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이 설계한 뉴욕- Hudson Yards

누가 이 도시를 만들었고,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는가

(허드슨 야드 3부작 기획 ②)

허드슨 야드는 ‘어디에 지었는가’보다 ‘누가 설계했는가’를 묻는 순간 비로소 본질이 드러난다. 이 도시는 땅의 논리보다 자본의 논리로 먼저 완성되었다.

도시를 만든 것은 사람보다 돈이었다

오늘날 Hudson Yards를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실은 이것이다. 이곳은 뉴욕시가 주도해 만든 공공 개발이 아니다. 허드슨 야드는 초대형 민간 자본이 전면에 나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규모의 도시형 프로젝트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개발의 핵심 축은 두 곳이다. 미국의 부동산 개발사 리레이티드 컴퍼니스(Related Companies), 그리고 캐나다 연기금이 운영하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사 옥스퍼드 프로퍼티스(Oxford Properties). 이 조합은 우연이 아니다.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 자본과, 대형 복합개발에 특화된 미국 민간 개발사가 만나 ‘도시를 하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로 설계하는 방식이 탄생했다.

허드슨 야드의 총 사업비는 약 25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단일 민간 개발로는 세계 최대급이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허드슨 야드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장기적으로 베팅한 도시 실험이라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왜 뉴욕이었는가?” 그리고 “왜 하필 허드슨 야드였는가?”

뉴욕이라는 브랜드, 그리고 ‘안정 자산’으로서의 도시

글로벌 자본에게 뉴욕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뉴욕은 하나의 금융 상품이자 안전 자산이다. 정치적 안정성, 법적 투명성, 국제적 유동성, 그리고 무엇보다 ‘뉴욕’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결합된 공간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허드슨 야드는 이러한 뉴욕의 속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맨해튼이라는 입지, 대규모 연속 부지, 그리고 철도 위라는 특수한 구조 덕분에 기존 커뮤니티와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마찰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뉴욕시 역시 이 프로젝트를 반겼다. 시 정부 입장에서 허드슨 야드는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세수 확대와 서부 맨해튼 활성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카드였다. 용도 지역 변경과 인프라 지원은 있었지만, 직접적인 개발 리스크는 민간이 떠안는 구조였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결합은 허드슨 야드를 공공과 민간의 경계가 모호한 도시로 만들었다. 공공 인프라는 있지만, 공공성이 충분한지는 다른 문제였다. 이 모호함은 이후 허드슨 야드를 둘러싼 수많은 논쟁의 출발점이 된다.

‘사는 도시’가 아니라 ‘보유되는 도시’

허드슨 야드의 주거 공간을 둘러보면, 이 도시가 누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는지가 분명해진다. 초고가 콘도미니엄, 럭셔리 브랜드 중심의 상업 시설, 그리고 국제 금융·미디어 기업을 위한 오피스 타워. 이 조합은 전통적인 ‘동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곳의 주거 모델은 실거주보다는 자산 보유에 가깝다. 해외 투자자와 고소득 전문직을 주요 타깃으로 한 주택은, 도시 생활의 편의보다 자산 가치의 안정성을 우선한다. 실제로 허드슨 야드의 주거 공간 중 상당수는 상시 거주자가 없는 상태로 유지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피스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기업의 본사나 거점 사무실이 입주하지만,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공실 문제와 활용도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는 허드슨 야드가 ‘일하는 도시’로 설계되었지만, 변화하는 노동 방식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허드슨 야드는 하나의 상징이 된다. 이곳은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시가 아니라, 자본의 계산에 따라 먼저 그려진 도시다. 그리고 그 계산은 주로 수익성과 안정성을 기준으로 한다.

공공성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불편함

허드슨 야드가 지속적으로 비판받는 이유는 단순히 ‘비싸서’가 아니다. 문제는 이 도시가 얼마나 공공적인 공간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공원과 광장, 문화 시설이 존재하지만, 그 운영과 접근성은 민간의 기준에 크게 의존한다. 공공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유화된 공공 공간(privately owned public space)이라는 점이 허드슨 야드의 특징이다. 이는 뉴욕 곳곳에서 이미 익숙한 구조지만, 허드슨 야드에서는 그 규모와 밀도가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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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간에서는 자발적인 거리 문화나 예측 불가능한 도시의 활기가 자리 잡기 어렵다. 대신, 정돈되고 관리된 경험이 제공된다. 이는 안전하고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뉴욕 특유의 혼란과 다양성을 결여한 풍경을 만든다.

비판자들은 이를 두고 “뉴욕 같지 않은 뉴욕”이라고 말한다. 허드슨 야드는 뉴욕의 지리 안에 있지만, 뉴욕이 오랫동안 쌓아온 도시적 감각과는 다른 규칙으로 움직인다. 이 차이는 우연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부터 의도된 결과에 가깝다. 뉴욕앤뉴저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시를 투자 대상으로 볼 때 생기는 질문들

허드슨 야드는 글로벌 자본의 시선에서 보면 상당히 합리적인 프로젝트다. 장기적인 임대 수익, 자산 가치 상승, 그리고 뉴욕이라는 브랜드가 결합된 안정적 투자처. 그러나 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질문은 달라진다.

이 도시는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회복력을 가질 것인가? 경제 불황, 노동 방식의 변화, 인구 구조의 이동 속에서도 살아 있는 도시로 기능할 수 있을까? 아니면, 수익성이 약화되는 순간 빠르게 매각되고 재편되는 금융 자산으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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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야드는 아직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도시가 뉴욕의 미래 개발 모델을 시험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성공한다면, 비슷한 방식의 개발이 이어질 것이다. 실패한다면, 허드슨 야드는 ‘과도한 자본 중심 개발’의 교훈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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