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이달 초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경제에 이중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을 ‘중대한 정책 위험’으로 규정하고, 통화정책 대응의 복잡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8일 공개된 회의 의사록은 “통화정책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관리 고려사항을 논의하면서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 상승 및 실업률 상승 위험이 모두 증가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특히 “거의 모든 참석자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지속적일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 언급했다”며, 향후 경제 성장과 고용이 동시에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위원들은 만약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과 고용지표가 악화된다면, 연준은 금리 인상(긴축)과 인하(완화)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의 기로(tradeoff)’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관세로 인해 공급망 비용과 소비자 가격이 모두 상승하면서 물가가 오르지만, 동시에 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중 위기를 뜻한다.

이번 회의는 미국과 중국이 5월 12일 관세전쟁에 대한 90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하기 이전에 열렸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과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고했으며, 이는 글로벌 교역 위축과 미국 내 제조업, 유통업 전반에 걸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4.25∼4.50%로 세 번째 동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트럼프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 또는 “루저(loser)”라고 비난하며 금리 정책이 경기 하강에 늦게 반응한다고 비판해왔다.
당시 파월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관세 인상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세 둔화, 실업률 증가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정책 변경을 유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연준이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독립적인 정책 판단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록이 미국 경제가 단순한 고금리 국면을 넘어서, 외부 정책 충격과 공급망 리스크에 더 민감한 구조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인플레이션과 고용이라는 이중 지표가 엇갈리는 가운데, 연준의 다음 결정이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중요한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 연합뉴스/뉴욕앤뉴저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