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허드슨강 아래 철도 터널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통로는 미국 북동부 경제의 생명선이다. 하루 수십만 명의 통근자, 수백 편의 열차, 그리고 월가와 워싱턴을 잇는 국가 핵심 철도망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어 온 대형 인프라 사업이 바로 Gateway Program이다.
최근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단했던 연방 건설 자금을 복원하라고 명령하면서,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는 다시 한 번 미국 정치·사법·인프라의 교차점에 섰다. 이 판결은 단순한 예산 복원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누적되어 온 지연의 역사와 정치적 갈등을 다시 조명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이 기사는 그 판결을 출발점으로, 게이트웨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왜 문제의 중심이 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흔들려 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다.
모든 것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터널에서 시작됐다
게이트웨이 프로젝트의 기원은 ‘새로운 야망’이 아니라 오래된 위기다.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기존 허드슨강 철도 터널, 이른바 노스 리버 터널(North River Tunnel)은 1910년에 개통됐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터널은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철도 구간을 묵묵히 감당해 왔다.

문제는 시간이 쌓이며 구조적 한계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2012년 허리케인 샌디(Superstorm Sandy) 당시 해수가 터널 내부로 유입되면서 전기·신호·콘크리트 구조물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응급 복구는 이뤄졌지만, 근본적인 수리와 대체 터널 없이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기존 터널은 복선 두 개가 전부다. 그중 하나라도 정비를 위해 폐쇄하면, 뉴욕과 뉴저지를 오가는 철도 수송 능력은 절반 이하로 급감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북동부 전체 경제의 마비 가능성을 의미한다.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는 바로 이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보험’이자 ‘확장’ 계획으로 등장했다.
‘필요성’은 합의됐지만, ‘책임’은 합의되지 않았다
게이트웨이 프로젝트의 기본 구상은 단순하다. 허드슨강 아래에 새로운 복선 터널을 건설하고, 그 후 기존 터널을 순차적으로 전면 보수한다. 동시에 뉴저지와 뉴욕 양측의 선로·교량·역사 시설을 현대화해 전체 수송 용량을 늘린다. 이 계획은 교통 전문가, 주 정부, 연방 교통 당국 모두가 필요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비용과 책임이었다. 총 사업비는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서 갈등의 핵심 질문이 등장한다.
“누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가?”

연방정부는 전통적으로 대형 철도 인프라에 상당한 비중의 자금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뉴욕과 뉴저지는 이미 고세율·고부담 구조를 안고 있는 주다. 두 주는 “국가 핵심 인프라인 만큼 연방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연방정부,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는 “지역 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연방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는 기조가 강해졌다.
이 갈등은 단순한 예산 논쟁을 넘어, 연방주의(federalism)의 해석 차이로 확장됐다. 국가 경제의 대동맥을 유지하는 비용을 어느 수준까지 연방이 책임져야 하는가—게이트웨이는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중단’이 정치적 무기가 되다
게이트웨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다. 이 시기 연방정부는 프로젝트에 배정되기로 했던 대규모 자금 집행을 잇달아 지연하거나 중단했다. 공식적 명분은 ‘재정 건전성’과 ‘우선순위 조정’이었지만, 뉴욕·뉴저지 주 정부와 지역 정치권은 이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해석했다.
게이트웨이는 민주당 성향이 강한 두 주의 핵심 사업이었다. 따라서 자금 중단은 단순한 행정 판단을 넘어, 연방과 주 간 힘겨루기의 상징이 되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공사 일정은 반복적으로 흔들렸고, 일부 구간은 착공과 중단을 오갔다.

이 시기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현재의 정치 갈등을 드러내는 무대로 기능했다. 공사 현장보다 법률 문서와 정치 성명이 더 많이 회자되는 기이한 상황이 이어졌다.
연방법원의 개입: 사법부가 인프라를 움직이다
전환점은 연방법원의 판단이었다. 뉴욕·뉴저지 주 정부와 게이트웨이 개발위원회는 연방정부의 자금 중단이 행정 권한을 넘어선 위법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최근, 연방법원은 중단된 연방 자금을 복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판결의 의미는 단순한 예산 집행 재개에 있지 않다. 법원은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를 국가적 중요성을 지닌 인프라로 명확히 규정했다. 즉, 특정 행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법부의 개입은 행정부와 입법부가 해결하지 못한 갈등을 법적 기준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 판결 이후, 프로젝트는 다시 ‘정치의 볼모’에서 ‘제도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게이트웨이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현재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는 완공까지 여전히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새로운 터널이 실제로 개통되고, 기존 터널이 완전히 보수되기까지는 2030년대 중반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가장 불확실했던 변수—연방 자금—에 대한 법적 기준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

게이트웨이는 단순한 철도 사업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 미국 인프라가 정치적 갈등 속에서 어떻게 지연되는지,
- 연방과 주 정부의 책임 경계가 얼마나 불분명한지,
- 그리고 사법부가 어떤 순간에 정책의 방향타 역할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뉴저지 주민에게 게이트웨이는 ‘언젠가 좋아질 교통’의 약속이지만, 동시에 지연의 비용을 이미 치르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번 연방법원 판결은 그 긴 지연의 역사를 끝낼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다. 다만, 이 판결이 곧바로 완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 예산, 공정 관리라는 또 다른 시험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마무리하며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는 터널을 짓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공공 인프라를 어떻게 결정하고, 누가 그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연방법원의 자금 복원 명령은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긴 서사의 한 장면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완공되는 날, 우리는 단지 새로운 터널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를 둘러싼 미국식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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