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이단아, 칙필레(Chick-fil-A)를 말하다

― 신념과 혁신으로 미국 치킨 패스트푸드 시장을 재편한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

작은 다이너에서 미국 최대 치킨 체인으로

1946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 햇트빌에서 한 청년 사업가가 문을 연 작은 다이너가 있었다. 이름은 Dwarf Grill. 창업자 S. Truett Cathy는 단순하지만 맛있는 치킨 메뉴를 개발해 지역 주민들의 발길을 이끌었고, 그 작은 식당은 곧 Dwarf House라는 이름으로 발전했다. 바로 이곳이 오늘날 Chick-fil-A라는 거대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출발점이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1960년대 초반, 캐시는 치킨을 더 빠르고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독자적인 치킨 샌드위치 조리법을 개발했다. 닭 가슴살을 특별한 양념으로 재우고, 압력솥을 활용해 튀겨내는 방식이었다. 이는 조리 시간 단축과 맛의 표준화를 가능하게 했고, 패스트푸드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1967년, 애틀랜타 그린브라이어 몰(Greenbriar Mall) 내에 첫 Chick-fil-A 매장이 문을 열었다. 당시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은 햄버거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치킨은 주류가 아니었다. 그러나 Chick-fil-A는 “햄버거 중심의 세상에서 치킨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들의 간판 메뉴 Chick-fil-A Chicken Sandwich는 이후 수십 년 동안 브랜드 정체성을 이끄는 아이콘이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Chick-fil-A는 급격히 확장했다. 쇼핑몰 입점에서 벗어나 단독 매장을 늘리며 ‘드라이브스루’ 중심의 판매 모델을 강화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전역으로 뻗어나간 Chick-fil-A는 2023년 기준 3,200개 이상의 매장, 연매출 약 2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매장당 평균 매출은 700만 달러를 넘으며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맥도날드나 버거킹, 타코벨 같은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을 능가하는 수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Chick-fil-A가 프랜차이즈 모델을 쓰지 않고 대부분 매장을 직영 체제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는 ‘투자자’가 아니라 ‘운영자’로 선발되며, 초기 투자금은 1만 달러 수준이지만 선발 경쟁률은 수백 대 일에 달한다. 이는 Chick-fil-A가 매장 품질과 고객 경험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출처: Chick-fil-A 홈페이지]

오늘날 Chick-fil-A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자주 차지한다. 단순히 음식 맛 때문만이 아니라, 기업 철학, 고객 서비스, 독특한 운영 모델이 어우러진 결과다.

신념으로 세운 기업 문화와 철학

Chick-fil-A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설립자 Truett Cathy의 기독교적 신념이다. 그는 신앙심이 깊은 침례교 신자로, 회사 운영에도 종교적 가치를 투영했다. Chick-fil-A의 공식 기업 목적문은 다음과 같다.

“To glorify God by being a faithful steward of all that is entrusted to us. To have a positive influence on all who come in contact with Chick-fil-A.”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우리에게 맡겨진 모든 것을 성실히 관리하며, Chick-fil-A와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이 철학은 일요일 영업 중단이라는 독특한 전통으로 나타난다. Chick-fil-A는 1967년부터 지금까지 모든 매장을 일요일과 주요 공휴일(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에 문 닫는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주말은 매출의 최대 피크타임이지만, Chick-fil-A는 직원들에게 휴식과 종교적 활동 시간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이 정책을 고수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성장세는 업계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전략은 역설적이지만 강력한 브랜드 차별화 요소가 되었다.

또한 Chick-fil-A는 고객 서비스에서 업계 최상위 평가를 받는다. 직원들이 고객에게 주문을 받고 음식을 전달할 때 항상 “My pleasure(기꺼이 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매뉴얼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내재화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러한 종교적 색채와 보수적 가치관은 때로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 Chick-fil-A 경영진이 특정 사회적 이슈(동성혼 반대 단체 기부 등)에 연루되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공헌과 지역사회 봉사 활동에 더 무게를 두며,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하는 데 힘써왔다.

