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센터의 여름 밤을 수놓는 오페라의 향연

2025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료 야외 상영회 ‘Summer HD Festival’ 전격 해부

도시의 심장에서 펼쳐지는 예술의 민주화

8월 말의 뉴욕, 그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문화 행사가 링컨센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바로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 극장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politan Opera)가 매년 개최하는 ‘서머 HD 페스티벌(Summer HD Festival)’이 그것이다. 2025년에도 어김없이 이 무료 상영회가 돌아오며,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다시 한 번 오페라라는 장르를 보다 친근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올해로 15회를 맞이한 이 축제는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11일간 링컨센터 야외 플라자에서 진행된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수천 명의 관객들이 저녁 햇살이 기울 무렵, 간이 의자와 도시락, 와인 한 병을 챙겨 들어서며 뉴욕 한복판에서 오페라와 함께 여름밤을 즐긴다. 마치 현대 도시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공공예술의 축제처럼 말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주최 측은 올해도 약 2,500석 규모의 야외 좌석을 전면 무료로 개방하며, 티켓 없이 선착순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입장을 위해 이른 저녁부터 줄을 서는 풍경은 이미 뉴욕의 여름 전통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야외 상영이라는 특성상 기후 변수에 따라 일정이 취소될 수도 있지만, 가벼운 비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우산이나 우비를 미리 챙겨 오는 등 완벽한 준비성을 자랑하며, 예술을 향한 열정을 몸소 증명한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번 페스티벌이 단순한 오페라 영상 상영에 그치지 않고, 메트 오페라가 해마다 전 세계 영화관을 통해 생중계하는 ‘Live in HD’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아카이브 영상이 아니라, 무대 위의 현장감을 생생히 담아낸 고화질 영상으로 구성되어, 관객들에게 극장 못지않은 몰입도를 제공한다.

오페라와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편성

2025년 서머 HD 페스티벌의 시작은 오페라가 아닌 영화 <Maestro>로 열린다. 이 영화는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생애를 다룬 작품으로, 브래들리 쿠퍼가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았고 캐리 멀리건이 그의 아내 펠리시아 역을 맡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페라와 고전음악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페스티벌의 성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예술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상징적인 포문을 연 셈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이어지는 10일 동안은 베르디, 푸치니, 베토벤, 모차르트 등 클래식 거장들의 대표 오페라가 연이어 상영된다. 특히 8월 23일에는 베르디의 <아이다(Aida)>가, 24일에는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가 각각 상영된다. 이 두 작품 모두 인류의 자유와 저항,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어 현재의 정치사회적 상황과도 맞닿아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8월 27일에는 현대 오페라의 흐름을 상징하는 작품 <Grounded>가 상영된다. 이는 2024-2025 시즌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오페라로, 전투기 조종사였던 여성이 무인 드론 조작 임무로 전환되며 겪는 내면적 갈등을 그린다. 현대 전쟁, 기술, 인간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메트 오페라의 실험정신과 혁신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여기에 더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푸치니의 <토스카>와 <서부의 아가씨>,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등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명작들이 상영 라인업에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덕분에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작품 간의 장르·시대·정서의 균형이 훌륭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중 접근성과 도시문화의 시너지

이번 무료 상영회는 단순히 ‘좋은 공연을 무료로 본다’는 수준을 넘어, 예술과 도시, 대중 사이의 접점을 고민해 온 뉴욕 문화계의 오랜 실천이기도 하다. 실제로 메트 오페라 측은 이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시민에게 고급 예술을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철학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링컨센터는 뉴욕시의 상징적인 문화 중심지이자, 오페라뿐 아니라 뉴욕 필하모닉, 발레,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가 집결하는 공간이다. 이곳의 야외광장에서는 낮에는 관광객과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저녁이 되면 자연스럽게 예술이 도시의 공기를 채운다. 메트 오페라의 서머 페스티벌은 이 같은 공공성과 대중성의 결합이 가능한 이상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한 상영 전후로는 다양한 푸드트럭과 팝업 스토어, 지역 아티스트들의 거리공연까지 어우러져, 링컨센터 광장은 하나의 도시형 문화 축제장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위축됐던 오프라인 문화향유가 되살아나는 현장이자, 뉴욕시민들이 다시금 공공장소에서 예술을 공유하는 회복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오페라의 재발견, 그리고 계절의 기억

비단 오페라 애호가뿐만 아니라, 무대예술에 낯선 이들에게도 이번 페스티벌은 특별한 기회가 된다. 상영작 중 일부는 영어 자막이 함께 제공되며, HD 영상 덕분에 무대 세트, 연기, 표정, 의상 등의 디테일이 가까이에서 생생히 전달된다. 덕분에 “오페라는 멀고 어려운 장르”라는 선입견이 완전히 뒤집히는 체험이 가능하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작품별로는 ‘아이다’에서의 대규모 군무 장면, ‘토스카’에서의 서사적 긴장감, ‘피가로의 결혼’에서의 희극적 리듬감 등이 상영을 통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링컨센터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도시의 야경, 황금빛 석양이 오페라의 장면들과 교차될 때, 이는 그 자체로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감각적 경험이 된다.

오페라는 전통적인 실내 공연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지만, 이번 메트오페라의 시도는 그 형식을 해체하고 확장시킨다. 일상의 공간에서 고전예술을 즐기며, 도시의 소리와 공기, 사람들과 함께 예술을 경험하는 것. 이 페스티벌이 보여주는 진정한 가치이자, 예술의 공공성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2025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무료 야외 상영회는 그 자체로 뉴욕이라는 도시의 예술적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거리와 계절, 작품과 시민,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 축제는 단순한 상영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페라를 모르더라도, 뉴욕을 사랑하고 예술을 느끼고 싶은 이라면 누구든 링컨센터 광장에서 잊지 못할 여름밤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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