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의 역설: 지구 온난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왜 지금의 혹독한 추위는 지구온난화의 반증인가 아닌가?

2025년 겨울, 뉴욕과 뉴저지를 포함한 북미 동부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겨울’을 맞았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 연일 이어진 극한 추위 경보, 난방비 폭등과 전력 수요 급증은 시민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이 같은 경험은 곧바로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추운데, 정말 지구는 따뜻해지고 있는가?” 최근 소셜미디어와 일부 정치 담론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기후 변화 회의론’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그러나 과학이 말하는 기후 변화는 개인이 체감하는 하루의 날씨와는 전혀 다른 시간축 위에 존재한다. 지금의 한파는 지구온난화가 거짓이라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온난화로 인해 기후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역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아니라 데이터, 인상이 아니라 장기 관측에 근거해야 한다.

지구는 실제로 얼마나 따뜻해졌는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지구 평균 기온’이라는 객관적 지표다.
NASA, NOAA,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Berkeley Earth 등 주요 기후 연구 기관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지구 평균 기온을 산출하지만, 결론은 거의 일치한다.

2025년은 관측이 시작된 19세기 중반 이후 세 번째로 더운 해였다. NOAA 기준으로 2025년 지구 평균 기온은 20세기 평균 대비 약 +1.17°C,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약 +1.3°C 이상 상승한 상태다. 2023년과 2024년이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에도, 지구는 결코 ‘식지’ 않았다. 오히려 높은 온도 상태가 고착화된 채 변동성만 커지고 있는 국면에 가깝다.

이 수치는 단일 해의 특이값이 아니다. 최근 10년은 모두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0년에 포함되며, 장기 추세선은 명확하게 우상향하고 있다. 다시 말해, 2025년 겨울의 혹한은 이 추세를 뒤집을 만한 반증이 아니다. 과학에서 기후란 최소 30년 이상 누적된 평균과 패턴을 의미하며, 특정 지역의 단기 한파는 그 일부에 불과하다.

한파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줄어들고 있다

기후 변화 논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오해는 “온난화라면 더 이상 추워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다. 하지만 이는 기후 과학의 언어가 아니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는 이 점을 분명히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저온 현상(cold extremes)의 빈도와 강도는 전반적으로 감소해 왔다. 이는 ‘virtually certain(거의 확실함)’으로 분류된 매우 높은 신뢰도의 결론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중요한 점은 ‘감소’이지 ‘소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파는 여전히 발생한다. 다만 과거보다 덜 자주, 덜 오래, 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이 장기적 경향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NOAA의 장기 자료 역시 북미 지역에서 ‘비정상적으로 추운 날’의 수가 수십 년간 감소해 왔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해, 특정 지역에서는 매우 강력한 한파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오히려 기후 변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극단의 집중화’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관측되고 있다. 평균은 상승하지만, 분산 역시 커지는 것이다.

북극이 따뜻해질수록 중위도는 더 불안정해진다

지금의 한파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 배경은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 이른바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 현상이다.
NOAA Arctic Report Card에 따르면 최근 10년은 모두 북극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10년에 해당하며, 2024~2025년 기간의 북극 평균 기온은 19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동시에 북극 해빙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NSIDC는 2025년 겨울 북극 해빙의 최대 면적이 위성 관측 47년 역사상 최저였다고 보고했다. 얼음이 줄어들면 태양 복사 에너지가 바다에 더 많이 흡수되고, 이는 다시 북극의 추가적 온난화로 이어진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문제는 이 변화가 북극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극과 중위도(뉴욕·뉴저지 같은 지역) 사이의 온도 차가 줄어들면, 대기 흐름을 안정시키던 제트기류가 약화되고 굴곡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찬 공기가 한꺼번에 남하하면, 중위도 지역은 단기간에 강력한 한파를 겪게 된다.

다만 이 연결 고리에 대해서는 과학적 신중함이 필요하다. IPCC는 북극 온난화가 제트기류나 극소용돌이(polar vortex) 교란에 미치는 정량적 영향에 대해 ‘낮은~중간 수준의 신뢰도’를 부여한다. 즉, 메커니즘은 관측되고 있지만, 모든 한파를 온난화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는 기후 과학이 여전히 진행 중인 학문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과도한 단순화를 경계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뉴저지의 한파가 던지는 현실적 질문

그렇다면 뉴욕과 뉴저지가 이번 겨울 경험한 한파의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 이것은 기후 변화가 멀리 있는 추상적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리스크로 다가왔다는 증거다. 난방비 상승, 전력망 부담, 노숙인과 취약계층의 생존 문제는 기후 담론이 아닌 사회 문제다.

둘째, 지금의 논쟁은 ‘온난화가 사실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정한 기후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평균 기온이 오르는 세계에서는 더운 여름뿐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혹한과 폭설 역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추운 겨울이 기후 변화 회의론을 강화하는 현상은 과학의 실패라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의 실패에 가깝다. 데이터는 분명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자신의 몸이 느끼는 추위를 더 강하게 신뢰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앞으로의 환경 저널리즘이 맡아야 할 역할이다.

지금의 한파는 지구온난화의 반증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기후 시스템이 더 이상 과거처럼 안정적이지 않다는 경고에 가깝다. 따뜻해진 지구는 단순히 ‘덜 춥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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