결국 Chick-fil-A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가치와 철학을 내세우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Eat Mor Chikin”이라는 유머러스한 광고 캠페인(소들이 햄버거 대신 치킨을 먹으라 권유하는 캐릭터 광고)은 이 철학과 맞물려 대중적 공감대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효율과 혁신으로 무장한 경영 전략

Chick-fil-A의 성장 비결 중 하나는 철저한 운영 효율성이다.

첫째, 메뉴 단순화 전략이다. Chick-fil-A는 햄버거·피자·타코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경쟁사와 달리, 치킨 샌드위치와 닭고기 중심 메뉴에 집중한다. 이는 재고 관리, 조리 표준화, 품질 통제를 용이하게 하고, 고객들에게도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시켰다.

둘째, 드라이브스루 혁신이다. Chick-fil-A 매출의 약 60%는 드라이브스루에서 발생한다.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에 비해 매장이 다소 적음에도 불구하고, 매장당 매출이 높은 이유는 바로 이 드라이브스루 효율성 덕분이다. 최근 Chick-fil-A는 2층 구조 드라이브스루, 음식 컨베이어 시스템, 영상 기반 운영 분석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며 주문 처리 속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셋째, 디지털 전환이다. 모바일 앱 기반 주문·결제 시스템은 팬데믹 이후 급성장했다. 앱은 단순한 주문 수단을 넘어, 로열티 프로그램과 고객 데이터 분석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Chick-fil-A는 개인 맞춤형 쿠폰과 추천 메뉴를 제공하며,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넷째, 가맹점주 선발 및 관리 시스템이다. Chick-fil-A는 운영자 선발 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수천 명의 지원자 중 단 몇 명만이 매장 운영자로 선발되며, 이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철저한 교육을 통해 ‘브랜드 전도사’로 양성된다. 운영자들은 단순한 매장 관리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리더로서 봉사 활동과 기부에도 적극 참여한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전략적 운영 모델 덕분에 Chick-fil-A는 높은 수익성과 고객 충성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글로벌 확장과 미래 비전

Chick-fil-A는 오랫동안 미국 내 시장에 집중해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북미 지역 확장이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2022년 첫 매장을 연 이후 빠르게 확장하여 2024년까지 7개 매장을 열었고, 2030년까지 25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토론토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 중이다.

영국에서는 2019년 단기 매장 운영 이후 사회적 논란으로 철수했으나, 2025년 북아일랜드에 첫 정식 매장을 다시 열며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향후 영국 내 5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시아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2024년 싱가포르에서 팝업 매장을 열어 반응을 확인한 뒤, 2025년 정식 매장을 오픈하며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은 단순히 매장 수 확대를 넘어, Chick-fil-A가 ‘치킨 기반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치킨은 햄버거보다 문화적·종교적 제약이 적어 글로벌 확산에 유리하다. 할랄·코셔 인증 메뉴 도입도 가능해, 다양한 문화권 고객을 포용할 수 있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한편 Chick-fil-A는 메뉴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정판 시즌 메뉴, 지역 특화 메뉴를 출시하며 고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가을 시즌에는 Pretzel Cheddar Club Sandwich와 같은 신제품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미래 전략은 기술과 지속 가능성에도 맞춰져 있다. Chick-fil-A는 드론 배달, AI 기반 수요 예측, 친환경 포장재 도입 등을 실험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음식점 운영을 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다.

Chick-fil-A는 단순한 치킨 패스트푸드 체인을 넘어, 철학과 혁신을 결합한 기업 모델을 보여준다. 작은 다이너에서 출발해 미국 최대 치킨 체인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배경에는 창업자의 신념, 독창적인 경영 전략, 그리고 고객 중심 문화가 있었다.

지금 Chick-fil-A는 미국을 넘어 세계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공의 핵심은 여전히 단순하다. “좋은 재료로 만든 단순한 메뉴, 따뜻한 서비스, 그리고 분명한 철학.”

앞으로 Chick-fil-A가 글로벌 패스트푸드 산업에서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치킨이라는 단일 메뉴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가치 중심 기업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 행보는 패스트푸드 업계뿐 아니라 현대 경영학에서도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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