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야드는 뉴욕이 될 수 있는가- Hudson Yards

랜드마크의 화려함과 공공성의 공백

(허드슨 야드 3부작 기획 ③ · 최종회)

Hudson Yards를 걷다 보면, 이곳이 ‘완성된 도시’인지, 아니면 ‘아직 시험 중인 모델’인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건물은 이미 하늘을 찌르고, 관광객은 끊이지 않지만, 도시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리듬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은 뉴욕이지만, 동시에 뉴욕이 아닌 공간처럼 보인다.

상징을 만들려 했던 도시, Vessel의 실패가 남긴 것

허드슨 야드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단연 Vessel이었다. 벌집을 닮은 계단형 구조물은 기능보다 형상을 앞세운 조형물이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 건축물은 ‘무엇을 하는가’보다 ‘무엇을 상징하는가’를 위해 존재했다. SNS 시대에 최적화된 사진 명소, 새로운 뉴욕의 아이콘. 허드슨 야드는 그렇게 스스로의 얼굴을 만들고자 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그러나 Vessel은 도시의 상징이 되기에는 너무 이른, 혹은 너무 인위적인 존재였다. 반복적으로 발생한 자살 사건은 이 조형물이 가진 구조적·윤리적 문제를 단숨에 드러냈고, 결국 Vessel은 장기 폐쇄라는 결말을 맞았다. 이는 단순한 안전 문제를 넘어, 허드슨 야드라는 도시 실험의 균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도시의 상징은 자연스럽게 축적된 기억과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브루클린 브리지는 설계만으로 상징이 되지 않았다. 수십 년, 혹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오가고, 갈등하고, 기억을 쌓으며 비로소 도시의 얼굴이 되었다. 반면 Vessel은 개장과 동시에 ‘상징’이 되기를 요구받았고,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 실패는 허드슨 야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불러온다. 도시는 설계만으로 완성될 수 있는가. 아니면, 시간과 인간의 예측 불가능한 사용을 통해서만 비로소 도시가 되는가.

문화는 들어왔지만, 공동체는 아직 오지 않았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허드슨 야드는 스스로를 ‘문화적 공간’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The Shed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가변형 외피를 가진 이 공연·전시 공간은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상징하며, 기존 공연장이 감당하지 못했던 실험적 프로젝트를 수용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The Shed는 분명 흥미로운 시도다. 뉴욕의 문화 지형에 새로운 형식을 제안했고, 대형 자본이 문화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 공간은 ‘누구를 위한 문화인가’라는 질문을 피하지 못한다. 접근성, 가격, 프로그램 구성 모두에서 The Shed는 여전히 엘리트 문화의 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Edge 전망대 역시 마찬가지다. 서반구 최고 수준의 높이와 유리 바닥이라는 강렬한 경험은 관광 산업 측면에서는 분명 성공적이다. 하지만 이 경험은 소비로 완결된다. 올라가고,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구조 속에서, 이 공간이 일상의 일부로 기능할 여지는 크지 않다.

허드슨 야드의 문화 시설들은 모두 ‘이벤트’로서의 도시를 강화한다. 방문객은 많지만, 머무는 사람은 적다. 이는 허드슨 야드가 관광지로서는 작동하지만, 생활 공간으로서의 깊이는 아직 얕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하이라인 이후의 도시, 그러나 하이라인은 아니다

허드슨 야드를 이야기할 때 하이라인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하이라인의 북쪽 종착점은 허드슨 야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고, 많은 방문객은 이 두 공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 둘은 닮은 듯 보이지만, 도시적 성격은 극명하게 다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하이라인은 재생의 도시다. 버려진 철도를 시민의 산책로로 바꾸며, 기존 도시 조직 속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었다. 주변 지역의 변화와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이 있었지만, 하이라인은 여전히 시민의 일상과 깊게 연결된 공간으로 기능한다.

반면 허드슨 야드는 신축의 도시다. 과거의 기억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도입되었다. 이는 깔끔하고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낯설다. 하이라인이 우연성과 불균형을 품고 있다면, 허드슨 야드는 철저히 관리된 균형 위에 서 있다.

이 대비는 뉴욕 도시 발전의 두 갈래를 보여준다. 하나는 기존 도시를 변형하며 성장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전혀 다른 규칙을 가진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허드슨 야드는 후자의 극단에 서 있다.

뉴욕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허드슨 야드를 둘러싼 모든 논쟁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곳은 뉴욕다운가?”

이 질문은 감정적 평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구체적이다. 뉴욕다움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계층의 공존, 예측 불가능한 거리 문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끊임없는 충돌, 그리고 불완전함 속에서 만들어지는 활력. 허드슨 야드는 이 요소들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설계되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는 실패라기보다 선택에 가깝다. 허드슨 야드는 혼란을 줄이고, 위험을 관리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도시 모델을 택했다. 그 결과, 안전하고 세련되었지만 다소 무균적인 공간이 탄생했다. 문제는 이 모델이 뉴욕 전체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허드슨 야드는 예외일 수 있다. 금융과 자본의 요구에 최적화된 특수한 도시 실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혹은 시간이 흐르며, 지금의 공백을 서서히 채워 나가는 진짜 도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시의 성격은 언제나 계획보다 사용에 의해 바뀌기 때문이다.

허드슨 야드는 아직 진행형이다

허드슨 야드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곳은 완성된 도시라기보다, 가설에 가까운 공간이다. ‘자본 중심 개발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공공성을 최소화한 도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도시는 얼마나 설계될 수 있는가’. 허드슨 야드는 이 질문들을 실제 공간 위에 올려놓은 실험실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 실험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허드슨 야드가 뉴욕에 던진 질문이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이 도시는 뉴욕이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만 성장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새로운 방식이 반드시 더 나은 도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낸다.

맺으며: 허드슨 야드 이후의 뉴욕

허드슨 야드는 뉴욕의 미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이 뉴욕이 스스로에게 던진 가장 급진적인 질문 중 하나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철도 위에 세운 도시, 자본으로 설계된 공간, 그리고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공공성. 이 모든 요소는 허드슨 야드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중요하게 만든다.

도시는 언제나 불편한 질문 속에서 진화해 왔다. 허드슨 야드는 그 질문을 가장 노골적인 방식으로 드러낸 장소다. 이곳이 언젠가 ‘뉴욕’이 될지, 아니면 뉴욕의 예외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허드슨 야드를 지나친 이후의 뉴욕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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