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기대감…윌휴 콤비 “받으면 뿌듯할 것”

박천휴 작가·윌 애런슨 작곡가 "후보에 올라 기뻐…공연에 도움 되길" "제작 초기부터 영어 공연 계획…오랫동안 작업하며 완성도 높여"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 작품상, 미국 드라마 리그 어워즈의 뮤지컬 작품상과 연출상, 미국 ‘외부 비평가 협회상’의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극본상·연출상·음악상….

국내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창작 뮤지컬이 미국 공연계 주요 시상식을 휩쓸고 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얘기다.

연이은 수상 소식에 미국의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다음 달 열릴 제78회 토니상에서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각본상, 작사·작곡상(Best Original Score)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오래전부터 ‘어쩌면 해피엔딩’을 아껴주신 한국 관객들과 공연에 참여한 많은 분께 응원이 되는 소식이라 저 역시 기쁩니다. 이 소식이 우리 공연이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국내 뮤지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23일 서면 인터뷰에서 토니상 후보에 오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만나 사랑하게 되며 겪는 일을 그린 창작 뮤지컬이다.

박 작가와 애런슨 작곡가는 대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 사이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비롯해 ‘번지점프를 하다’, ‘일 테노레’ 등을 같이 만들었다. 두 창작자 콤비는 팬들 사이에서 ‘윌휴’로 불린다.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 2024.5.31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의 여정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란문화재단의 기획으로 만들어져 2015년 시범 공연을 거쳐 2016년 말 약 300석 규모의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진 공연은 2018년 열린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소극장 뮤지컬상’을 비롯해 6관왕을 차지했다.

국내 공연과 함께 영어판 공연도 추진됐다. 박 작가와 애런슨 작곡가는 “뉴욕과 서울로 오가며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영어 버전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다”고 말했다.

“꼭 브로드웨이여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 이야기와 음악이 저희의 의도대로 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어떤 곳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설령 미국 중소도시의 작은 극장이라 하더라도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 뉴욕에서 낭독회 형식의 ‘어쩌면 해피엔딩’ 쇼케이스를 열었다. 당시 연극·뮤지컬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의 눈에 띄면서 그와 브로드웨이 공연 계약을 맺었다. 제프리 리처즈는 토니상을 받은 유명 제작자다.

[출처: nyandnj.com, 재판매 및 DB금지]

이들은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달라진 점에 관해 “한국 공연보다 배우의 숫자와 오케스트라의 악기 숫자 등이 조금씩 늘어났다”며 “한국어 버전에서 암시만 되고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던 장면을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추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반대로 축약되거나 생략된 대사와 넘버도 있다”며 “모두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가며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 시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현지 배우와 제작진으로 꾸려져 작년 10월 프리뷰 기간을 거쳐 11월 1천석 규모의 벨라스코 극장에서 오픈런(open run·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상연) 형태로 개막했다. 올리버 역은 대런 크리스, 클레어 역은 헬런 제이 션이 맡았고 2023년 토니상에서 뮤지컬 연출상을 받은 마이클 아덴이 연출했다.

박 작가와 애런슨 작곡가는 개막 전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이들은 “브로드웨이는 공연 제작비가 워낙 막대하다 보니, 이미 유명한 원작이나 스타를 앞세우는 공연이 대부분”이라며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거기에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 공연의 개막 자체를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컸고 홍보비가 부족해 처음엔 티켓이 거의 팔리지 않은 채로 개막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NHN링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불안한 전망이 이어지던 공연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평론가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 공연문화 소식지 플레이빌 사이트에 따르면 프리뷰 기간 30만달러(약 4억원)를 밑돌던 티켓 매출액은 개막 첫 주 46만달러(6억원), 둘째 주 59만달러(8억원) 등으로 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2주 연속 100만달러(14억원)를 넘겼다. 공연 전체 기간 평균 좌석 점유율도 높아져 93.31%까지 올라왔다.

흥행에 힘입어 ‘어쩌면 해피엔딩’은 내년 1월까지 예매 창구를 열었다. 작품성에 대한 호평에 힘입어 올해 토니상에서는 뮤지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과 함께 단일 작품 중 가장 많은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출처: nyandnj.com, 재판매 및 DB금지]

실제 토니상을 받는다면,1 박 작곡가와 애런슨 작곡가에게 이 수상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두 사람의 답변에선 지금까지 꾸준히 달려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창작 활동을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비쳤다.

“(토니상을) 수상한다면, 아마 창작자로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긴 마라톤 같았던 서울과 뉴욕에서의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 여정을 좀 더 뿌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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