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는 국가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며 전례 없는 연방 조직 개편에 나섰다. 그 중심에 있었던 조직 중 하나가 바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다. 2003년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에 설립된 ICE는 그 자체로는 비교적 짧은 역사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기능은 미국 이민·수사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ICE의 창설은 당시 미국 내 이민법 집행 기능을 수행하던 이민귀화국(INS)의 해체에서 비롯되었다. INS의 기능은 세 기관으로 나뉘어 국경순찰국(CBP),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 그리고 ICE로 분리되었다. 이 중 ICE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체포, 구금, 추방 등 이민 단속 임무를 비롯해, 마약 밀수, 인신매매, 테러, 사이버 범죄 같은 초국경 범죄를 수사하는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조직 구조상 ICE는 크게 두 개의 핵심 부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집행 및 추방 운영국’(ERO, Enforcement and Removal Operations)이다. ERO는 미국 내에서 불법 체류로 간주되는 이민자들을 체포하고, 수용소에 구금한 뒤 추방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국토안보 수사국’(HSI, 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으로, 국경을 넘는 범죄 행위—마약, 인신매매, 밀입국, 화폐 위조 등—에 대해 수사와 기소를 수행한다. 이 두 부서는 종종 기능적으로도 구별되며, 전자는 이민 법 집행 중심, 후자는 범죄 수사 중심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ICE는 전 세계 93개 해외 지부와 미국 내 237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약 2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미국 내 하루 평균 28,000명 이상의 이민자를 구금하고 있으며, 연간 수용 인원은 27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사설 계약업체가 운영하는 수용소에 구금되며, 이에 대한 인권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문제는 이 방대한 권한이 지나치게 넓고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다는 점이다. ICE는 연방법상 체포영장이 없어도 이민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개인을 체포할 수 있으며,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강제추방도 가능하다. 이처럼 통상적인 형사사법 절차와 달리, 이민 행정법은 ‘절차적 권리’의 보호 수준이 낮아, 시민권자와 거의 구분 없이 국가의 직접적 통제를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단속의 정치학: 마스크, 데이터, 그리고 ‘수치화된 공포’
2024년 중반부터 ICE는 조직 운영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5년 재출마를 선언하며 불법 이민 단속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하면서, ICE는 다시금 ‘국경 내 민병대’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ICE의 현재 대행국장 토드 라이언스(Todd Lyons)는 2025년 여름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범죄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불법 체류 상태라면 누구든 체포 대상이 된다.” 그는 이민자 체포 목표를 하루 3,000명으로 설정했으며, ‘범죄 전과 없음’을 체포 제외 사유로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단순 교통 위반, 등록 미비, 또는 체류기간 경과와 같은 경미한 사유로도 체포·구금되는 이민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ICE 요원들의 ‘얼굴 가리기’ 작전이다. 라이언스 국장은 ICE 요원들이 체포 시 마스크나 스카프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작전에 나서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요원 신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신뢰 파괴의 상징’으로 간주하고 있다. 누구에게 체포당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상황은, 국가 권력의 ‘익명화’를 우려하게 한다.
게다가 ICE는 최근 미국 내 메디케이드(Medicaid) 가입자 약 8,000만 명의 의료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주소, 주민등록번호(SSN), 출생 정보 등 민감 정보를 통해 체류 신분을 추적하는 것이다. 이는 원래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보험 정보가 이민 단속에 활용되면서 ‘보건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ICE는 뉴욕 맨해튼의 수용소 영상이 유출되며 ‘비인간적 환경’ 논란에 휩싸였다. 영상에는 극심한 과밀 수용, 비위생적 식사, 의료 서비스 부족 등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ICE는 해당 공간이 정식 구금 시설이 아니라 ‘임시 체류 공간’이라며 책임을 회피했지만, 현실은 수백 명의 이민자들이 바닥에 누워 식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단속의 본질이 ‘법 집행’이 아니라 ‘공포 수치화’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일 몇 명을 체포했는지, 어떤 지역에 출동했는지가 정치적 치적의 지표가 되는 순간, 그 수치는 더 이상 인권이 아니라 행정성과의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민자의 얼굴: 분리, 추방, 그리고 회복 불가능한 상흔
ICE의 단속은 수치와 정책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수많은 개인의 삶, 공동체, 가족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오하이오에서 발생한 인그리드 메히아(Ingrid Mejia)와 그녀의 세 살짜리 아들 일리아자르(Eliazar)의 이야기다.

과테말라 출신의 인그리드는 무면허 운전 혐의로 체포되어 ICE에 넘겨졌고, 이후 4개월간 수용소에 구금되었다. 그 사이 미국 시민권자인 아들 일리아자르는 위탁가정으로 보내졌다. ICE는 ‘법에 따른 처리’라고 설명했지만, 모자는 서로의 안부조차 알지 못한 채 떨어져 지냈다. 결국 두 사람은 재회했지만, 어린 아들의 정신적 외상은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례는 특수한 예외가 아니다. 뉴욕시 이민 변호사 협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부모가 ICE에 의해 구금되며 자녀와 분리된 사례가 4,000건을 넘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시민권자 아동이었다. 부모의 법적 지위는 미확정이지만, 아이는 ‘미국 시민’인 이 기묘한 상태에서, ICE는 아이의 보호보다 부모의 체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단속은 단지 개인이나 가족을 넘어서, 공동체 전체의 구조를 흔든다. 뉴저지 버겐카운티의 한 성당 신부는 “ICE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만으로도 공동체는 붕괴한다”며 “이제는 학교 행사에도 참석을 꺼리고, 병원에도 못 가는 가족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러한 공포는 ‘불법 체류자’라는 법적 신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공적 공간에 대한 권리’라는 더 본질적인 차원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E는 조직 확대와 예산 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 현재, ICE는 연방 예산 중 약 76억 달러를 배정받았으며, 향후 5년간 1만 명의 추가 채용 계획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방대한 권한과 자원이 집중되면서, ICE는 점점 독립적인 준군사 조직처럼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ICE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등 이른바 ‘서행주’(Sanctuary States)에서는 ICE의 주내 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이 추진되고 있으며, 연방과 지방 정부 간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ICE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며, ‘트럼프 시대의 민병대’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ICE에 대한 논란은 결국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우리는 누구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가?” 이는 단지 이민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가 어떤 ‘공공성’을 지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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