 소음, 화려한 이벤트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있는 사람들이다. 가족과 친구, 연인과 나누는 따뜻한 대화,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야말로 뉴욕의 화려한 불빛보다 오래 남는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거리의 조명이 꺼질 때, 도시의 중심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속에 진짜 추수감사절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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