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시작된 무대: 18~19세기의 브로드웨이
브로드웨이는 뉴욕 맨해튼을 남북으로 가르는 오래된 길이었지만, 처음부터 ‘예술의 거리’였던 것은 아니다. 18세기 후반, 뉴욕은 아직 작은 항구 도시였고, 공연 문화는 주로 로어맨해튼과 유니온 스퀘어 부근에 형성되어 있었다. 이때만 해도 브로드웨이의 역할은 ‘사람들이 오가는 주요 간선 도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급격한 도시 확장과 인구 증가, 산업 발달이 맞물리면서 뉴욕은 본격적인 문화·상업 중심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도시가 북쪽으로 확장될수록 상류층 주거지는 북으로 이동했고, 이를 따라 극장들도 조금씩 북상했다. 당시의 연극·오페라·버라이어티 쇼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이 더 많은 관객을 찾게 되자, 극장들은 자연스럽게 중심가로 이동하며 관객의 접근성을 확보했다.

이 시기 브로드웨이는 서서히 ‘길을 따라 공연이 모이는 장소’라는 독특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직 오늘날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브로드웨이는 분명 도시 공연 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바로 그 무렵 등장한 뉴욕의 여러 극장들이 장차 미국 공연 예술의 역사가 쌓이는 토대가 되었다.
빛의 거리, 그리고 황금기: 1900~1930년대의 북상과 성장
지금의 브로드웨이 이미지를 형성한 시기는 20세기 초다.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뉴욕의 상업 중심이 미드타운 일대로 확장되었고, 극장들도 함께 이동했다. 이때 건설된 뉴암스테르담(New Amsterdam, 1903), 라이시엄(Lyceum, 1903), 브로드허스트(Broadhurst, 1917) 같은 극장들은 오늘날까지 운영되며 ‘브로드웨이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건축물이 됐다.

전기가 도입되면서 극장가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수십 개의 극장이 밝은 전광판과 네온사인을 내걸었고, 이로 인해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거리라는 뜻에서 “Great White Way”라는 별칭이 생겼다. 이 시기 브로드웨이는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이자,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공연 예술의 본산으로 떠올랐다.
1920년대~1930년대는 브로드웨이 황금기였다. 연극, 오페라, 초창기 뮤지컬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수많은 배우·작가·연출가가 뉴욕으로 몰렸다. 브로드웨이 작품은 미국 공연 산업의 기준이 되었고, 그 명성은 세계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큰 격변도 있었다. 1929년 뉴욕 대공황은 극장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고, 관객 수 감소와 재정난으로 많은 극장이 문을 닫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되었다. 그럼에도 브로드웨이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고, 예술계의 저력으로 버티며 부활의 기회를 기다렸다.
쇠락과 재생: 영화·TV와 경쟁하며 찾은 새로운 길
20세기 중반 브로드웨이는 큰 도전에 직면했다. 영화 산업과 TV가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공연 산업은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했다. 특히 1960~70년대 뉴욕 도심의 범죄율 증가, 경제 쇠퇴, 도시 환경 악화는 브로드웨이의 몰락을 가속화했으며, 일부 거리에는 공실과 어두운 상점들이 늘어났다.

이 시기 브로드웨이는 ‘한때 영광을 누린 거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침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뉴욕시와 예술계, 민간단체가 힘을 합쳐 도시 재생과 극장 보존 운동이 시작되면서 브로드웨이에는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980~90년대는 브로드웨이 부활의 시기였다. 여러 극장이 역사적 보존 건물로 지정되었고, 재개발이 아닌 ‘복원과 개선’이 이루어졌다. 도시 환경 정비, 치안 강화, 관광 정책 확대가 맞물리면서 브로드웨이 주변 상권도 빠르게 살아났다. 특히 디즈니가 1990년대 뉴암스테르담 극장 복원에 참여한 사례는 ‘브로드웨이를 가족 중심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재창조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브로드웨이는 단순한 극장가를 넘어, 대형 관광 산업·도시 재생·문화 경제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도시 공간으로 성장했다.
오늘의 브로드웨이: 문화·경제·관광이 어우러진 글로벌 무대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브로드웨이는 단지 뉴욕의 극장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자, 뉴욕 경제의 핵심 동력이며, 전 세계 공연 산업을 움직이는 중심 축이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객이 브로드웨이를 찾고, 공연 티켓 판매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다. 공연 전후로 이루어지는 숙박, 식사, 쇼핑까지 포함하면 브로드웨이가 뉴욕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크다.

건축적으로도 브로드웨이는 ‘시간의 층위’를 그대로 보여준다. 1900년대 초 건설된 극장이 여전히 운영되며, 그 내부에는 현대식 음향·조명·무대 기술이 결합해 있다. 과거의 장인정신과 현재의 기술이 공존하는 곳, 바로 그 복합성이 브로드웨이를 특별하게 만든다.
문화적으로도 브로드웨이는 계속 확장 중이다. 고전 명작부터 실험적 신작, 현대적 재해석까지 다양한 공연이 매일 밤 열린다. 대형 상업 뮤지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 비전통적 연극, 해외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 등 새로운 흐름도 활발하다.

물론 도전도 있다. 팬데믹 이후 관객 수 회복 문제, 제작비 상승, 넷플릭스·콘서트 산업과의 경쟁 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브로드웨이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힘”을 통해 여전히 살아 있는 무대임을 증명해왔다.
오늘도 브로드웨이 극장 앞에는 줄을 선 사람들의 설렘이 흐르고, 거리에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네온사인의 빛이 공존한다. 19세기 작은 극장의 흔적에서 시작해 현대 글로벌 공연 산업의 중심이 되기까지—브로드웨이는 뉴욕의 역사, 문화, 그리고 인간의 예술적 열망이 만들어낸 거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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