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출간된 『The Personal Librarian』은 벨라 다 코스타 그린이라는 실존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로, 발표 당시부터 비평가와 독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모건 도서관의 최초의 여성 관리자이자, 흑인 혼혈 여성으로서 백인 사회의 중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야 했던 벨라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 전기의 차원을 넘어, 지식, 권력, 인종, 젠더가 교차하는 미국 사회의 복잡한 층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공동 저자인 마리 베네딕트(Marie Benedict)와 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Victoria Christopher Murray)는 이 책을 통해 실존 인물의 기록과 허구적 상상력을 결합하여, 우리가 잊고 있던 여성의 역사를 문학적 언어로 재조명한다. 특히 머레이는 흑인 여성 작가로서, 벨라의 ‘이중 정체성’을 그리는 데 있어 진정성과 복합성을 담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숨겨진 정체성: ‘백인처럼 보이기’의 역사적 무게
벨라는 외모 덕분에 ‘백인처럼’ 살아갈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흑인 혈통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종 정체성을 숨긴 채, J.P. 모건이라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적인 인물의 개인 사서로서 활동하며,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영향력을 누렸다. 그러나 그 영광의 이면에는 ‘노출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끊임없는 공포와 긴장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숨김’의 감정과 전략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너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고, 문서 하나, 인사 한마디, 심지어는 헤어스타일까지도 정체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설계해야 했다. 그녀의 생존 전략은 한 개인의 선택이자, 제도적 인종주의가 낳은 구조적 침묵의 상징이기도 하다.
문화 권력과 여성의 위치
『The Personal Librarian』은 단지 인종 문제만이 아니라, 지식의 권력 구조 내에서 여성, 특히 유색인종 여성이 어떻게 발언권을 획득하고 배제당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벨라는 단순한 ‘비서’가 아닌, 미술품과 서적, 고문서 수집의 전문가였으며, 20세기 초 미국 문화 자본의 정점에 위치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녀의 업무는 곧 미국 지식계의 향방을 결정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나아가 ‘만약 흑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이라는 불안감으로 인해, 벨라는 자신의 지식과 판단을 항상 감추거나 완곡하게 표현해야 했다. 이 소설은 그러한 자율성의 한계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무엇이 그녀를 말하게 했으며, 동시에 침묵하게 했는가?
오늘의 독자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
『The Personal Librarian』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도 외모, 배경, 성별, 인종, 언어에 따라 누군가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숨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진실을 말함으로써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벨라의 이야기는 단지 20세기 초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겪는 구조적 차별과 사회적 가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그 침묵 속의 목소리를 문학적으로 되살리며, ‘보이지 않는 존재’를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던진다.
결론: 기억의 정치와 문학의 역할
『The Personal Librarian』은 단지 과거를 아름답게 재현하는 회고적 서사가 아니라, 현재를 향한 치열한 질문이다. 역사에서 사라진 여성의 이름을 복원하고, 인종과 젠더의 억압 구조 속에서 주체로 살아간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이 작품은 문학이 어떻게 사회적 정의의 목소리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동시에 불편함을 안긴다. 그리고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외면하고 있었는가?’라고. 『The Personal Librarian』은 바로 그 질문을 시작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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