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문명이 조우하는 낙원의 조각: 언터마이어 가든의 경관 미학

허드슨강 절벽 위에 이식된 고대 문명의 유토피아, 고전주의 건축과 인도-페르시아 양식이 빚어낸 인문학적 공간을 읽다
동서양 문명이 조우하는 낙원의 조각: 언터마이어 가든의 경관 미학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Source: New York and New Jersey, DB Ban]

뉴욕 맨해튼의 번잡한 마천루를 벗어나 북쪽으로 향하면, 허드슨강의 동쪽 절벽 위 욘커스(Yonkers)의 언덕배기에서 인류 정원 문화사의 가장 기묘하고도 장엄한 유산과 마주하게 된다. 1974년 미국 국립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등록된 언터마이어 가든(Untermyer Gardens)이다. 20세기 초 천재 변호사이자 탐미주의자였던 사무엘 언터마이어(Samuel Untermyer)와 거장 건축가 윌리엄 웰스 보스워스(William Welles Bosworth)가 창조한 이 공간은, 동양과 서양, 고대와 근대의 문명적 기표들이 하나의 대지 위에서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는 ‘낙원의 파편’이다. 2026년 현재, 오랜 폐허의 세월을 딛고 기적적인 복원 르네상스를 맞이한 언터마이어 가든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화사적 맥락과 공간 비평적 가치를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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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가든(Walled Garden): 서반구에 구현된 고대 페르시아의 낙원 정원

언터마이어 가든의 심장이자 서사적 출발점은 높은 석벽으로 둘러싸인 월드 가든(Walled Garden)이다. 이 공간은 고대 인도-페르시아 문명이 추구했던 내세의 유토피아, 즉 ‘차하르 바그(Chahar Bagh: 사분원 낙원 정원)’ 양식을 서반구에서 가장 완벽하게 재현해 낸 건축적 성취다.

정원사적 맥락에서의 차하르 바그(Chahar Bagh)

고대 페르시아어로 정원을 뜻하는 ‘파이리다에자(Pairidaeza)’는 인류 언어사에서 낙원(Paradise)의 어원이 되었다. 사막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사방을 벽으로 가로막아 외부의 위협을 차단하고, 내부에 풍요로운 물과 녹지를 구축한 공간이 바로 낙원의 원형이다.

보스워스는 이 고대 이슬람 정원의 문법을 철저히 고증했다. 정원의 중심에서 십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수로(Waterways)는 에덴동산에서 발원해 세계의 사방으로 흐르는 네 개의 내강(생명수, 우유, 포도주, 꿀)을 은유한다. 수로를 따라 도열한 대칭적인 식재 체계와 잔잔한 수면은 관람객에게 정서적 극치감과 종교적 영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동양의 정신적 유산이 뉴욕의 대지 위에 완벽하게 번역·이식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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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신전과 음악당: 지중해 고전주의의 과감한 전유

동양적 사분원 정원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지중해 서구 고전 문명의 기표들이다. 보스워스는 페르시아식 수로의 종착지에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전 형태를 띤 ‘하늘의 신전(Temple of the Sky)’을 배치했다. 둥글게 늘어선 코린트식 기둥들이 지붕 없이 뉴욕의 하늘을 그대로 담아내는 이 구조물은, 동양의 수평적 정원 구조에 서양의 수직적 중심축을 부여하는 고도의 건축적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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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칭을 이루는 그리스식 야외 음악당(Amphitheater)은 고대 미케네 문명의 티린스 유적에서 발견된 프레스코화를 본뜬 정교한 모자이크 바닥으로 장식되어 있다. 음악당 전면의 수영장 위에는 20세기 미국 천재 조각가 폴 맨십(Paul Manship)이 조각한 두 개의 스핑크스 상이 놓여 있어 공간의 신화적 분위기를 배가한다. 이슬람의 정원 양식 안에 그리스의 신전과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의 스핑크스가 공존하는 이 절충주의(Eclecticism)는, 20세기 초 미국 엘리트 세력이 가졌던 문명 통합적 시선과 탐미주의적 열망을 고스란히 노출한다.

더 비스타(The Vista)와 사랑의 신전: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 낭만주의까지

월드 가든의 서쪽 문을 열면, 시선은 거침없이 하강하는 139개의 대리석 계단인 ‘더 비스타(The Vista)’로 이어진다. 이탈리아 코모 호수의 ‘빌라 데스테(Villa d’Este)’ 정원을 모델로 설계된 이 거대한 계단은, 시각적 왜곡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갈수록 허드슨강이 눈앞으로 압착되듯 다가오는 극적인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계단 양옆을 호위하듯 도열한 일본 삼나무(Cryptomeria)의 짙은 녹음은 대리석의 백색과 강렬한 색채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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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스타의 종착지인 오버룩(The Overlook)에는 이 공간의 가장 귀중한 고고학적 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건축가 스탠포드 화이트가 유럽에서 들여온 2,000년 된 고대 로마의 모놀리식(Monolithic) 대리석 기둥 두 개다. 이 거대한 기둥들은 강 건너편의 뉴저지 팰리세이즈(Palisades) 절벽을 거대한 액자처럼 프레임화하며, 미국의 대자연을 고대 로마의 제국적 풍경 안으로 포섭하는 차경(借景) 기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여기에 낭만주의적 폴리(Folly)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랑의 신전(Temple of Love)’의 인공 폭포와 철제 정자는, 서구 정원사(Landscape History)의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미학적 교향곡의 종장을 완성한다.

[Fact Sheet: 언터마이어 가든(Untermyer Gardens) 핵심 요약]

항목상세 내용
위치945 N Broadway, Yonkers, NY 10701 (허드슨강 동쪽 언덕)
규모현재 복원 구역 약 43에이커 (전성기 시절 150에이커)
핵심 양식인도-페르시아식 차하르 바그, 그리스·로마 고전주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절충
설계 및 조각William Welles Bosworth (건축), Paul Manship (스핑크스 조각)
주요 명소Walled Garden, Temple of the Sky, The Vista(139계단), Temple of Love
운영 정보매일 오전 9시 ~ 일몰 시까지 개장 (입장료 무료, 기부금 체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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