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강의 물결 위에 떠 있는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는 맨해튼이 품은 새로운 감성의 얼굴이다. 도시의 바쁜 속도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이 작은 섬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예술과 자연, 그리고 건축이 만나는 실험의 무대다. 2021년 개장한 이후, 리틀 아일랜드는 “허드슨의 정원”이라 불리며, 뉴욕의 공공 공간 개념을 다시 정의했다.

리틀 아일랜드는 132개의 콘크리트 기둥 위에 세워져 있다. 각 기둥은 높낮이가 달라 마치 물결이 굳어진 듯한 형상을 이루고, 그 위로 조경된 언덕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영국의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설계한 이 구조물은 ‘떠 있는 공원’이라는 개념을 시각화했다. 바람은 강 위에서 불어오고, 발 아래로는 물소리가 들리며, 멀리 보이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이 공간이 도시의 일부이자 그 반대편임을 증명한다. 걷는 방향에 따라 시야가 끊임없이 변하고, 시점이 달라질 때마다 공원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리틀 아일랜드는 식물의 계절적 리듬으로 살아 움직인다. 조경팀 MNLA는 봄에는 튤립과 라일락, 여름에는 무성한 초록, 가을에는 붉은 단풍, 겨울에는 잎이 진 나무와 도시의 조명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설계했다. 언덕의 경사면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고, 각 지점마다 도시의 소음이 점점 멀어진다. 뉴욕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마치 도시 바깥에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이 공원은, 인공적인 구조물 속에서 자연의 시간성을 복원한다.

공원의 중심에는 두 개의 공연장이 있다. 대형 원형극장 ‘앰프(The Amph)’와 더 작은 규모의 ‘글레이드(The Glade)’에서는 여름이면 재즈, 연극, 어린이 공연이 이어진다. 허드슨강을 배경으로 무대가 펼쳐질 때, 바람이 조명을 흔들고 강물의 반사광이 배우들의 얼굴 위로 번진다. 관객은 도심 속 공연장이 아니라 자연 속 무대에 앉아 있는 듯한 경험을 한다. 리틀 아일랜드는 공연 예술과 도시 환경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다.

이 공원이 들어선 자리는 과거 Pier 54라는 오래된 부두였다. 한때 타이타닉 구조선이 정박했던 이곳은 오랜 세월 버려진 채 남아 있다가,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 잔해 위에 지금의 리틀 아일랜드가 세워졌다. 프로젝트를 후원한 인물은 IT 사업가 배리 딜러(Barry Diller)와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erg) 부부였다. 그들의 개인 자본 2억 6천만 달러가 투입되었고, 뉴욕시와 허드슨 리버 파크 트러스트가 협력하여 완성한 결과물이 바로 오늘날의 공원이다.

리틀 아일랜드의 아름다움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 배경에는 논란도 존재한다. 막대한 건설비와 사적 자본 의존은 “공공 공간의 사유화”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Curbed》는 “이 공원은 마법 같지만 그 마법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방문객들은 공원의 구조가 순환형이라 처음의 놀라움 이후에는 다소 반복적인 동선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리틀 아일랜드는 여전히 도시가 예술을 품는 방식에 대한 가장 성공적인 실험으로 남아 있다.

저녁 무렵 리틀 아일랜드에 서면, 허드슨강 위로 석양이 스며들고 공원의 조명이 하나둘 켜진다. 언덕 위의 사람들은 조용히 바람을 맞고, 연인들은 손을 잡은 채 앉아 있다. 멀리 뉴저지의 불빛이 반짝이고, 물결이 섬의 그림자를 흔든다. 이 순간, 리틀 아일랜드는 도시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그 바깥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뉴욕의 끊임없는 속도 속에서도 사람들은 이곳에서 잠시 멈춘다.

리틀 아일랜드는 단순한 조경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가 인간적인 리듬을 회복하기 위한 실험이다. 콘크리트 기둥 위의 정원은 기술의 산물이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찾는 것은 여전히 자연과 고요, 그리고 관계다. 뉴욕은 언제나 변화를 멈추지 않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서 리틀 아일랜드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 도시의 속도 속에서 언제 마지막으로 멈춰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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