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 설계한 두 개의 미래- Hudson Yards VS Brookfield Place

허드슨야드와 브룩필드 플레이스, ‘계획된 럭셔리’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뉴욕은 즉흥과 혼돈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가장 치밀하게 계획된 실험들이 진행되어 온 공간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허드슨야드(Hudson Yards)와 브룩필드 플레이스(Brookfield Place)는‘계획된 럭셔리(planned luxury)’라는 개념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사례다. 두 공간 모두 자연 발생적 동네가 아니라, 공공 권력과 자본, 도시 비전이 결합해 탄생했다. 그러나 이들이 구현한 럭셔리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다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허드슨야드는“뉴욕의 미래를 한 번에 보여주려는” 거대한 선언에 가깝다면, 브룩필드 플레이스는“금융도시 뉴욕의 일상을 어떻게 세련되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가깝다. 이 기사는 두 공간을 단순 비교하는 데서 나아가, 뉴욕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계한 두 개의 미래를 읽어내고자 한다.

출발점부터 다른 두 프로젝트: ‘확장’과‘재정의’

허드슨야드와 브룩필드 플레이스의 차이는 시작부터 분명하다. 허드슨야드는 말 그대로확장(expansion)의 프로젝트였다. 맨해튼 서쪽, 철도 차량기지 위에 인공 플랫폼을 얹고 새로운 도시를 세운다는 발상은, 뉴욕이 여전히 수평적·수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계획이었다. 이 공간은“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전제로 설계되었고, 처음부터 글로벌 자본과 초고소득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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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브루클린 플레이스는재정의(redefinition)의 산물이다. 이 공간은 원래‘월드 파이낸셜 센터(World Financial Center)’라는 이름으로, 배터리 파크 시티의 금융 인프라를 담당하던 오피스 단지였다. 9·11 이후 로어맨해튼이 겪은 침체 속에서, 이곳은 단순한 업무 공간에서 벗어나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전환을 요구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날의Brookfield Plac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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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야드가“뉴욕은 여전히 새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면, 브룩필드 플레이스는“이미 존재하는 도시를 어떻게 다르게 살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 출발점의 차이는 이후 공간의 성격, 이용자, 그리고 뉴요커의 인식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공간이 말하는 언어: 기념비적 럭셔리vs 일상적 럭셔리

허드슨야드를 음 마주하면, 가장 먼 느껴지는 것은 스케일이다. 고층 빌딩이 만들어내는 수직적 압도감, 상업·주거·문화 시설이 하나의 메가스트럭처로 통합된 구조는 이곳이 하나의‘도시 조각’임을 분명히 한다. 이 상징성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 바로Vessel이다. 기능보다는 시각적 충격과 아이콘성을 중시한 이 구조물은 허드슨야드가 추구한 럭셔리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곳의 럭셔리는“보여지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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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브룩필드 플레이스의 럭셔리는 훨씬 조용하다. 유리 천장 아래 야자수가 늘어선Winter Garden은 처음부터 랜드마크를 의도했다기보다는, 실내에서 자연과 빛을 경험하게 하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이곳의 중심은 조형물이 아니라 사람의 체류다. 점심시간의 직장인, 유모차를 끄는 부모, 노년층의 산책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 차이는 공간의‘언어’에서도 드러난다. 허드슨야드는 방문객에게“이곳에 왔다”는 감각을 강하게 각인시키는 반면, 브룩필드 플레이스는 어느 순간“이미 이곳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전자가 목적지(destination)라면, 후자는 생활 공간(living space)에 가깝다. 두 공간 모두 럭셔리하지만, 하나는 기념비적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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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공간을 사용하는가: 글로벌 엘리트vs 지역 공동체

허드슨야드의 주요 이용자는 명확하다. 글로벌 기업의 오피스 종사자, 고가 콘도의 거주자, 그리고 뉴욕을‘경험’하려는 관광객이다. 이곳의 상업 공간은 체험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소비는 하나의 이벤트로 연출된다. 고급 레스토랑과 브랜드 매장은 허드슨야드를“특별한 날에 방문하는 장소”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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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브룩필드 플레이스의 이용자는 훨씬 혼합적이다.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의 직장인, 배터리 파크 시티의 주민, 인근 학교의 학생들까지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이 공간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이는 배터리 파크 시티 전체가 공공성과 주거성을 중시하는 계획도시라는 점과도 연결된다. 이 지역을 관리·개발해온Battery Park City Authority의 철학 역시, 브루클린 플레이스가‘열린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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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의 차이는 공간에 대한 감정적 거리감으로 이어진다. 허드슨야드는 뉴요커들 사이에서 여전히“우리 동네”라기보다는“새로운 개발지”로 인식되는 반면, 브룩필드 플레이스는 이미 로어맨해튼의 일상적 배경으로 흡수되었다. 계획된 럭셔리가 성공하려면, 결국 이 일상성의 확보가 관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뉴욕의 미래를 비추는 두 개의 거울

허드슨야드와 브룩필드 플레이스는 단순히 두 개의 고급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들은 뉴욕이 스스로에게 던진 두 가지 질문의 결과물이다. 첫 번째 질문은“우리는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가”이고, 두 번째 질문은“우리는 어떻게 더 잘 살 수 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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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야드는 전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기술, 자본, 건축을 총동원해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내는 이 프로젝트는 뉴욕의 야망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만큼 비판도 따른다. 지나치게 폐쇄적이며, 소득 계층 분리가 강화된다는 지적은 이 공간이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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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필드 플레이스는 후자의 질문에 답하려 한다. 이곳은 럭셔리를 과시하기보다, 도시의 일상을 어떻게 정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기후 변화, 고령화, 가족 구조 변화 등 앞으로 뉴욕이 직면할 현실적 문제들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이 공간은 화려하지 않지만,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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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공간은 경쟁 관계라기보다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동시에 실험하고 있는 두 방향이다. 허드슨야드가 미래의 가능성을 극대화한 실험이라면, 브룩필드 플레이스는 현재의 삶을 재구성한 실험이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뉴욕의 럭셔리는 이제 하나의 얼굴만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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