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밸리의 사과 향기, 브루클린 사이더 하우스

농장에서 시작된 철학 ― “Ugly Apples Taste Better”

뉴욕주 허드슨 밸리의 뉴팔츠(New Paltz)에 자리한 브루클린 사이더 하우스는 단순한 양조장이 아니다. 이곳은 “못생긴 사과일수록 맛있다(Ugly apples taste better)”라는 철학을 실천하는 농장형 사이더리다. 450에이커 규모의 Twin Star Orchards에서 자란 사과는 외관의 완벽함보다 맛과 향을 기준으로 선별된다. 그 사과들이 자연 발효 과정을 거쳐 ‘본 드라이(Bone Dry)’, ‘카인다 드라이(Kinda Dry)’, ‘로제(Rosé)’ 같은 대표적인 하드 사이더로 탄생한다.

[출처: 뉴욕앤 뉴저지, DB 금지]

창립자 팀 드레셀(Tim Dressel)은 4세대 사과 농부다. 그는 사과 농업의 전통과 바스크 지방에서 배운 사이더 문화의 영감을 결합해,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자연에 충실한 음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어간다. 브루클린에서 출발한 사이더 하우스가 결국 뉴팔츠의 넓은 농장에 자리를 잡은 것도 이 철학과 맞닿아 있다.

사과에서 잔까지 ― 허드슨 밸리의 맛

브루클린 사이더 하우스의 강점은 직접 재배와 양조를 결합한 일관성에 있다. 22종 이상의 사과 품종을 재배하며, 그중 상당수는 전통적인 유럽 사이더용 품종이다. 사과는 수확 후 껍질째 발효되어 자연스러운 산미와 깊은 풍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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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사이더는 인위적인 단맛이나 과도한 향료 대신, 사과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 그래서 첫 모금에서는 드라이하면서도 상큼한 산미가 느껴지고, 이어지는 뒷맛은 깔끔하다. 허드슨 밸리의 기후와 토양이 만들어낸 고유의 개성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시음장은 늘 활기로 가득하다. 테이스팅 룸에서는 4~5종의 사이더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으며, 계절에 따라 한정판 배치도 선보인다. 특히 가을 수확 시즌에 선보이는 스페셜 사이더는 뉴팔츠 주민들뿐 아니라 뉴욕시에서 주말을 보내러 오는 방문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끈다.

사이더를 곁들인 식탁 ― 화덕 피자와 버거

브루클린 사이더 하우스의 또 다른 매력은 음식과 사이더의 조화다. 팜스탠드와 푸드 파빌리온에서는 화덕에서 갓 구운 피자, 육즙 가득한 버거, 사과 도넛 같은 메뉴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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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더 한 잔과 함께 마르게리타 피자를 곁들이면 산뜻한 산미가 치즈와 토마토의 풍미를 한층 살려주고, 스모키한 풍미의 버거와는 드라이 사이더가 잘 어울린다. 방문객들은 넓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허드슨 밸리 산맥을 배경으로 식사를 즐기며, 그 순간만큼은 도시와 단절된 평온을 만끽한다.

특히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아, 어린이들은 잔디밭에서 뛰놀고 어른들은 사이더 한 잔과 여유로운 대화를 나눈다. 브루클린 사이더 하우스는 단순한 양조장이 아니라 사이더와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지역과 세계를 잇는 매력

브루클린 사이더 하우스는 뉴팔츠 지역사회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지역 농부들과 협력하며 사과를 공급받고, 현지 예술가들과 함께 이벤트를 열며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한다. 가을의 애플 피킹 시즌이나 야외 음악 공연 같은 행사는 이미 뉴팔츠 주민들에게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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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곳은 허드슨 밸리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뉴욕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맨해튼의 고층 빌딩과 브루클린의 트렌디한 거리와 달리, 뉴팔츠의 브루클린 사이더 하우스는 농업과 자연, 그리고 전통의 결합을 강조한다. 사이더를 통해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이 공간은, 허드슨 밸리의 풍경과 함께 잔에 담긴 사과 향기를 세계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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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사이더 하우스는 한 잔의 음료를 넘어선다. 그것은 농장의 땀방울과 전통의 철학,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과 교류가 함께 담긴 공간이다. 뉴팔츠의 바람과 햇살을 머금은 사이더를 맛보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허드슨 밸리의 풍요로운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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