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뉴욕시는 미국 대도시 중 최초로 전면적인 혼잡통행세(Congestion Pricing) 제도를 도입했다. 60년 가까이 지속된 도심 교통체증, 노후된 대중교통망, 심각한 대기오염과 소음 공해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시 정부의 의지가 응축된 이 정책은 시행 6개월 만에 여러 성과를 나타내며 도시의 이동과 삶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적잖은 반발과 불균형, 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구조적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혼잡통행세는 과연 뉴욕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열쇠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계층적 장벽일까?

혼잡통행세는 맨해튼 남부 60번가 이남 지역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 기준으로 하루 15달러에서 최대 23달러까지 차량 1대당 부과되는 교통세다. 이는 런던이나 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뉴욕식으로 변형한 것으로, 차량 진입을 억제하고 그 수익을 대중교통 투자로 환류시키겠다는 목표를 갖는다. 시행 직후부터 효과는 비교적 뚜렷했다. 하루 약 67,000대 차량이 진입을 포기하거나 경로를 변경하면서 도심 내 차량 통행량은 약 11% 감소했고, 혼잡구간의 평균 주행 속도는 15~20% 상승했다. 특히 MTA의 통계에 따르면, 혼잡구간에서의 교통 지연 시간은 최대 25%까지 줄었고, 이로 인해 출퇴근 시간 단축뿐 아니라 택배 물류, 응급 차량 운행 등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대중교통 역시 수혜를 입었다. MTA는 혼잡통행세 시행 이후 확보한 약 2억 달러의 재원을 바탕으로 전기버스 도입을 확대하고, 일부 지하철 노선의 신호 시스템 개량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률도 상승세를 탔다. 버스 이용률은 12%, 지하철은 7%, 롱아일랜드레일로드(LIRR)는 8%가량 증가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Access-A-Ride 프로그램의 이용률은 21%나 증가하면서, 사회적 이동권 개선이라는 목표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도심 내 보행자 사고율은 14% 감소하고, 탄소배출은 2.5%, 소음 민원은 70% 가까이 줄었다. 도시의 공기 질과 생활환경 전반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혼잡통행세 도입이 가져온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면에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정책의 ‘공정성’ 문제다. 뉴욕시 인근 교외 지역이나 뉴저지에서 통근하는 저소득층, 특히 이민자 계층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아 자동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하루에만 15~20달러에 달하는 통행료를 부담하면서도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이 어렵고, 이에 따라 생활비 지출의 상당 부분이 교통비로 빠져나가는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배달 노동자, 상용차 운전자 등 혼잡통행구역 진입이 불가피한 직업군에겐 이 정책이 ‘일하는 대가’에 대한 또 다른 세금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는 “혼잡통행세는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벌주는 제도이자, 도시 외곽 저소득층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운다”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시위에 나서고 있다.

정치적 논란도 거세다. 뉴저지 주지사 필 머피는 뉴욕시의 혼잡통행세 수익 일부를 뉴저지 교통 인프라 개선에 분배하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정책을 “지나친 정부 개입”이라며 법적 도전을 선언했다. 뉴욕시 내부에서도 일부 시의원들은 중소상공인의 피해를 이유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기에 접어든 자영업자들에게 도심 유동인구의 감소는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실제로 혼잡통행제 시행 이후 일부 음식점·소매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심 공간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며, 특정 지역과 업종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또한, 도심 교통 체계 전반에 대한 ‘재설계’ 없이는 정책이 갖는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혼잡구간을 우회하기 위한 차량이 브롱크스나 퀸즈 지역으로 몰리면서 해당 지역의 교통 혼잡과 공해가 증가하는 이른바 ‘부작용의 외부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도심 내 차량 수는 줄었지만, 도심 외곽의 교통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 수요 증가에 비해 인프라 확충은 아직도 더디며, 특히 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에게는 충분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혼잡통행세는 분명 교통환경과 환경, 재정 확보 측면에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비용을 치르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책의 정의로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차량 수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과 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뉴욕시가 진정한 의미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혼잡통행세가 도시의 미래를 향한 유의미한 시작점이 되도록 끊임없는 조정과 소통, 그리고 사회적 배려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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