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의 한가운데서 피어난 ‘작은 나무’
올해도 어김없이 록커펠러 센터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섰다. 수십만 개의 불빛이 점등되기 전, 맨해튼 중심에서 거대한 나무가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뉴욕의 겨울은 시작된다. 그러나 이 화려한 전통의 출발점은 의외로 소박했다. 1931년, 대공황 속에서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버티던 록커펠러 센터 건설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작은 전나무 한 그루를 세우고 손수 만든 장식을 걸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공식 행사도, 스폰서도, 방송 중계도 없었다. 단지 혹독한 시기에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작은 의식이었다.

이 비공식적인 첫 트리는 크지 않았다. 몇 개의 수공예 오너먼트만 달려 있었지만, 이 한 그루의 나무가 어려움을 견디는 시대의 사람들에게 ‘연대’와 ‘희망’이라는 상징으로 자리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뉴욕의 겨울을 밝히는 빛은 이렇게 한 그루의 소박한 나무에서 시작되었다.
공식 점등식의 탄생과 대중적 행사로의 성장
이 작은 전통은 1933년, 록커펠러 센터가 완공되면서 공식 행사로 자리 잡는다. 첫 공식 점등식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큰 50피트(약 15m) 높이의 노르웨이 전나무에 700개의 전구를 달아 공개되었고, 당시 뉴욕 시민들에게 큰 화제를 모았다.
전쟁 시기에도 이 전통은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물자 절약을 위해 흰 전구만 사용하고 장식을 최소화했지만, 점등의 의미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암울한 시기에 트리는 ‘전쟁이 끝난 뒤의 일상’을 기원하는 상징이 되었다.

1951년 NBC가 전국 생중계를 시작하면서 점등식은 미국 전역의 겨울을 여는 일종의 문화행사가 된다. 1970~1990년대에는 트리의 규모가 커지고 장식이 다양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초대형 트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 시기부터 트리는 단순한 연말 장식을 넘어, 뉴욕을 상징하는 세계적 아이콘으로 발전했다.
친환경 전환과 스와로브스키 스타의 등장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록커펠러 센터는 트리 전통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기 시작한다. 2004년 모든 전구를 LED 조명으로 교체하며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였고, 행사가 끝난 뒤에는 트리를 해체해 목재를 저소득층 주택 건축을 지원하는 Habitat for Humanity에 기부하는 ‘두 번째 삶’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시기 또 하나의 변화는 트리 꼭대기 장식이다. 스와로브스키가 제작한 대형 크리스털 스타가 2004년 첫 선을 보였고, 2018년에는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재디자인한 400kg 규모의 초대형 스타가 등장했다. 약 300만 개의 크리스털과 70개 이상의 LED 모듈이 결합된 이 장식은 이제 트리만큼이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반짝이는 별 하나에도 뉴욕의 야망과 디자인 감각이 스며 있다.

또한 매년 약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트리를 보기 위해 록커펠러 센터를 찾는다. 트리 점등식은 단순한 조명 행사를 넘어, 세계 도시 뉴욕의 연말 브랜드이자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의 트리: 동북부 숲에서 맨해튼으로, 새 희망을 밝히다
올해 2025년 트리는 뉴욕주 East Greenbush에서 온 75피트(약 23m) 높이의 노르웨이 가문비나무로, 약 75년의 역사를 지닌 노령목이다. 매년 그렇듯 전문가들이 수백 그루의 후보를 검토한 끝에 ‘형태·수관·건강 상태’를 기준으로 최종 선정된 나무다. 트리는 벌목 후 약 130마일을 이동해 11월 8일 록커펠러 플라자에 도착했다. 이 과정 역시 하나의 연말 이벤트로 자리 잡으며, ‘Meet the Tree Day’라는 이름의 가족 참여 행사까지 마련될 정도다.
올해 트리는 총 50,000개 이상의 LED 조명으로 장식되며, 트리 정상에는 400kg이 넘는 스와로브스키 스타가 다시 한 번 빛을 밝힌다. 공식 점등식은 12월 3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되며 NBC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다. 점등 이후 트리는 내년 1월 중순까지 뉴욕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겨울 명소로 남는다.

흥미로운 점은 트리가 단지 ‘전통의 반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1931년 노동자들의 작은 희망에서 시작된 이 전통은 9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겨울도 수많은 관광객과 뉴요커들이 거대한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고, 불빛 아래에서 각자의 소망을 떠올리며 한 해의 마지막을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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