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언제나 세계 외식업계의 심장으로 불려왔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동네 구석구석의 델리와 피자가게까지, 다양한 음식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 바로 뉴욕이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은 이 도시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긴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관광객 급감, 인건비 상승, 공급망 붕괴가 복합적으로 겹치며 외식업계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

수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팬데믹 이전까지 52년 동안 웨스트빌리지의 명소로 자리했던 Elephant & Castle, 40년 가까이 운영된 브루클린 하이츠의 Park Plaza Restaurant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거점이자 생활의 일부였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와 매출 감소, 인력난은 결국 이들을 버티지 못하게 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관광객과 소비자 수요가 점차 회복되었지만, 외식업계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다시 문을 연 것만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것이다. 지금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단지 지역적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외식업계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생존 전략: 효율화, 하이브리드, 자동화
뉴욕 외식업계가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비용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임대료를 자랑하는 맨해튼에서 장기 임대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많은 소규모 식당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타난 전략은 규모 축소와 선택적 집중이다. 대규모 공간 대신 작은 매장을 택하고, 메뉴도 간소화하여 가장 잘 팔리는 핵심 아이템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과거처럼 수십 가지 요리를 늘어놓기보다, 대표 메뉴 몇 가지로 승부하는 곳이 늘어났다.

동시에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운영 모델이다. 테이크아웃과 배달 서비스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레스토랑은 더 이상 오프라인 공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브루클린과 퀸즈의 많은 식당들은 점심에는 매장에서 고객을 받고, 저녁에는 배달 중심으로 운영한다. 더 나아가 아예 ‘고스트 키친(ghost kitchen)’ 형태로만 운영되는 곳도 생겨났다. 고객과의 접점을 물리적 공간에 두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방식이다.
인력난은 여전히 심각하다. 팬데믹으로 이탈한 인력이 돌아오지 않았고, 급격한 임금 상승은 식당 운영에 큰 부담을 준다. 이 때문에 일부 레스토랑은 자동화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주문·결제 키오스크, 로봇 서빙, 인공지능 기반 재고 관리 등이 실제로 운영되는 곳이 늘었다. 물론 여전히 인간적 접촉이 중요한 외식업에서 기술이 완전히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는 점차 기계가 맡게 될 전망이다.
새로운 기회: 경험, 지속가능성, 그리고 팝업
그러나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뉴욕 외식업의 본질을 설명할 수 없다. 팬데믹 이후에도 꾸준히 예약이 꽉 차는 레스토랑들은 고객 경험에 집중한 곳들이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공연·예술·스토리텔링을 결합해 특별한 경험을 주는 공간이 살아남았다. 이는 가격이 높더라도 고객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힘이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지속가능성이다. 팬데믹은 지역 공동체와 연결의 가치를 부각시켰다. 주민들은 ‘동네 가게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은 가게를 이용했고, 식당들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거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뉴저지와 뉴욕 인근의 농장과 직접 계약해 식재료를 공급받는 파머스-투-테이블 모델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가능한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더불어 눈에 띄는 현상은 팝업 레스토랑의 확산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간 운영되는 임시 매장은 이제 뉴욕에서 흔한 풍경이 되었다. 팝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외식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첫째, 높은 임대료 부담을 피할 수 있는 위험 회피 전략이다. 둘째, 새로운 메뉴와 콘셉트를 시험할 수 있는 실험실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소셜미디어와의 결합이 더해져, “이번 주말에만 열린다”는 문구는 곧바로 줄을 서게 만드는 마케팅 도구로 변모한다.
팝업은 외식업의 패러다임이 영속성에서 유동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엔 수십 년을 내다보고 운영하는 가게가 많았다면, 이제는 몇 달 단위로 교체되는 프로젝트형 모델이 부상하는 것이다. 이는 레스토랑을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이벤트로 재정의한다.
뉴욕 외식업의 미래, 그리고 세계로의 확산
이 모든 변화는 결국 외식업의 재정의로 이어진다. 과거 외식업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기본 전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불안정성이 창의성과 혁신을 자극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앞으로 뉴욕 외식업은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첫째, 비용 절감을 위한 효율화. 둘째,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운영. 셋째, 단순히 음식을 넘어선 경험 중심의 프리미엄화. 넷째, 지역성과 친환경을 강조하는 지속가능성. 다섯째,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화와 기술 접목. 여기에 여섯 번째 축으로 팝업 문화가 더해지면서, 외식업은 고정된 공간이 아닌 유동적인 이벤트로 변화하고 있다.
뉴욕은 언제나 새로운 외식 문화를 실험하고,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도시였다. 재즈 시대의 스피크이지 바 문화, 1980~90년대의 퓨전 요리, 2000년대 이후의 파머스 마켓 열풍이 그러했다. 팬데믹 이후 뉴욕이 만들어내고 있는 외식업의 새로운 모습 또한 결국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맺으며
팬데믹은 뉴욕 외식업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변화를 촉발한 계기이기도 했다. 오래된 명소들이 사라지는 아쉬움 속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과 창의적 운영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팝업 매장, 하이브리드 서비스, 자동화 기술, 경험 중심의 공간은 모두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뉴욕은 여전히 외식업의 세계적 실험장이자 무대다. 팬데믹 이후의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곧 다른 도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식업은 더 이상 과거의 안정적 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불확실성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이 도시의 외식업은, 여전히 세계인에게 가장 매혹적인 음식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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