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트리 파커 애비뉴의 한적한 거리에 자리한 카페 청수당(淸水堂)은, 이름만으로도 방문객에게 어떤 분위기를 기대해야 할지 암시한다. ‘청수’는 말 그대로 맑은 물을 의미한다. 한국어에서 물은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니라, 정화와 생명의 상징으로 오래도록 회자되어 왔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시 속에도, 불교 승려들의 선문답 속에도, 물은 늘 깨끗하고 청정한 존재로 그려졌다. 카페가 이 이름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브랜드 차별화가 아니라, “맑고 고요한 순간을 제공한다”는 약속이다.

서울 익선동에서 출발한 이 브랜드는 전통 한옥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카페로 이미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내에서도 청수당은 단순한 음료 공간이 아니라, 한옥 구조와 자연 소재를 활용한 건축미, 전통 음료와 디저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브랜드가 맨해튼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진출을 시도한 곳이 바로 포트리다.

포트리는 뉴저지 내에서도 특별한 지역적 맥락을 갖는다. 뉴욕 맨해튼과 맞닿아 있어 대도시 문화와 생활권을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뉴저지 특유의 여유로움과 주거 중심적 분위기를 간직한 곳이다. 특히 한인 인구가 집중되어 있어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식당, 카페, 상점이 활발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환경은 한국적 정취를 담아내려는 청수당이 자리하기에 더없이 적절하다. 이 카페는 단순히 디저트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 미학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포트리 주민들뿐 아니라 뉴욕·뉴저지 전역의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옥의 정취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다
청수당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공간 디자인이다. 외관은 전통 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듯한 간결함을 지녔고, 내부는 마치 서울 종로 익선동의 좁은 골목길 한옥 카페를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나무 격자와 따스한 색조의 벽, 현무암 장식이 어우러져 뉴저지의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전혀 다른 시·공간을 경험하는 기분을 준다.

청수당의 공간 철학은 명확하다. 소비보다는 머묾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반적인 카페들이 빠른 회전율과 효율성을 중시한다면, 청수당은 방문객이 천천히 앉아 음료를 즐기고, 대화를 나누며, 공간의 여백을 느끼기를 권한다. 한국 전통의 ‘정(靜)’과 ‘여유’가 공간에 녹아든 것이다.

한옥은 본래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이다. 기와지붕 아래 마당과 마루가 이어지고, 계절의 바람과 빛이 건물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청수당은 이러한 건축 철학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 미국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갑고 세련된 미니멀 카페들과 달리, 이곳은 따뜻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전한다. 실내에는 곳곳에 초목이 배치되어 있으며, 조명은 지나치게 밝거나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게 빛나도록 설계되었다. 방문객은 테이블에 앉아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고, 차분히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공간은 SNS에서도 주목받았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뉴저지에서 만나는 익선동 감성”, “한옥과 현대의 만남”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청수당 내부 사진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특히 한국적 감성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현지인들에게는 색다른 체험으로 다가온다.
전통의 맛과 현대의 감각이 만나는 메뉴
청수당의 정체성은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메뉴 역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철학이 뚜렷하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수플레 카스텔라는 일본식 카스텔라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한국적 부드러움을 가미해 청수당만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았다. 오리지널 버전 외에도 딸기, 초콜릿 등 다양한 변주가 있어,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한입 베어물면 촉촉하고 가벼운 식감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프롬아주 케이크와 전통 디저트 세트는 특히 한국적인 색채가 뚜렷하다. 프롬아주는 치즈 기반 디저트지만, 여기에 인절미나 말차 같은 한국적인 재료가 더해진다. 전통 디저트 세트에는 다식과 약과, 정과 같은 한식 디저트가 현대적인 플레이팅으로 제공된다. 이는 단순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메뉴가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동시에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음료 메뉴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인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라떼, 아메리카노는 물론이고, 수정과, 유자 에이드, 미숫가루, 말차 밀크와 같은 한국 전통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수정과와 미숫가루는 한인 고객들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외국인 고객들에게는 신선한 문화적 경험이 된다.
청수당에서 제공되는 디저트와 음료는 단순한 미각의 즐거움을 넘어서, 문화적 해석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전통은 단절되지 않고 현대적 언어로 새롭게 번역되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맛과 미학은 세계화의 길을 걷는다.
고요 속에서 머무는 경험
결국 청수당이 전하는 가치는 단순히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판다”에 있지 않다. 이곳은 한국 전통의 고요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잇는 작은 문화 공간이다. 포트리의 일상 속에서, 혹은 뉴욕과 뉴저지의 분주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청수당에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은 고요 속에 머무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뉴저지 포트리라는 지역은 오랜 이민 역사를 간직한 땅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 청수당은 문화 교차점으로 기능한다. 한국 전통 미학을 기반으로 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이다.
“맑은 물처럼 고요히 머무는 경험.” 청수당은 이 한 문장을 그대로 공간과 메뉴에 담아낸다. 방문객이 음료를 마시고 디저트를 맛보는 행위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치유의 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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